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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22 13: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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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철학자 콩트(August comte)19세기에 타인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서 본인은 희생을 하는 행위를 이타주의라고 정의하면서 이타주의가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는 구별되는 특성 중 하나로 이해했다. 사람들의 이타적인 행동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동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볼 때에 사람들이 이타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동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역경을 떠올리며 그 사람의 처지를 공감해 돕는 경우가 있다.


둘째, 방어기제가 작동하게 돼 이타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미리 예방 차원에서 이타적 행동을 하게 된다.


셋째,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의무감에서 움직이는 경우다.


넷째, 그들을 도우면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로 이타적 행동을 하기도 한다.


다섯째, 남을 돕게 되면 자존감이 올라가기 때문에 한다.


여섯째, 남을 도와주는 행동은 곧 자신이 남을 도울 정도로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현대에 들어 과도한 물질적 배금사상에 젖어 극단적인 이기주의 사상에 빠진 것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동식물도 이처럼 이타적인 윤리의식도 없이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이기적 행동만 할까? 아니라면 동식물들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료를 위해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이론가들이 주장했던 것처럼 이타적인 행동은 동식물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의 고유한 특징인가


자기의 알을 부화하고 양육시키는 일까지도 남들에게 의탁하려는 뻐꾸기와 같은 얌체 행동이 동식물의 기본적 삶의 동기인가? 그간 많은 연구에 의하면 상당히 많은 동식물이 힘든 환경에 처한 동료를 위해서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우리 인간들을 놀랍게 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료를 돕는 이타적인 협동심이 인간에게만 있는 특성이 아니라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연구를 통해 확인한 대표적 사례 몇 가지만을 살펴보겠다.


콜로라도 볼더(Boulder)대학의 디글(Pamera Diggle) 교수팀은 옥수수 씨앗에서 이타 행동의 예를 확인하여 그 연구 결과를 2013년에 학술논문(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보고했다. 식물의 씨앗(종자)은 보통 바깥쪽은 종피(種皮), 내부에는 배()와 배젖(胚乳)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종피는 내부에 있는 배를 보호하는 겉의 부분이고, 배는 새로운 완전한 식물로 발달하는 부분이다. 배젖은 배가 발아할 즈음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식량의 창고다. 연구진은 동일한 모체(母体)와 부체(父体)를 공유하고 있는 배와 배젖을 유전적 조작을 통해서 부체를 다르게 바꾼 배와 배젖의 무게를 비교해 보았다


비교한 결과 동일한 모체와 부체를 가지고 있는 배의 무게가 유전적인 조작으로 모체는 동일하지만 부체를 다르게 둔 배의 무게에 비해 상당히 무거운 것을 발견하였다. 동일하지 않은 부체를 가진 배젖은 그 만큼 덜 협조적이고 영양도 충분히 넘겨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물은 자원이 부족하면 우선적으로 열등한 자손에게는 영양분을 주지 않는다는 증거다. 식물도 협동하는 이타적인 행동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힌 연구인 것이다.


세균에서도 이타 행동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세균은 항생물질에 대항할 내성을 획득하는 과정은 세균이 자체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킨 극소수의 세균이 살아남아 후손을 번식시키는 법칙에 의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하버드 대학의 위스(Wyss)연구소 연구팀이 이콜리(E. Coli)라 부르는 세균을 이용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 획득과정을 관찰하여 이타적 행동이 있음을 확인했다. 몇 마리의 세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살아남는 것은 맞지만, 자신의 자손만을 번식시켜 항생제의 내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인돌(Indole)이라는 분자를 분비해 항생제에 약한 다른 세균들도 살아남게 하는 식으로 집단 전체 항생제 내성을 획득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들이 분비해 내는 인돌은 약한 세균의 인돌 배출 펌프를 작동시켜 항생제를 이겨내게 한다. 그렇다면 왜 돌연변이를 일으킨 슈퍼 세균이 힘들게 인돌을 분비해 타 세균까지 살리는 이타행동을 하려는 것일까? 일부 과학자는 나약한 구성원들을 도태시키지 않고 모두가 살아남게 하면 유전적인 다양성을 보존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으로 종족의 생존과 번영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갖게 된다고 주장한다.


잠든 동물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코스타리카 지역에 사는 흡혈박쥐는 먹이를 충분히 먹지 못한 동료에게 자신이 먹은 피를 토해서 나눠 준다. 그 후 자신이 먹이를 발견하지 못할 때에는 도움을 준 상대에게 똑 같이 되돌려 받는다. 줄무늬 다람쥐들은 서식지 주변을 경계하다가 포식자가 나타나면 소리를 내 알려 준다


이는 포식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매우 위험스런 행동인데도 불구하고 집단의 안전을 위해서 봉사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 동료들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하는 이타적인 행동이 어째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지를 하찮은 세균들과 동물들이 인간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회색앵무새도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움이 필요한 동료를 돕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밝히고 “Current Biology”라는 국제학술지(2020)에 결과를 게재 했다. 독일의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문헨 대학(LMU)의 인지 생물학자인 브룩(Desirre Brucks) 연구팀들은 우선 앵무새가 금속 고리를 물어서 사람에게 건네주면 먹이를 얻어먹는 훈련을 받았다. 한 달이 지난 다음에 앵무새 두 마리를 마주하는 각 방에 넣고 한 쪽의 방에서만 금속 고리를 건넬 수 있도록 구멍을 열어 두었다. 그리고 두 방 사이에는 서로 구멍을 연결하여 서로가 고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연구자가 열린 구멍 안으로 손을 내밀면 회색앵무새는 건너편 방의 동료가 건네준 고리를 받아서 바로 연구자에게 주면 먹이를 받아먹게 되어 있다. 그렇지만 고리를 건네준 동료는 어떠한 먹이 보상도 받지를 못한다.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도 동료를 돕는 이 실험에서 8마리 중 7마리가 이타 행동을 보였다. 이런 실험에서 사람을 제외한 포유류 중 보노보와 오랑우탕만 성공했으며, 침팬지와 고릴라들도 이타적 행동을 보이지 못했다. 조류 중에서 지능이 높은 까마귀와 다른 일반 앵무새도 성공하지 못하였으나 회색앵무새만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런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 것은 지능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평상시에 먹이를 여러 마리가 함께 찾지만 이 때 동료를 도와야 나중에 자신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타 행동을 발달시키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함께 집단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벌과 개미에서 극단적 이타 행동을 볼 수 있다. 꿀벌들은 철저한 분업과 완벽한 사회생활을 통해서 이타적인 행동을 한다. 여왕벌이 수벌과 단 한 번의 교미를 통해 수벌로부터 수억 마리의 정자를 받아서 저장하였다가 난자가 생성되면 저장하였던 정자의 일부분을 뿌려 수정을 한다


이 때에 난자는 가장 빠른 정자만을 받아서 수정하고, 정자 주머니에 그냥 남아 있는 정자는 무성 생식을 통해 번식 능력이 없는 일벌로 태어나게 된다. 한 마리의 여왕벌과 2~6만 마리의 일벌, 2~3천 마리의 수벌로 집단을 이루어서 생활한다. 각각의 벌들은 철저한 분업을 통해서 생활을 한다. 여왕벌은 집단 구성에 필요한 알을 낳는 일을 하고, 일벌들은 육아, 집짓기, 식량 채집, 외부 침략의 경계, 청소 등의 잡일을 전담한다


그리고 수벌들은 아직 교미하지 않은 처녀 여왕벌과 교미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마치 베짱이 같은 팔자를 누린다. 각 벌들은 개별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주어진 역할에만 충실한데 규율은 매우 엄격하다.


평소에는 화기애애하지만 자기의 집에 해를 끼치는 적들이 나타나면 죽음도 불사한다. 특히 일벌은 힘이 강하고 침의 독을 저장하는 독낭과 낚시 바늘과 같은 침을 가지고 있어 외부 침입자에게 찌르면 잘 빠지지 않고 침과 함께 하부 조직이 몸에서 이탈되어 얼마 후 죽게 된다. 수벌은 자기 후손을 낳기 위해서 여왕벌과 교미도 하지만, 일벌은 그런 기회도 없이 평생을 머슴처럼 죽도록 일만 하는데, 이보다 더한 이타적 행동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개미는 한술 더 떠서 이타 행동을 위해서 위를 따로 한 개를 더 가지고 있다. 목동개미는 진딧물을 몰고 다니며 진딧물의 먹이 활동을 돕는다. 마치 사람이 소떼나 양떼를 풀이 있는 숲으로 몰고 다니는 것과 비슷하다. 겨울이 되면 진딧물 알을 자기 집에서 보호도 하고 진딧물이 적에게 공격당하면 사납게 싸우면서 보호해 준다. 진딧물은 개미 식량인 꿀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미에게 위가 두 개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위는 사회적 위라고 한다. 개미는 사회적 위에 음식을 임시로 저장해 두었다가 비상 상황에 다른 개미들과 나누어 먹는다. 두 번째의 위는 자기의 필요에 따라서 음식을 소화하는 위다. 개미의 사회 위는 다시 말하면 동료를 위해 봉사하는 식량의 창고인 셈이다.


이와 같은 사회적인 위는 왜 생겨난 것일까? 군집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회적 위가 진화된 것일까? 아니라면 처음부터 2개의 위가 있기 때문에 군집생활이 가능하도록 진화 된 것일까? 자신을 위한 자기 위와 동료들과 나누어 먹기 위한 사회적 위를 각각 따로 갖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다. 개미라는 이름은 한자로 벌레 ()”에 의로울 ()”를 합한 ()”라고 부르는데 정말로 의리가 있는 동물인 것 같다.


그러면 인간에게도 이타 행동을 하는 선천적인 어떤 특징이 있을까? 아니면 도킨스의 주장대로 이기적인 복제 기계에 불과한 것일까? 인간도 선천적으로 특별한 이타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독일의 막스 플랑크(Max planck)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원 바르네켄(Felix Warneken) 박사는 아직 기저귀를 찬 채로 말도 거의 할 수 없는 18개월 된 유아를 대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유아는 타인을 위해서 옷걸이를 주워주기도 하였고, 책을 쌓아 올리는 일을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일부러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도움을 주지 않아서, 어떤 상황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가 하는 상황 인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오랜 기원전부터 인간의 중요한 논쟁의 주제였던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중에서 누구 주장이 맞는지, 바꾸어서 말한다면 인간은 선천적으로 이기적인지 이타적인지 논하기 힘든 주제다. 아직은 어떠한 조건에서 이러한 특성들이 나타나는 지에 대한 논의들도 분명하지 않다. 이러다가는 어쩌면 미래를 개미에게 넘겨줄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하는 소리도 들린다.


퓰리처상을 받은 책 개미 세계의 여행을 보면 앞으로 지구는 사람 대신에 개미가 지배할 것이라는 다소는 생뚱맞은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상 가장 사회적이고 이타적인 생물은 개미라고 말한다. 공평과 공정으로 함께 돕고 살아가는 이타적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지 않는다면 개미에게 세상의 주도권도 빼앗길 수 있다고 인류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하찮게 보는 동물조차 곤경에 처한 동료를 위해 기꺼이 이타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이 동료를 위한 이타 행동을 보이기는커녕 윤리와 양심도 버리고 이기적 행동에만 탐닉하고 있다면 인간은 말 그대로 짐승만도 못한 동물이란 말을 들어도 변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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