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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11 13: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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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집 사람에게 큰 소리를 치는 경우가 있다. 집 사람이 조금씩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 내 마음이 급해진 탓이다. 평생 사람의 마음을 공부했다는 나도 집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속상하다. 내 마음에 맞지 않아서 나를 좀 이해해 달라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늘 나에게 맞춰 행동하기를 바라다가 나이 먹어 이제 내가 상대에게 맞추며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색하기도 하지만 순간순간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알게 되기도 한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내 악기 소리만 크게 내면 연주회를 망치게 된다는 단순한 논리와 같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협주 음악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내 악기의 소리를 남의 악기의 소리에 맞추어야 하듯이 이제 나도 집안의 아름다운 화음을 위해서 집 사람의 마음에 내 마음을 맞추며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하겠다


지금도 큰 소리를 치고 나면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후회도 해보지만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난다. 더욱 수양하는 마음을 다짐하고 다짐해 보지만 항상 그 때뿐이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저절로 목소리가 커지는데 마음의 브레이크를 잘 쓰는 마음의 수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살고 있는 부족은 쓸모없는 나무를 제거해야 할 때면 온 부족민이 모여 그 나무를 향해 넌 필요 없는 나무야!, 넌 이제 아무런 가치가 없어!”라고 소리를 크게 외친다고 한다. 도끼나 톱으로 자르는 대신에 그렇게 계속해서 큰 소리로 쓰러져라! 쓰러져라!”하고 외치면 정말로 얼마 안 가서 나무가 시들어 죽는다고 하니 입살(口煞)이 곧 보살(補乷)이 되는 것이다. 화가 나서 소리를 크게 지르게 되면 서로 거리를 멀어지게 할 뿐만 아니라 영혼도 죽게 만들지 모른다.


인도의 영적 스승이라고 일컫는 바바(Meher Baba : 본명 Sheria Irani : 1894~1969)는 이런 문제에 대해 가상적으로 스승과 제자들의 대화를 예를 들어 설명 한다. 어느 스승이 제자들과 함께 강가에 가서 목욕을 한다. 강으로 내려가려는데 강가에 있던 어떤 남녀 한 쌍이 서로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여자가 목욕을 하던 중에 목걸이를 분실했는데 남자가 그녀의 행동을 심하게 질책하며 언성을 높여 소리치는 것이다.


스승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에게 사람들은 화가 나면 어째서 소리를 지르는가?”하고 물었다. 제자들은 잠시 생각하다 어느 제자가 말했다. “평정심을 잃었기 때문에 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닐까요?” 또 다른 제자가 말했다. “분노에 사로 잡혀 이성이 마비되었기 때문인가요?” 스승이 다시 다음과 같이 물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바로 앞에 있는데 굳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큰 소리로 말해야 더 잘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조금 조용히 말해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스승은 사람들은 어째서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가?” 하고 계속해서 이어갔다. 제자들은 제각기 각자 여러 이유를 내놓았지만 누구의 답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침내 스승이 조용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화가 나게 되면 서로의 가슴이 멀어졌다고 느낀다. 그래서 그 만큼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소리를 크게 질러야 멀어진 상대에게 자기 말이 닿을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화가 날수록 크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소리를 더 크게 지를수록 상대방은 더 화가 나고 그럴수록 둘의 가슴은 더욱 멀어진다. 그래서 목소리는 갈수록 더욱 커지는 것이다” 


스승은 처음부터 크게 소리 지르며 싸우는 남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면 두 사람의 가슴은 아주 멀어져서 마침내는 서로에게 죽은 가슴이 된다. 죽은 가슴에는 아무리 소리를 크게 쳐도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큰 소리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스승은 말을 이어간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사랑을 하면 부드럽게 속삭인다. 두 사람의 가슴(마음)의 거리가 상당히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에게 큰 소리를 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깊어지면 두 사람의 가슴의 거리가 사라져서 어떤 말도 필요 없는 순간이 온다. 두 사람의 영혼이 완전히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 때는 서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눈짓만 보아도 상대방의 뜻을 이해하게 된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것이 사람들이 화를 낼 때와 사랑할 때 일어나는 현상의 차이다.


스승은 제자들을 보며 말했다. 논쟁할 때 서로의 가슴이 멀어지게 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다고 해서 소리를 질러 서로의 가슴을 더 멀리 밀어내서는 안 된다. 계속해 소리를 지르면 그 거리를 회복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돌아갈 길을 못 보게 된다. 연인, 가족, 부부 사이에 서로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를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 있는 지침이다. 화가 나면 상대방의 마음이 달라져 보이기 때문에 더욱 멀게 느껴진다. 그것이 화의 작용이다. 반면에 서로 사랑을 하면 가슴의 문을 열어 멀리 있는 사람도 가깝게 느껴지게 된다. 그것이 사랑의 작용이다.


갈등의 10%는 의견의 차이에서 오지만, 나머지의 90%는 전적으로 적절치 못한 목소리와 억양 때문에 온다는 심리 전문가의 연구 자료가 있다. 목소리 크기가 클수록 옳음의 기준을 알려주는 척도가 더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다.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가슴이 멀어졌다는 증거다. 그래서 자기 말이 들리게 하려고 더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마의 소리를 자녀가 이해할 수 없으므로 가출을 하는 것이고, 노동자 소리를 사장이 잘 알아듣지 못하니 거리로 나오고, 국민들의 참 소리를 정부가 듣지 못하기 때문에 마이크를 크게 틀어 놓고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 노사 간이나 정부와 국민 간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큰 소리를 지르고 나면 당연히 양자 간의 가슴은 서로 침묵하게 되고 그 결과 소통의 길은 막히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자주 소리를 지르는 경향이 있다. 낯선 사람들에게 이유도 없이 소리 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 사랑해 주어야 할 사람에게 소리를 질러서 더 크게 상처를 주는 셈이다. 목소리 크기는 상대방 가슴(마음)의 거리와 비례한다


그래서 소리를 지를수록 그만큼 더욱 관계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소리를 지를 때 더 큰 고통을 받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불붙은 석탄불을 던지는 사람은 자신부터 화상을 입게 되어 있다. 내가 화를 내면 그러한 행동은 나를 그와 더 멀리 고립을 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내가 화를 낼 때 혹시 다시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멀어진 관계 속에서 소리만 지르고 있는 못난 사람은 아닌지 깊이 나를 생각해 봐야 한다.


상당히 다정한 관계를 묘사하는 첩첩남남(碟碟喃喃)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목소리로 즐겁게 말을 주고받는 모양이나 남녀가 마음이 맞아 서로 정답게 속삭이는 모습을 말한다. 가슴이 더 멀어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소리치지 않기, 작은 목소리로 말하기 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속도를 빨리 제어할 수 있는 마음의 브레이크를 조작할 줄 알아야 한다.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게 되면 인간이 된 것이고, 마음이 빨라 브레이크를 놓치게 되면 미친 것이 된다. 그래서 마음이 느려지면 성자(聖者)가 되는 것이며, 마음이 멈추게 되면 드디어 신()이 되는 것이다


가족 간에 서로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가슴이 상통하는 성자가 될지, 마이동풍(馬耳東風)처럼 마이크를 켜고 큰 소리를 쳐도 마음이 통하지 않는 벽창호와 같은 사람이 될지는 순전히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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