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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위기감 느낀 푸틴, 불안한 러시아 - 동원령 민심 악화에 "살수 바로 잡겠다“는 푸틴 - 30만명 징집병 희생커지면 러시아 민심 흔들릴 수도 - 푸틴 동원령,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하는 잘못된 선택
  • 기사등록 2022-10-01 13: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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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령 실수 바로 잡겠다“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 실수를 바로잡겠다”면서 급격하게 흔들리는 러시아 내부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내부 단속과 대응에 나섰다.


▲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부분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수가 바로잡혀야 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부분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실수가 바로잡혀야 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불법 동원 사례를 조사해 잘못 징집된 이들을 귀가시키고, 검찰총장이 위반 사례에 대해 즉각 대응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은 “동원령이 군 경험과 기술이 있는 예비군을 대상으로 하며, 동원 후에는 반드시 추가 훈련을 받아야 한다”며 “이 같은 동원령 기준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독립국가연합(CIS) 정보기관장들과 영상회의에서 “서방이 혁명과 정국불안을 꾀하고 있다”며 “서방은 어느 나라에서든 색깔 혁명과 유혈사태를 일으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면서 내부 단속도 주문했다.


여기서 푸틴이 말한 색깔 혁명이란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장미 혁명’, 이란 ‘녹색 혁명’ 등 구소련권을 포함해 2000년대 들어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일컫는 용어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우리의 지정학적 반대자들과 적들은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면서 누구든 배신하고 어느 나라든 위기의 그라운드제로(대폭발의 원점)로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푸틴은 또한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일부 CIS 국경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물론 이 모든 것이 소련 붕괴의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서방이 아시아-태평양과 CIS 지역에서도 긴장 고조를 획책하고 있다”면서 “외부로는 안보, 내부로는 안정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푸틴의 이러한 발언은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린 뒤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져 수천 명이 체포되고 2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등 러시아 내부에서도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힘을 잃게 되면서 최근 구소련권에서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키르키스탄-타지키스탄에서 국경 분쟁이 일어나고 있고, 조지아가 러시아로부터 남오세티야 압하지야 수복을 노리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지시가 주는 의미]


푸틴이 이렇게 동원령 이후 잘못된 징집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하면서 이에 대한 시정을 지시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우선 최근 러시아에서는 동원령 집행 과정에서 노인과 환자, 장애인 등 복무가 불가능하거나 면제된 이들까지 무차별로 징집하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는 “지난 9월 21일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발표한 것에 대해 크렘린궁의 공식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강력하게 제기되었다”면서 “이러한 비판은 7개월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밝혔다.


평소에 강력한 크렘린 지지자였던 러시아 국영 RT뉴스의 마르가리타 시모얀(Margarita Simonyan)도 지난 9월 24일 “잘못된 동원령이 많은 사람들을 격분시키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드미트리 패스코프(Dmitry Peskov) 크렘린궁 대변인은 9월 26일 “전시동원령을 집행하는 일부 주와 국방부가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잘못된 명령은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러시아 내부에서의 가장 큰 불만 가운데 하나는 전쟁 동원령이 무차별적으로 집행되는데다 동원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들까지도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강제징집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녀가 많은 부모와 60세 이상의 남성까지도 징집되는 경우가 있었다. 원래 동원령의 가이드라인으로는 이들은 징집 대상이 아니다.


또한 러시아내의 소수민족들을 집중적으로 동원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당국은 당초 군복무 경험이 있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동원령을 내리겠다고 밝혔으나, 소수민족 지역에선 군복무 경험이 전무한 이들까지 징집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선 러시아 당국이 수도와 중심지 젊은층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난한 소수민족 지역에만 전쟁 부담을 지우고 있단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전쟁터로 불려가는 동원소집 대상자의 비율이 도시보다 지방·소도시에서 훨씬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러시아 내부에서 동원소집 편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전쟁에 대한 찬반이나 푸틴에 대한 지지 여부 등 입장을 가리지 않고 나오는 분위기”라면서 “전쟁 찬성론 관련 글을 주로 올리던 인기 블로그 '리바르'도 ‘건강 문제가 있거나 전투 경험이 없는데도 동원 소집 통지를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엄청나게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중앙유럽대학에서 러시아의 민군 관계를 연구해온 키릴 샤미에프 교수는 “크렘린궁은 늘 하던 대로 하고 있다. (정책의) 첫번째 조건은 푸틴의 집권 연장이다. 바로 그 때문에 일부 농어촌·소도시에서 징집 비율이 크게 높다”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저항할 가능성이 더 낮을 것으로 보기 때문에 중심부보다 외곽에서 동원소집 대상자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21일 푸틴 대통령이 동원령을 내린 뒤 각지에서 시위가 벌어져 수천 명이 체포되고 2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해외로 도피하는 등 러시아 내부에서 불안정이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에서의 불안정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위상이 급격하게 하락되면서 그동안 러시아와 사실상의 동맹관계를 유지해 왔던 과거 소련의 옛영토 국가들마저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는 것에 대해 푸틴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전통적으로 친 러시아국가였던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징집을 피해 도피한 러시아인들을 추방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 주기로 해 주목을 끌었다.


[불안감 커지는 푸틴, 어떤 선택할까?]


문제는 국내외적으로 확대되는 푸틴을 향한 불안감이 푸틴의 향후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하는 점이다. 사실 전쟁동원령은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푸틴의 지지율을 크게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푸틴은 동원령 카드 사용을 애써 자제해 왔었다. 그러나 상황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흘러가자 결국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훈련도 제대로 안되어 있는 예비군들을 동원해 소기의 목표를 이룬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독재자는 당연히 계속 불안해 할 것이고, 동시에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도 뻔한 상황이 푸틴의 앞에 놓여 있다. 그리안해도 군수물자와 무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려 30만명을 전쟁터로 내몰게 되면 그 다음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스탈린식 전쟁을 2022년에 치르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니 이제는 러시아군의 사망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에는 러시아 당국이 사망자수의 은폐에 급급하면서 진실을 숨겨왔지만 30만명의 예비군까지 투입된 상황에서는 전장의 현실이 그대로 러시아내의 가족들에게 전파될 수밖에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패배 전황은 예전과는 다르게 러시아 내부로 깊숙하게 파고들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9월 30일 현재 러시아군의 사망자수는 최소 5만 9080명이다. 부상자수까지 합친다면 10만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 2월 24일 20만여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그나마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변변한 무기조차도 없는 징집병들의 희생자는 얼마나 늘어날지 차마 말하기조차 두려울 정도다.


결국 푸틴의 동원령은 푸틴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인도자가 될 것이다. 특히 절대 해서는 안될 동원령까지 내린 마당에 핵전쟁인들 못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이미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 선택을 푸틴이 해버린 상황에서 푸틴으로 인하여 벌어진 피와 생명을 집어 삼키는 전쟁이 쉽게 끝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독재자는 오직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민들의 피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 결국 러시아 국민들이 선택해야 한다. 커지는 러시아인들의 불안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독재자를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결단을 러시아 국민들이 과연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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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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