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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리만의 굴욕’ 후폭풍, "러시아가 흔들린다!" - 처참했던 리만에서의 러시아군 퇴각현장, 분노 확산 - 러시아 현지매체, 리만 퇴각 현장 상세하게 보도 눈길 - 차가운 러시아인 반응, 푸틴 강공 결정에 어려움 있을 듯
  • 기사등록 2022-10-04 06: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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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리만의 굴욕' 후폭풍]


러시아가 점령중이던 우크라이나의 동부 도시이자 러시아군에게 핵심적 병참기지 역할을 했던 리만(Lyman)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함락당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핵심 요충지인 도네츠크 리만에서 힘없이 밀려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서 조차 군 지휘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핵심 요충지인 도네츠크 리만에서 힘없이 밀려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러시아 내부에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무능에 대해 비난의 포문을 연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다. 카디로프는 리만 지역 지휘관의 실명을 지칭하며 “그가 병력의 탄약 등 군수품이나 통신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카디로프는 이어 “전장에는 용감하고 규율을 지키고 병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지휘관이 배치돼야 한다”면서 “군에서 족벌주의가 설 땅은 없다. 특히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 신흥재벌로서 용병집단 ‘와그너’의 설립자이기도 한 예브게니 프리고진(Yevgeniy Prigozhin)도 그의 텔레그램에서 “카디로프의 표현은 전적으로 내 스타일은 아니기는 하지만 나는 이 XX들을 발가벗겨서 기관총을 들려 최전방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군 지휘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친 크렘린 성향 싱크탱크인 ‘러스트라트(Russtrat)’의 엘레나 파니나(Elena Panina) 국장은 “(친 크렘린 인사들의) 러시아 군 지휘부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군 지휘부의 물갈이는 분명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엘레나 파니나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처벌하기 위한 강력한 군사적 보복이 없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엘레나 파니나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의 리만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침략 행위”라면서 “지금의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긴급조치를 포함해 전반적인 상황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 친정부 텔레그램 뉴스채널인 리도보카(Readovka)는 논평을 통해 “군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배신보다 더 나쁘다”면서 “군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처참했던 리만에서의 러시아군 퇴각현장]


그런데 러시아인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리만에서 러시아군이 퇴각할 때 보여준 모습이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일간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omsomolskaya Pravda)는 2일(현지시간) 종군기자의 리포트를 실었는데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 러시아에서 유명한 일간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omsomolskaya Pravda)는 2일(현지시간) 종군기자의 리포트를 실었는데 내용이 매우 사실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이 매체의 리만에서의 러시아군 철수작전 내용을 크게 보도했다.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는 이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약 23,000명 정도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우리의 방어선을 뚫었다”면서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이 퀭한 눈(empty eyes)을 한 채 겨우 리만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이어 “이곳의 병사들은 끝까지 싸울 수 있었지만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철수했다”면서 “포위되거나 포로로 잡혔을 때의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한 “리만에 머물던 마지막 수일간은 병사들의 탈영과 지휘부의 계획 부족, 보충병 지연 등에 시달려야 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더불어 “(우크라이나군이 리만을 탈환함으로 인해) 이들은 더욱 더 공격적이 될 것”이라면서 “아마도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챤스크 등 루한스크 북부 최대 도시로 진격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루한스크 지역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NYT는 이 기사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은 솔직한 기사”라고 평가했다. NYT는 또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리만 주변 곳곳에 숨은 러시아 이탈병들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만주민들, 러시아 편입 사실 전혀 몰랐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4곳에 대한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또 이를 공식 추인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리만 주민들은 그러한 사실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NYT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 리만을 탈환한 후 리만이 단 하루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에 편입됐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자신의 아파트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주전자에 물을 끓이던 올레나 하리코우스카는 지난 9월 30일 푸틴 대통령이 리만을 러시아의 일부로 선언했다는 NYT 기자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하리코우스카는 (러시아의 합병과 관련한)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면서 “이 소식을 들으니 '그들은 나 없이 나와 결혼했다'라는 속담을 떠올라 재미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는 그러면서 “리만 곳곳에는 러시아군이 급하게 퇴각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거리에는 러시아 군용차량이 불에 탄 채 방치돼 있는가 하면, 도시 외곽에는 러시아군 시신이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날 “러시아가 또다시 리만을 점령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면서 “리만 주민들은 전쟁이 완전히 끝나야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우리를 너무 힘들게 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평화”라고 말했다.


WSJ은 또한 “2일 오전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병력 일부는 리만 시의회 건물에서 러시아 국기를 내리고 지난달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진 러시아 합병 선거에 사용된 선거 광고물을 모아 불태웠다”면서 “선거 광고물에는 '러시아와 돈바스 영원히'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주목되는 러시아의 대응]


이렇게 리만이라는 도시의 함락은 러시아군에게는 정말 치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리만을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 공략을 위한 병참 기지로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러시아에게는 더욱 충격적이다.


그래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리만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서쪽과 남쪽으로 병력과 물자를 보내는 보급로 선상에 있는 도시”라며 “이 보급로를 잃으면 러시아군은 매우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영국의 가디언지도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30일 돈바스와 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조약에 서명하며 ‘이 지역은 영원한 러시아 땅’이라고 선언한 지 몇 시간 만에 리만을 빼앗겼다”며 “우크라이나가 푸틴에게 굴욕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앞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데 푸틴이 이에 대한 대응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고려점은 라시아 내부의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 내부에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30일,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는 '사람들의 선택: 함께 영원히'라는 제목의 콘서트가 열렸다.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의 병합 조약 체결을 기념하는 행사로 푸틴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점령지 4곳의 친러시아 수장 4명과 함께 무대 위에 올라 합병을 선언하고 축하했다. 그리고 러시아 유명 가수들이 나와 공연도 펼쳤다.


이 정도 수준의 행사라면 당연히 분위기도 달아올랐을 것이고, 자발적으로 엄청난 인파가 모였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4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합병 투표에 참여했고 러시아와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오늘의 승리는 우리 군인과 돈바스 민병대 등이 이룬 것으로,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시하기 위해 ‘만세’를 외칠 것을 제안한다”며 3번 연속 '만세'를 외쳤다.


이에 대한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영국의 BBC는 “이번 행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지지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기획됐다”면서 “무대와 관객석 곳곳에서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고 수 만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중계 카메라와 외신 기자들의 카메라에는 무표정한 러시아인들이 포착됐으며, 푸틴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행사장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이들 중 상당수는 정부 기관 등에서 강제로 동원됐다”면서 “일부는 800루블(약 2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참석했다”고 전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24 TV는 붉은광장 근처에 수십 대의 버스가 주차된 모습을 보여주며, “러시아 전역에서 사람들이 동원됐다”고 보도했다.


BBC도 "축하하는 분위기가 아니고 비참한 분위기였다”면서 “사람들은 대부분 노래를 부르지 않고, 손뼉을 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BBC는 이어 “자발적으로 참석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상부 압박을 받고 단체 버스에 실려 왔다”면서 “일부 참석자들은 왜 거기에 있는지 말하기를 거부했고, 아예 이 행사가 무엇인지 모르고 온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상황이 이 정도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분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이는 러시아가 뒤집어질 일이다. 그게 과연 가능하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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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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