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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이지만 전범"…우크라군에 입대한 러시아인들 - 가장 치열한 바흐무트 전투서 러와 싸우는 러시아인들 - 우크라 지원 외국인 부대 소속 러시아인 200여명
  • 기사등록 2022-12-06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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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이사르`(정면)라는 암호명으로 우크라이나군에서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 병사가 동료 병사와 대화하고 있다. (출처: CNN 동영상 캡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국민으로 우크라이나 군인으로 싸우는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한다고 미 CNN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출명 '카이사르'로 불리는 한 병사는 무너진 러시아 정교회 교회를 둘러보면 “푸틴이 일으킨 전쟁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 소속으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인이다.


그는 “전쟁이 벌어진 때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러시아인 내 마음 속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켜야 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은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바흐무트 전투에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무트에는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이 거의 없으며 일부 남아 있는 건물도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상태다. 카이사르는 “푸틴이 모든 군대를 투입해 승기를 잡으려 하지만 우리가 잘 막아내 왔다”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부분 진흙탕 참호 속에서 악전고투하며 러시아군 진격을 막아내고 있다.


최전선 후방 몇 km 떨어져 폭음이 들리고 진동이 느껴지는 곳에서 만난 카이사르는 단호한 어조로 우크라이나 외국인 연대에 자원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입대 권유를 받자 지난 여름 가족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와 우크라이나군에 자원했다. “우크라이나 군에서 보직을 받고 싸울 수 있게 되기까지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에 남은 가족들이 안전하기를 빌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으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러시아인이 200여명에 달한다.


카이사르는 러시아 군인들은 진정한 러시아인이 아니라고 했다. “맞다. 내 조국 사람들을 죽인다. 그러나 그들은 전범이다. 외국에 와서 약탈하고 죽이고 파괴한다. 민간인을, 어린이, 여성들을 죽인다”면서 “이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가 지금까지 죽인 러시아군이 15명이라면서 “나는 지금 성전을 치르고 있고 기독교인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지킨다. 우크라이나가 해방되면 러시아로 돌아가 독재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고 했다.


호출명 '사일런트'인 다른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병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에 체류하고 있었다. 친척을 방문해 머무는 동안 전쟁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는 부차, 이프린, 보로디안카 등지에서 러시아군이 벌인 잔혹행위를 보고 우크라이나군에 지원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학살 현장에서 멀지 않은 키이우 외곽에 있었다. 러시아군이 쫓겨난 뒤 사람들을 도우러 현장에 갔다가 그들이 한 짓을 목격했다. 숨진 시신들, 어린이, 여성, 처형...그걸 직접 보니 속이 뒤집어졌다”면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있기로 했고 군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 있는 가까운 친구가 최근 강제 징집됐다고 했다. 그는 친구와 자신이 전쟁터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도 우크라이나에 와서 푸틴에 맞서 싸우고 싶어 하지만 러시아군에 붙잡혀 있다.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사일런트의 가족은 많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이 그렇듯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연고가 있다. 부인과 자녀 둘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살고 있지만 다른 가족들은 러시아에 남아 있다. 그는 가족들이 푸틴의 선전을 믿으면서 아직도 “특별군사행동”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걸 안다”며 자신을 비난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한다는 걸 안다”면서 “죽지만 말라고 한다”고 했다.


'비니'라는 호출명의 병사는 “가족들이 이곳에 있지 않다”며 얼굴 노출을 거부했다. 러시아 정부가 가족들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너무나 사랑하는 집사람과 아이들은 나의 모든 것”이라며 “얼굴이 드러나면 그들을 지켜줄 사람이 없다”고 했다.


러시아 출신 우크라이나 병사가 러시아군에 포로가 되면 일반 우크라이나 병사보다 훨씬 더 위험해진다. 지난 달 러시아 용병그룹 와그너 소속 병사로 우크라이나로 넘어 왔다가 다시 러시아군에 붙잡힌 예프게니 누진이 대형 해머로 살해됐었다.


비니의 부대는 바흐무트를 공략하는 러시아군에 맞서 몇 달 동안 싸워왔다. 그와 카이사르는 자신들이 붙잡히면 더 가혹한 대우가 있을 것을 알지만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이다. 카이사르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이곳에 남아 우크라이나를 지킬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해방한 뒤 고국을 해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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