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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본색 드러낸 우크라 점령지 주민투표 - “집수색에 해고위협, 투표함은 투명” - 러시아, 4개주 ‘합병’후 우크라 청년에 동원령 전망 - 젤렌스키 "러 점령지 주민투표, 강력 규탄"
  • 기사등록 2022-09-24 13: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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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수색에 해고위협, 투표함은 투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 대한 주민투표가 세계인들을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는 한마디로 공포 분위기 가운데 러시아가 원하는 대로 투표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고 있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물론이고 이를 바라보는 세계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의 주민투표는 투표날에도 곳곳에서 포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군인들이 집을 수색하고 투표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투표의 기본 조건과 원칙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었다.


▲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 참석하지 않으면 즉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당국이 위협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투표 결과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주민투표에 참석하지 않으면 즉시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당국이 위협하고 있으며, 주민들은 투표 결과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그러면서 “이같은 방식으로 지난 2014년에 주민투표를 했던 크름반도에서는 97%의 찬성률이 나왔다”고 전했다.


현재 주민투표가 진행중인 곳은 친러 성향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세워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으로, 이들 점령지는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약 15%에 달한다.


그런데 이날 진행된 투표 현장은 그야말로 공포 분위기가 이어졌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에 따르면 루한스크주 빌로보드스크에서는 한 회사 대표가 직원들에게 투표를 강요하면서 이를 거부할 경우 해고하고 보안국에 통보하겠다고 위협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스타로빌스크에서는 러시아 당국이 투표 기간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금지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가택을 수색한 뒤 투표에 참여하도록 했다"며 "사람들이 집 부엌이나 마당에서 아무런 비밀보장도 없이 종이쪽지를 채워야 했다"고 말했다.


하이다이 주지사가 언급한 것처럼 이날 주민투표는 그야말로 공산주의 사회에서의 투표가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실제 이날 현장에서는 선관위 직원이 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투표함을 목에 건 채 투표지를 수거하는 모습이 러시아 관영 매체의 보도 사진으로도 확인됐다. 투표 강요 행위와 비밀투표가 아닌 완전한 공개투표가 강행되었다는 것이다.


유리 소볼레우스키 전 헤르손 지역의회 부의장은 "러시아도 이렇게 급하게 투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몹시 당황한 분위기"라며 "지원도 없고 사람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한편,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점령지 곳곳에서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 루한스크 친러시아 민병대는 “투표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오전 6시 15분께 우크라이나군이 스타카노프 마을에 로켓 6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에서는 도네츠크와 주변 도시인 야시누바타가 포격을 받았다”고 현지 친러시아 행정부가 밝혔다.


이반 페도로프 전 자포리자주 멜리토폴 시장은 투표 시작 전인 오전 7시께 큰 폭발음을 들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주민들이 집을 나서기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투표는 오는 27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준비 과정의 여러 제약 탓에 전자투표 대신 전통적인 종이 투표지를 쓰는 식으로 투표가 치러진다”고 설명했다.


안전 문제로 첫 나흘간은 선관위 직원들이 주민들의 집이나 주거지 인근 시설을 찾아가 투표지를 수거하고, 마지막 날인 27일 하루만 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다.


[주민투표 문제없이 진행된다는 러시아]


이날부터 시작된 주민투표에 대해 러시아와 점령지 행정부는 투표가 문제없이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투표는 아무도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할 근거가 없는 방식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주민들의 의지의 표현은 유엔 헌장과 국제 규범을 준수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공포분위기와 공개투표 방식으로 투표가 마무리된다면 투표는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되고 러시아 영토로의 편입 절차도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러시아 '사회마케팅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점령지 주민의 약 80~90%가 러시아로의 영토 편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전 분위기 띄우는데 여론조사까지 동원된 셈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주민투표를 통해 영토 합병이 결정될 경우 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투표 이후 이들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러시아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것인지 질문에 “말할 필요도 없다”고 단언했다.


[러시아, 4개주 ‘합병’후 우크라 청년에 동원령 전망]


그런데 문제는 러시아가 이들 4개주에 대한 합병을 선언한 다음 이곳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청년들을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 방패막이로 삼아 싸우게 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자포리자주의 러시아군 점령 북쪽 경계선인 에네르호다르시에서 러시아 통제 당국이 투표 전날인 22일부터 18세~35세 남성의 도시 밖 외출을 금지시켰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러시아가 합병을 발표한 직후부터 청년들을 군대로 끌고갈 것이 분명하다면서 울먹였다. 이는 그야말로 비극적 사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청년들이 러시아군으로부터 훈련을 받고 같은 국민인 탈환 작전 우크라 군대와 맞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푸틴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과 함께 ‘합병 쇼’가 불러올 치명적인 상황으로 지적되어 왔다.


사실 우크라이나인을 소집해 우크라군과 싸우도록 한 경우는 이미 오래 전에 있었다. 2014년에는 크름반도 합병 한 달 뒤에 돈바스 지방 러시아 접경 지역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한 루한스크주 및 도네츠크주 ‘인민공화국’은 청년들을 소집해 우크라군과 싸우게 했다.


당시 ‘인민공화국’ 주도 세력은 러시아계 주민들이며, 당시 1년 동안 우크라 중앙정부 군대와 양 ‘공화국’ 군대 간의 전투로 1만4000명이 전사했다. 당시 러시아가 무기는 물론 병력까지 위장 지원해 이 전쟁은 실질적으로 우크라와 러시아 간의 싸움으로 인식되고 있다.


NYT는 이번 주민투표에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병합하면, 아무리 국제사회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한다 해도 이 지역을 러시아 본토로 방어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전세계로 보낼 수 있다”며 “특히 핵무기가 등장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러 점령지 주민투표, 강력 규탄"]


이러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투표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점령지 4곳에서 시작된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와 관련, 정례 대국민 연설에서 “투표는 명백하게 규탄당할 것”이라며 “사이비 투표에 대해 전 세계가 절대적으로 공정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각국의 대응을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주민투표에 대해 “국제법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법을 위반한 범죄”라고 덧붙였다.


[반발하는 서방, G7 “추가 대가 치르게할 것”]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주민투표에 대해 서방 주요 7개국(G7)은 23일(현지시간)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훼손한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주권을 행사하는 영토의 지위를 바꾸려고 가짜 주민투표를 통해 허위 명분을 만들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한 G7 정상들은 “러시아의 행동은 유엔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며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법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서두르면서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주민을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와 (러시아가 앞세운) 대리 정부가 오늘 시작한 가짜 주민투표는 법적 효력이나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북대서양이사회(North Atlantic Council)는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지역에서 치러지는 가짜 투표는 합법성이 없으며 유엔 헌장의 노골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일부를 합병하려고 크렘린이 가짜 투표를 조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장관도 “러시아가 심은 점령 지역 관리들이 사전 설정된 투표율과 지지율을 확정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와 관련해 “군사적으로 얻지 못할 것을 정치와 투표로 얻으려는 푸틴의 계략일 뿐”이라며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아무도 병합을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기에 푸틴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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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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