기사 메일전송
[정세분석] 북한에 밀어닥친 굶주림의 비극 - 커지는 원성, 김정은에 대한 직접 바핀도 확산 - 올해 미사일 발사에 날린 돈. 1억 2400만~1억 8600만 달러 - 코로나 이전 1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전체 쌀 규모보다 더 많은 돈
  • 기사등록 2022-12-08 12:53:01
기사수정



[최악의 식량난 맞은 북한]


북한이 최악의 식량난을 맞아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은 중국 등에서 지난 10월 1만6450t의 정미를 수입했고, 11월에도 이보다 더 많은 양을 수입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정도로는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봄 가뭄과 여름 호우 여파로 올해 작황과 식량 상황 악화가 예상돼 북한 당국이 양곡 징수를 독려하며 물량 확충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낮은 일조량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북한의 식량 사정이 그야말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어느 정도의 식량 위기 상황인지는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의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연구소는 '국제 식량안보 평가 2022-32'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올해 121만t 규모의 식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곧 북한 인구 2590만 명에게 필요한 식량은 최소 연간 약 600만t인데 이러한 필요량의 20%에 해당하는 121만t 정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앞서 미 중앙정보국(CIA)도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 규모를 2~3개월분에 해당하는 86만t으로 추정했는데,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는 CIA의 발표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만약 120여만톤 정도가 문제라면 북한 주민 전체가 3~4개월 정도 먹을 식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금도 어렵지만 본격적인 춘궁기가 다가오는 내년 3~4월경에는 엄청난 고비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자연재해로 인해 감소한 식량들로 인한 위기가 이때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더욱 북한의 식량난에 위기를 더하는 것은 국제 곡물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올랐다는 점이다. 여기에 비료값까지 상승한데다 북한은 대북제재와 무역축소로 외화보유고까지 대폭 줄어들면서 식량과 비료 수입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의 농법에도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북한의 농업 생산성이 워낙 떨어지기 때문에 농민들이 아무리 고생해도 손에 쥐는 것이 별로 없게 된다. 남한은 논 200평을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80㎏ 기준 4~5가마 분량의 쌀이 생산되지만 북한은 기껏해야 2∼3가마밖에 생산하지 못한다.


이러한 생산성과 관련해 미국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북한의 토지 생산성이 2020년 1㏊에 1450달러로 남한의 25%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북한은 37%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반면 남한은 불과 4%이다. 이렇게 엄청난 인구가 농업에 종사함에도 식량난이 온다는 것은 그만큼 농법에 문제가 많다는 것인데 김정은은 정작 이러한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김정은은 오직 핵무력 완성에만 온 정신이 팔려있는 것이다.


[김정은까지 나서 식량난 해결 고민하지만...]


북한이 식량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지난해 6월 김정은이 직접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식량난을 고백했고, 연말의 전원회의(8기 4차)에서 닷새 회의 기간 중 사흘을 식량난 해결을 위한 농촌 발전 문제 토론에 할애했다는 것이 지금 북한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도 김정은이 직접 나서 식량난을 거론했다는 것은 이 문제가 체제 안정과 김정은의 리더십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일반적인 정치문제도 아니고 개개인이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주민들도 예민하다는 점에서 김정은도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김정은은 지난 10월 이후 현지지도에서 수시로 “볏단 운반과 낟알 털기를 제때 마쳐야 한다”면서 “다 지어놓은 낟알을 한 알도 허실함이 없이 제때 거두어들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말들을 여러차례 했고, 이러한 일들은 수시로 노동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내부의 가을걷이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코로나팬데믹이나 식량난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핵무력 완성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이를 통해 대미협상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어찌보면 북한이 이렇게 엄청난 도발을 연이어 하는 것도 그만큼 북한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식량 위기에 김정은이 말로만 식량난 해결을 말하면서 그 해결책에 방점을 두지 않는데는 전략적인 판단도 있다는 분석이 있다.


BBC는 지난 11월 8일 “독재 정권의 첫 번째 목적은 권력 유지”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권력을 지켜주고 옹호해줄 지배연합이 필요한데, 이들이 바로 북한 군부와 엘리트 집단”이라 규정했다.


BBC는 이어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정권이 교체되면 정부 산하 기관들에 '자기 사람들'을 배치하는 지배연합이 존재하는데, 독재국가에서는 이 지배연합이 특히 더 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독재 정권들의 경제가 하나같이 피폐해지는 이유는 권력 유지를 명분으로 지배연합의 부패 면허를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BBC는 특히 “독재 권력 유지를 위해 주민들을 수탈하고 자연스레 인권 탄압으로까지 가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부여한 권한으로 뇌물을 받고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곧 김정은이 주는 월급이자, 독재 권력 체제의 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BBC는 또 “주민들이 먹고 살만한 여건이 되면 민주화 바람이 불게 되고, 결국 독재 정권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는 주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커지는 원성, 김정은에 대한 직접 비판도 확산]


북한에 비밀통신원을 두고 북한 상황을 아주 리얼하게 보도하는 일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는 지난 11월 23일, “북한이 노인 가구나 병약자, 유아 등 취약층 가운데 굶주림이나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각지에서 발생하는 인도적 위기 상태에 빠져 있다”면서 “이러한 식량위기에도 김정은이 미국과 전쟁연습을 위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차라리 그 돈으로 우리 주민들 잘 살게 해 주면 일도 잘하고 국가에 충성할텐데 그러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이 아주 많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어 “북한 주민들은 매일 두 끼 먹기도 어렵고, 추워지는데 땔감 걱정하고 매일 어떻게 살지 걱정하는 데 핵과 미사일이 왜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서 “중국 사람들도 부럽고 탈북한 이들이 그 중 제일 부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또다른 기사에서 “현재 북한 서민의 곤경은, 1990년대 후반 대기근 이래 가장 심각하다”면서 “당시처럼 광범위하게 아사자가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노인, 유아, 병약자 중 영양실조와 의약품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이어 “2020년 1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국경을 봉쇄해 사람의 출입을 거의 막고 무역도 엄격히 제한했다”면서 “개인의 상행위가 통제되어 현금 수입이 격감한 도시 주민 중에서는 '절량세대(돈과 식량이 다 떨어진 세대)'라고 불리는 극빈층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도시 주민이 수확기 농촌에 가서 구걸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길에서 노인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 “백계가 다해 쥐약을 먹고 자살한 가정이 있었다”는 등의 제보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그러면서 “UN식량농업기구(FAO), UN아동기금(유니세프) 등 UN의 다섯 기관이 지난 7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9~21년 영양 부족으로 고통받는 사람의 수는 1000만 명을 넘어 북한 총인구의 41.6%에 달한다”면서 “이는 내전이 이어지는 중동 예멘과 같은 수준으로, 북한은 틀림없이 아시아의 최빈국”이라고 전했다.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도 지난 6일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0월 말에 이어 11월 중순에 또다시 개인들이 길거리에서 알곡을 판매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됐다”면서 “이 같은 지시로 요즘 개인들이 식량을 판매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러한 조치는 개인 간 식량 거래를 막고 국가가 식량 가격을 통제,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단속, 통제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식량 판매행위가 근절되지 않자 최근 안전기관에서는 ‘몰래 판매하다 단속되면 총살형’이라며 공포심을 조성하고 있다”고 데일리NK 소식통은 전했다.


이렇게 북한주민들은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는데, 김정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도 엄청난 돈을 날리면서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미국 랜드연구소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2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최근에 발사하는 미사일은 한 발에 200~300만 달러 정도 든다”고 밝혔다. 그런데 12월 6일까지 올해들어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모두 62발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대충 따져도 올해 미사일 발사에 날린 돈이 1억 2400만~1억 8600만 달러 정도 된다. 이 정도면 북한이 한 달간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는 데 필요한 액수와 비슷하며, 북한이 코로나 이전에 1년간 중국에서 수입한 전체 쌀 규모보다 더 많은 돈이다.


김정은이 이런 사람이다. 과연 김정은 같은 이에게 북한을 계속 맡겨두어도 괜찮은 것인가? 가슴아픈 마음으로 북한의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3643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추부길 편집인 추부길 편집인의 다른 기사 보기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치더보기
북한더보기
국제/외교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