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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유럽의 냉대에 얼어붙은 중국 - 英수낵 총리 “중국과 황금시대 끝”, 확실한 거리두기 선언 - 시진핑 만났던 독일 숄츠, 중국과 거리두기 선언 - 나토도 ‘중국 의존도 줄이라’ 권고
  • 기사등록 2022-11-30 13: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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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수낵 총리 “중국과 황금시대 끝”]


영국이 중국을 향해 “황금시대는 끝났다”며 사실상 ‘완전한 거리두기’를 선언하고 나섰다. 또한 중국과 호의적 관계를 열어갈 것으로 예상했던 독일마저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표출하고 나서 중국의 외교적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8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있어 양국간 '황금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28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중국이 자국의 이익과 가치를 위협하고 있어 양국간 `황금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주요 외교정책 연설을 통해 “중국은 의식적으로 모든 국가 권력을 지렛대 삼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나서고 있다”며 “중국에 대한 영국의 접근법이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이어 “이른바 양국의 '황금 시대'(golden era)라는 것은 무역이 (중국의) 사회·정치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과 함께 끝나버렸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수낵총리가 ‘황금시대’를 거론한 것은 영국이 미국의 기조에서 벗어나 중국과의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모색하던 2015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영국은 베이징의 가장 좋은 사업파트너로 양국 관계가 황금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격찬하면서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중국에서 민주주의의 출현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중국에 구애했던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수낵 총리가 이렇게 강경하게 대 중국 외교노선을 정한데에는 지금 중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A4혁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텔레그래프는 “중국내에서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당국에 맞서 A4백지를 들고 저항하는 시위를 보면서 수낵 총리는 중국의 잘못된 정책을 분명히 고발하고 그러면서도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한 수낵 총리는 27일, 자국 BBC 방송의 에드 로런스 기자가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도중, 현지 공안에 붙잡혀 수 시간 구타당한 후 풀려난 일을 거론하면서 “중국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체계적인 도전을 가해오고 있다”며 “이 도전은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하면서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낵 총리의 대 중국정책은 사실 그동안 표현해 왔던 방향과는 상당히 다르다. 수낵 총리는 재무장관 시절 “양국 경제교류 확대와 중국 인권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미묘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매파'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와 비교해 대중 관계에 있어선 온건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수낵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무산된 데 이어, 최근에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영국 공공기관 내 중국산 감시카메라 설치를 금지하는 지침이 발표되는 등 수낵 내각에서도 대중 외교정책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수낵 총리는 이와 관련해 “영국은 현상유지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적 경쟁자들에 대해서는 웅장하기만 한 수사가 아닌 굳건한 실용주의로 맞서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마디로 영국의 대중국 정책을 동맹국들과 조율하면서 강경한 기조를 함께 유지해 갈 것이라 선언한 것이다.


[시진핑 만났던 독일 숄츠, 중국과 거리두기 선언]


중국의 외교적 고립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최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결정 이후 G7국가중 유일하게 정상회담을 했던 독일의 숄츠 총리마저도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23일(현지시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과 러시아에 치우친 에너지 및 무역 의존도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면서 “현 상태를 수수방관한다면 그 대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클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숄츠 총리는 이어 “이것이 우리가 특히 러시아나 중국에 대해 일방적으로 치우친 의존을 초래한 에너지와 무역 정책을 끝내려는 이유”라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또한 “독일은 이 위기를 이겨내고 오히려 더 강해질 역량이 있다”면서 “이전과 같은 정책을 지속하는 건 선택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의 이러한 발언은 사실 중국 입장에서는 충격적이다. 시진핑 주석은 자신의 3연임 확정 이후 G7국가 정상들과 회담을 열면서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려 했으나, 유일하게 독일의 숄츠 총리만 중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는데 그 숄츠 총리마저 시진핑의 기대와는 다르게 중국과 분명한 거리두기를 확인하고 나섰기 떄문이다.


지난 11월 4일 정상회담 당시 시 주석은 “양국은 서로 존중하고, 핵심 이익을 배려하며, 대화와 협상을 견지하고, 진영 대결 등의 방해에 공동으로 저항해야 한다”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가 서로 대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제약을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독일과의 관계 정상화에 기대를 걸었고, 독일을 고리로 서방진영과의 갈라치기를 시도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모든 것들이 다 날아간 셈이다.


[나토도 ‘중국 의존도 줄이라’ 권고]


이런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수장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면서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1월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29∼30일 열리는 나토 외무장관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의 대응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중국에 의해 제기된 도전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며 “그러므로 특히 중국 등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중국의 희토류 광물, 공급망에 대한 의존을 언급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특히 “중국은 인권을 침해하고 있기에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다. 또한 홍콩 등지의 민주시위를 어떻게 진압했는지 우리는 목격했다”라며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거론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나토는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22 전략개념'에 중국의 위협을 처음으로 명시한 바 있는데, 이번에 그 개념을 구체화하고 동시에 그에 따른 후속 논의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내 시위 확산도 중국의 외교적 고립 초래 계기]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내에서 제로 코로나 방역과 관련된 시위는 시진핑 주석의 외교적 고립을 더욱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독일과 영국도 방역반대 시위 확산에 대해 “국민 목소리를 들으라”며 쓴소리를 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인들 스스로 중국 정부가 부과한 규제에 관해 깊은 불만을 가진 게 분명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국민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또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도 이날 도이체벨레와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사상과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도 “국민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이나 법, 명령에 평화적으로 모여 시위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런 관점에서 시위를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2월 EU 집행부 방중, 중국의 기대는 크지만...]


사실 중국은 12월 1일 방중하게 될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이사회 상임의장과의 회담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꽉 막힌 유럽과의 관계를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서다. 이런 차원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21일, 이탈리아의 부총리 겸 외무장관인 안토니오 타야니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유럽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국제정세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제3자를 겨냥하지 않고 제3자와 얽매여서는 안 된다”면서 미국을 겨냥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중국은 EU를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간주하고 EU의 전략적 자주를 지지하며 유럽의 안정과 번영을 희망한다”면서 “유럽 친구들이 중국에 와서 실제 상황을 이해하고 발전 상황을 느끼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유럽사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지금 EU의 분위기는 중국의 기대와는 상당히 다르다. EU는 지난 11월 24일(현지시간) 낸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방문은 지난 10월 EU 이사회가 대(對)중국 관계에 관한 전략적 토론을 거친 이후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정학 및 경제적 환경이 긴장된 상황에서 이번 방문에서 양측은 글로벌 도전과제는 물론 공동 관심사 주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샤를 미셸 의장의 중국 방문도 EU전체의 의사를 중국측에 전달하는 것과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개입 문제 등 제한적인 논의만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금 중국내에서의 제로 코로나 시위와 관련된 우려도 전달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이미 유럽과 중국과의 거리두기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버렸다. 물론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문제점은 분명히 지적하겠다는 것이 EU의 의지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교적 흐름은 EU뿐만 아니다. 러시아와 이란, 북한 등만 빼고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이 중국과 분명한 거리두기를 하려 한다. 이것이 지금 중국이 처해 있는 외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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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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