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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11-01 06: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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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자 초상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자궁 속에서 280일 동안 엄마의 혈관과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자란다. 세상에 태어난 후에도 엄마의 심장 소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1950년대에 코넬대 리 솔크 심리학 교수는 산모가 왼손잡이건 오른손잡이건 관계없이 산모의 80%는 출산 후에도 아기의 머리를 심장이 있는 왼쪽으로 안아서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게 한다는 심음설(心音說)을 주장한 적도 있었다.


음악이란 사람의 감정과 결부된 의도적인 음성체계이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도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음악이 아니다. 음악은 평정에서 동요로 바뀌든, 동요에서 평정으로 바뀌든 어떠한 감정전이의 효과가 있어야 한다. 소리를 들으면 신이 나거나 우울해지거나 평온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는 음악이란 이성뿐 아니라 감성에도 영향을 주어야 한다고 전제하기 때문에 서양의 전통음악보다 더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 서양의 전통 음악이 신에게 봉사하는 것이라면 동양음악은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 공자의 음악론은 사람들 간의 관계학이기 때문에 심성과 관련된 치료적 의미가 강하다. 인간관계를 위해 음악이 제공되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연주되었다. 따라서 선비들은 거문고나 가야금 정도는 연주할 줄 알아야 했고, 최소한 퉁소라도 불 수 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동양 전통 음악은 그 자체가 본성이고 자연이었다.


유교의 기본 이론서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말하지만, 한 나라 시대에는 사서육경(四書六經)이 있었다. 시경(诗經), 서경(書經), 역경(易經), 예기(禮記), 춘추(春秋), 악기(樂記)가 그것이다. 공자는 세상을 경영하는 사상으로 인()을 말하였고, 이런 인()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예()와 악()을 강조했다. 요즘 말로 말하면 공자는 음악의 마니아였다.


공자는 35세 무렵 이웃의 제()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제 나라의 소악(韶樂)을 듣고 감동하여 고기 맛도 잊고 석 달 동안 이를 배웠다는 기록이 있다. 공자는 논어 태백(泰佰)편에 시를 읽으며 본성을 일으키고, 예절로써 사람 노릇을 하고, 음악으로 인격을 완성한다(興於詩立於禮成於樂)”고 기록하여 놓았는데, 이는 음악이 삶에서 최고의 경지라는 뜻이다.


()을 실천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선 인을 언급한 시경(诗經)과 서경(書經)을 읽어야 한다. 인이 무엇인지를 알았다면 그 다음에는 인을 실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러니까 인을 이론적으로 공부하고, 공부한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실천하는 예()를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인을 행하는 예()는 단지 밖으로 보이는 겉모습일 뿐이기 때문에 실제로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인을 행하는 방법으로 외형적으로 보이는 예의 모습보다 내면의 실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악()이 중요하게 된다.


공자가 58세 때 거문고를 배운 적이 있는데, 처음에 곡조(曲調)익히기를 시작으로 하여 연주법 알기, 곡조의 뜻 이해하기, 곡에 나오는 인물의 사람 됨됨이 알기 등의 순서로 배웠다. 결국 곡에 녹아있는 인물의 됨됨이까지 알게 되는 마지막 단계에서 공자는 이제야 나는 그 곡 중의 사람 됨됨이를 알겠다. 피부는 검고, 키는 크며, 눈은 빛나고, 멀리 바라보는 것이 마치 사방의 제후국을 다스리는 것 같으니 이는 문왕(文王)이 아니면 누구겠는가?”라고 물었는데, 이에 거문고를 가르쳤던 사양자(師襄者)그것은 바로 문왕을 찬양하는 내용의 거문고 곡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공자는 음악에 대한 이해를 감성 미학적 이해뿐 아니라 소리를 통해 표현하는 사물이나 노랫말 등의 의미도 함께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이 같은 사상 때문에 유교의 기본 사상인 사서육경(四書六經)”에 음악 이론을 기록한 악기(樂記)”가 포함된 것이다. 유교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예술로서의 악()을 매우 중요한 교육수단으로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본성을 실현하는 단초라면, 음악은 덕이 화려하게 실현되는 단계로 보았다. 금석사죽(金石絲竹 : , 경석, 현악기류, 관악기류 등의 악기)은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이고, 시는 그런 뜻을 말하는 것이며, 노래는 그런 소리를 읊는 것이고, 무도는 그런 용태를 동작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의 뜻, 노랫소리, 춤사위를 마음의 근본으로 본다면 그것은 바로 본성이 실현되는 덕을 바탕으로 하고 그 덕을 표현하는 것이 된다.


본성은 바로 도덕행위와의 관계상 본체에 해당하듯이 음악의 본체는 역시 인간의 본성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음악은 단지 악기 소리를 통한 청각적 예술을 넘어, 춤과 시와 음악 등은 모두 윤리도덕 등의 철학 사상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다. 시나 춤에 자연과 삶의 혼(본성)이 들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음악에도 자연과 삶의 본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음악을 모르면 인생의 참 깊이를 모르는 것이다.


이 같은 종합적 예술인 음악의 작곡과 연주는 천자(天子)나 제후의 명을 받아 악관(樂官)이 수행한다. 그래서 음악을 전문적으로 관장하던 악관의 위치는 대단히 높았다. 예악(禮樂)의 실정을 알아서 창작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성자(聖者)라고 불렀고, 예악의 꾸밈을 알아서 그 의미를 훈술(訓述) 할 수 있는 사람을 명자(明者)라고 불렀다. 그리고 명성(明聖)한 사람이 창작하고 훈술하는 것을 술작(述作)이라고 하는데, 공자는 예악을 술작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성왕(聖王)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대 음악에서는 이 같은 철학적 목적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예술지상주의적인 욕망의 실현과 가치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은 더욱 더 인간의 감성을 드러내는 욕구실현의 목적만을 갖게 되고, 더욱 더 자본주의의 맥락 속에서 노래는 곧 돈이 되기 때문에 호주머니에서 돈을 끄집어 낼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든 마다하지 않고, 감각적이고 자극적인 음악이 성행하고 있다. 음악의 진정한 철학적 본성과 가치가 다시 실현되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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