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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푸틴의 동원령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 30만명 예비군 동원령 집행 시작한 러시아, 전투능력 의문 - 러시아내 반전 여론 확산, 푸틴 정치기반 흔들 수도 - 고립된 러시아, 우방마저 등돌려
  • 기사등록 2022-09-26 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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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명 예비군 동원령 집행 시작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궁지에 몰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선포하고 곧바로 집행에 들어갔다. 일단 대학생을 제외한 18∼27세 남성 중 1년간 의무 군복무를 마친 예비역 30만명이 징집 대상이 되면서 러시아 곳곳에서 가족과 생이별하는 장면들이 포착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소셜미디어에서 생살을 뜯기는 심정으로 가족을 전장으로 떠나보내는 러시아인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위터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동부 시베리아 도시 네륜그리의 입영센터로 보이는 한 종합운동장 건물에서 동원소집 대상 남성들이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대다수는 울음이 터진 모습이었고, 일부는 슬픔을 가리려 입을 가린 채였다”고 전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학생 신분이라는 드미트리는 한 현지 언론에 “아침에만 해도 아무런 얘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동원소집 통지를 받았다”면서 “오후 3시까지 여기(입영센터)로 오라는 내용이었는데, 여기서 한 시간 반 정도 기다렸는데 입영 장교가 나타나더니 당장 떠난다고 한다”며 당황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BBC 기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또다른 동영상에서는 한 아기가 “아빠 안녕! 꼭 돌아오세요”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푸틴은 이렇게 엄청난 도박을 시작했다. 동원령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권을 침해 또는 제한하는 결과를 수반한다. 이는 이러한 동원령 자체가 국민들의 암묵적 지지를 받아야 하고, 동원된 이들에게서도 동원에 기꺼이 찬성하는 의지들이 있어야만 동원령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푸틴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비군 동원령은 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럼에도 결국 동원령을 내렸다는 것은 ‘특수군사작전’이라 부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결국 패배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의 동원령은 우선 명분 싸움에서 확실하게 진 것이다.


이젠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2라운드로 들어간다. 푸틴은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전시동원령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전세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러한 푸틴의 도박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전투 의지·능력도 없는 예비군]


그러나 푸틴의 명운을 건 이번 전시동원령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번 동원령이 전투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우선 소련 붕괴 이후 동원령 자체에 대한 준비를 전혀 대비해 오지 않았다. 냉전 시기에는 평시 병력 340만명에 동원령 발령시 1~2주내에 500만명을 동원할 체제를 갖추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120만명의 보급창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동원된 예비군이 입대하면 즉각 이들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전투요원으로 보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후 러시아군은 전시동원령에 대한 준비 자체를 전면 포기했다. 대신 10만명 수준에서 임시편성 부대를 만들고 이를 전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동시에 지난 2009년부터는 징집 병사들의 복무기간도 1년으로 줄였고, 모병으로 100만명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모병 자체가 쉽지 않아 러시아군은 그동안 사실 상당히 고전을 해 왔다.


문제는 지금의 러시아군 병력은 국내 방어에 집중되어 있어서 해외 파병 자체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단 징집병들은 원칙적으로 해외 파병을 할 수 없다. 그래서 기껏해야 모병인력 중심으로 20만~30만명 정도만 해외 파병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 20만명을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때 투입했으나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추계에 따르면 사망 5만5500여명을 비롯해 부상자까지 합치면 10만명 넘게 손상을 입었다. 이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은 사실상 와해되었다고 보면 된다. 지금 우크라이나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패퇴하는 데는 바로 이런 이유가 있다. 전투에서 병력이 20% 정도만 손상돼도 전투 능력이 바닥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러시아군 체제에서 예비군 30만명을 동원한다고 해서 과연 그들이 전투능력을 제대로 갖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적으로 이들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력과 전투력이 제대로 갖춰질 수가 없다. 겨우 12개월 근무하고 전역한 이들에게서 전투력을 기대하기도 힘들고, 이미 바닥이 난 러시아군의 장비와 물자가 제대로 보충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의 전투 의지다.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퇴각한 러시아군들이 남긴 편지 등을 통해 러시아군의 사기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푸틴 표현대로라면 전쟁도 아니고 특수군사적전에 투입되어 전투를 하려는 사명감도, 의지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렇다면 푸틴의 전시동원령에 의한 예비군들은 우크라이나에 투입되어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러시아군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신호이자, 실패의 신호일 수도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2: 러시아내 반전 여론 확산]


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중요한 원천중의 하나가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이다. 또한 승리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국민들에게 충만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자녀들이 전쟁터에서 희생하더라도 국가를 위한 자부심으로 넉넉히 이겨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러시아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푸틴은 러시아 민족주의를 동원해 선동하지만 그동안 이웃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만 여겨졌던 것이 러시아 안방의 핵심 이슈를 차지하게 되면서 국민적 시선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푸틴 정권 자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푸틴 정권은 시위에 참여하면 최대 15년형까지 때릴 수 있다면서 협박하지만 이미 시위는 러시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여기에 그동안 푸틴의 소위 특수군사작전을 옹호하던 국영언론들에서마저 갑론을박이 이루어지면서 러시아내 분위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시위가 단순한 민주주의 쟁취 같은 개념적 차원이 아니라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이 걸린 생존 차원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정권이 아무리 압박한다고 식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어차피 희생자가 나오게 될텐데 이렇게 되면 시위는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런 차원에서 한 시위자는 “그들이 빼앗아 갈 수 있는 가장 귀중한 건 우리 아이들의 목숨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이 말이 앞으로의 러시아내 반전시위의 성격과 방향을 말해준다. 이런 국민적 반발을 푸틴이 과연 이겨나갈 수가 있을까?


▲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전역에 대한 주민투표 발표가 나온 이후 튀르키예, 인도, 중국 등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하던 일부 러시아 우방국들마저 인내심을 잃고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3: 고립된 러시아, 우방마저 등돌려]


영국의 유력일간지인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전역에 대한 주민투표 발표가 나온 이후 튀르키예, 인도, 중국 등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하던 일부 러시아 우방국들마저 인내심을 잃고 등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어 “연이은 패배로 전세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 동원령 선포와 핵위협이라는 초강수를 꺼낸 것이 사실상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친러 성향의 우호국들까지 태도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특히 “서방과 러시아의 중재 역할을 하던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합병을 위한 주민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질타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해왔던 인도도 더 이상 '러시아 편들기'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모디 총리가 푸틴 면전에서 ‘전쟁을 그만 두라’고 질책했던 것을 상기시켰다.


뿐만 아니라 가디언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동맹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번주 나온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은 분명히 푸틴 대통령의 도박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푸틴 대통령에게 개인적 차원에서 핵무기 사용을 직접 경고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도 나오고 있으며, EU에서는 8차 대러제제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푸틴 개인에게 이번 전쟁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의 러시아 권한 제재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다. 한마디로 러시아의 푸틴이 전 세계의 빌런(villain, 악당)으로 등극해 버린 것이다.


[“푸틴은 핵무기 사용하지 못할 것”]


가장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푸틴이 만약 핵무기를 사용하는 경우 푸틴도, 러시아도 해체될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만 한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푸틴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폭발 효과는 크겠지만 군사적 이점은 전혀 없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WSJ은 이어 “푸틴의 핵무기 사용 운운은 푸틴의 절망감을 표시한 것”이라면서 “미국은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해 초집중적 감시를 하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WSJ은 그러면서 “푸틴의 핵무기 엄포는 단지 분위기 고조를 위한 발언일 수도 있다”면서 “그동안 우크라이나에서의 미사일 수행 능력을 봤을 때, 핵미사일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발사될 것이라는 장담도 못하는 처지에 만약 발사 실패라도 한다면 러시아는 붕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핵 발사 명령이 내려져도 크렘린 지도부가 이를 따를지도 의문”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이러니 푸틴의 전시동원령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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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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