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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이어 이란도 시위군중에 사실상 항복 - 시위 확산에 이란, '히잡 완화' 움직임 - 아예 히잡관련 법을 바꿔 문제의 소지 없앨 듯 - 어떤 폭압으로도 자유 찾기 위한 시위 막을 수 없어
  • 기사등록 2022-12-06 14: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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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확산에 이란, '히잡 완화' 움직임]


중국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백지시위에 놀란 중국 당국이 결국 제로코로나 정책을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후퇴를 결정한 데 이어 히잡시위로 혼돈상태에 빠져 있는 이란도 두 달 넘게 반정부 시위가 사그라지지 않자 히잡 의무 규정을 완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CNN은 4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이 “히잡 등 풍속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이자 올해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 CNN은 4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파르 몬타제리 검찰총장이 “히잡 등 풍속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이자 올해 반정부 시위를 촉발한 `지도 순찰대`(가쉬테 에르셔드)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명 '도덕 경찰'로도 불리는 지도 순찰대는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2005년 8월∼2013년 8월 재임) 당시 만들어졌으며 2006년부터 히잡(무슬림 여성이 머리를 가리기 위해 쓰는 천) 착용 검사 등 풍속 단속을 시작했다. 이들 ‘지도 순찰대’는 이란 국민들에게는 아주 무서운 집단으로 각인되어 있다.


몬타제리 총장은 일단 “히잡을 포함한 복장 관련 규정이 바뀌는 것은 아니며, 앞으로는 ‘지도순찰대’가 아닌 지역 사회 차원의 감시가 계속 이뤄질 것”이라 말했고 이란 정부도 지도 순찰대의 활동 중단이나 조직 폐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히잡착용과 관련하여 상당히 자율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개정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예 히잡관련 법을 바꿔 문제의 소지 없앨 듯]


이와 관련해 영국의 유력일간지인 텔레그래프는 4일(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 3일 “이란이 공화국이며 이슬람을 기초로 세워졌다는 점은 헌법에 못 박혀 있다”면서도 “여성에게 머리 덮개를 씌우도록 한 히잡관련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헌법을 시행하는 방법을 유연하게 구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몬타제리 검찰총장도 지난 2일 여성이 머리를 가리도록 한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지에 여부에 대해 “의회와 사법부가 논의하고 있다”며 “앞으로 15일 내에 회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잇따른 발언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지도 순찰대에 체포된 후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사건 후 2개월 넘게 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반정부 시위가 사그라지지 않고 사상자 수가 늘어나면서 이란 당국의 부담이 너무 커지자 결국 시위대에 손을 들었다고 볼 수 있어서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 2일 기준 미성년자 64명을 포함해 469명의 시위 참가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구금된 시위대는 1만8천여명에 달한다.


[이란당국은 왜 태도를 바꿨나?]


그렇다면 서슬퍼렇던 이란 당국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꿔 히잡 관련 법 개정까지 꺼내 들었을까? 가장 큰 요인은 이란 당국이 시위 참여자에 대해 발포까지 하면서 강압적 시위 억제책을 썼지만 효과가 없고 오히려 시위의 강도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인들은 아미니와 비슷한 나이거나 더 어린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공개적으로 항의하고 히잡을 벗는 용기에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란 당국을 비판하는 연대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25일에는 영국 런던의 이란 대사관 밖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며 5명의 시위 참가자가 체포됐고, 프랑스 파리에선 트로가데로 광장에 경찰 추산 약 4000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시위가 번지면서 당초 ‘여성, 생명, 자유’를 기치로 내건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비판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것에 이란 당국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시위대의 분노 대상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53세의 그는 이란 내 공식적인 정부 직책은 없지만, 83세의 고령에 건강이 좋지 않은 부친의 후계자 후보군에 있는 인물인데, 이란의 시위대들이 최근 며칠 동안 ”모즈타바가 지도자가 되지 못하고 죽기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에 대해 하메네이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 11월 하순만 하더라도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국영방송들을 통해 “시위에 참여한 폭도들은 단호히 진압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고, 이란 외무부도 “미국이 이란의 폭도들을 지원하는 것은 미국과 이란의 관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12월 들어서면서 이란내 분위기는 완전히 변하면서 잇단 유화책을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대중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히잡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통제를 함으로써 민심 이반을 자초했고 그러다보니 정권의 안위조차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실 이란은 온건파인 전임 하산 로하니 대통령 집권 당시에는 여성의 히잡 착용을 강제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풍속 단속 경찰의 폭력 조치를 용인하는 법 개정 등으로 특히 여성들의 복장 규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 때문에 젊은 세대가 풍속 단속 경찰 본부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위대 가운데는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이란 대통령을 두 차례 지낸 악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1934∼2017)의 딸 파에제 하셰미 라프산자니(59)도 포함되어 있어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여성 운동가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데 개혁개방파였던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공교롭게도 1989년 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옹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란 정계내에서도 많은 말들이 나왔다.


파에제는 지난 11월 27일 히잡시위대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이러한 피에제의 체포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까지 연결되면서 내부에서 많은 토론들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시말해 강경책을 구사하는 라이시 대통령에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뭔가의 조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란 당국이 당혹감을 느끼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집회·시위가 엄격히 통제되는 이란에서 이번처럼 긴 시간 시위가 이어진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심지어 시위대 결집을 막기 위해 인터넷 차단 조치를 취하고 있음에도 시위가 이어지는 것에 대해 이란 당국은 김장할 수밖에 없다.


시위 규모 또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근래 있었던 대규모 시위는 2019년 휘발유 가격 상승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였는데, 그때는 시위 규모가 이렇게 크지도 않았고 오래 가지도 않았었다.


이런 이유들 떄문에 이란 당국이 시위대와 끝까지 맞서다간 자칫 정부전복 시위로 귀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사위의 발단이 되었던 히잡 관련 규체조치를 완화하면서 시위대에 유화책을 내 놓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제니퍼 루빈의 칼럼을 통해 “억압적 정권은 이견이나 시위를 용인하면 사회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전제하지만, 국민을 임계점까지 몰아세우면 오히려 대대적인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번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진단했다. 이는 이란 뿐 아니라 중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 하나의 핵심 포인트, 여자들이 주축이라는 점}


이번 이란 시위에서 가장 특징적인 포인트는 이번 반정부 시위의 주축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란에선 2009·2017·2019년 등에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으나 주로 남성들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이번 시위에서 이란의 여성들은 히잡을 찢어 불태우거나 머리카락을 자르며 시위대의 선두에 섰다. 이에 대해 NYT는 “그간 이란 여성들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중심에 선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NYT에 의하면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우리에겐 (시위) 지도자가 없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지도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은 “누구도 나를 조종할 수 없고, 머리카락으로 나를 정의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이란 여성들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은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됐다. CNN은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표시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1000년 전 집필된 페르시아어 장편서사시 ‘샤나메’에서도 등장한다”며 “이란 여성들은 분노와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여성 주도의 시위에 남성들도 연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이 시위를 주도하면 남성들은 시위대 주변에서 호위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시위는 더욱 거세게 불이 붙고 있다.


이러한 시위의 핵심에 이란의 MZ세대가 있으며 또한 그들을 중심으로 전 연령층, 전 사회계층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이란 시위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의 히잡시위는 그들의 요구가 이뤄지기 전까지 결코 식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그들의 자유를 막고 있는 이란 정부를 향해 거세게 돌진하고 있다. 힘으로 모든 것을 덮으려 했던 이란 당국의 행보도 결국 이들 앞에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들의 투쟁이 히잡착용 이슈로 마무리될지 아니면 정권번족으로 이어질지 관심거리다. 히잡시위에 우리도 열렬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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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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