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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반도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 “中 반도체 육성 펀드 책임자 비위 혐의로 조사” - 반도체기금의 부패 의혹, 中반도체 현실 그대로 드러나 - 무지하고 무능한 중국정부, 반도체 지원금이 부패의 온상
  • 기사등록 2022-07-31 06:59:32
  • 수정 2022-07-31 07: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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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육성 펀드 책임자 비위 혐의로 조사”]


60조원대에 달하는 중국의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 책임자가 비위 혐의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제 매체 차이신은 2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의 딩원우(丁文武) 총재가 현재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로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29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국가 반도체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일명 대기금)의 딩원우(丁文武) 총재가 현재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로 관계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딩운우 총재가 마지막으로 공개 석상에 나타난 곳은 지난 16일 푸졘성 샤먼에서 열린 제6차 지웨이(集微)반도체 정상회의다. 중요한 것은 딩운우 총재가 맡고 있는 역할이다. 지난 2014년 대기금의 총재로 임명된 딩 총재는 현재 총 3천429억 위안(약 66조원)에 달하는 대기금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주식회사의 수장이다.


우리가 흔히 ‘빅펀드’라 말하는 ‘대기금’은 중국 재정부가 일부 금액을 출자하고, 여러 주요 국유기업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보태 조성한 국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라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좌우하는 모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이 대기금을 통해 반도체 생산, 반도체 설계, 패키징·테스트, 설비·재료 등 업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4년 처음 조성된 1차 대기금 1천387억 위안(약 26조7천억원)의 투자 대상 업체가 '중국판 TSMC'인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칭화유니(紫光集團) 계열 메모리 업체 YMTC(長江存儲), 상하이화훙(上海華虹), '중국판 퀄컴'인 시스템온칩(SoC) 설계사 UNISOC(쯔광잔루이;紫光展銳) 등일 정도로 실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는 1기 대기금 투자가 완료된 가운데 미중 무역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반도체 전쟁'이 본격화하자 2018년 2천42억 위안(약 39조3천억원) 규모의 2기 대기금을 조성해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자립을 목표로 보다 다양한 기업에 투자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자금 지원 과정에 다양한 부패들이 끼어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딩운우 총재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로 조사 대상이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대기금 관련 임원들이 규제 당국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었다.


실제로 딩운우 총재가 정부 기관의 조사를 받기 전 국가개발은행 개발기금관리부 전 주임이자 화신투자관리(시노IC캐피털 Sino IC Capital)의 전 총재인 루쥔(路軍)이 ‘위기위법(违纪违法·기율과 법을 어긴다)’ 혐의로 지난 15일 중국 공산당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도 화신투자관리의 가오쑹타오(高松涛) 전 부총재가 비위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가오쑹타오는 2019년 11월부터 중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 목표에 따라 만든 ‘국가제조업전형승급기금’의 총경리를 맡았던 자이다. 다시 말해 앞에서 중국 반도체 굴기를 위해 만들었던 바로 그 빅펀드를 책임지는 핵심 인사, 그것도 자금을 굴리는 인사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대기금이 소유·관리 분리 원칙 아래 자금 조성과 중요 전략적 판단은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주식회사’가 하고, 일상적 투자 관리 업무는 대기금 운영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화신투자관리’가 담당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기금의 총체적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기금의 부패 의혹, 中반도체 현실 그대로 드러나]


사실 중국의 반도체 관련 대기금의 부패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그동안 정부지원금은 ‘눈먼 돈’이라는 수식어가 일상처럼 퍼져 있었다.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다.


28일에도 반도체 등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현직 장관인 샤오야칭 공업정보화부장이 비위 의혹으로 사정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정도면 반도체 지원관련자들에 대한 사정 한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도대체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다.


현재 샤오 부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로 조사받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가 공업정보화부장이 되기 직전인 2016∼2019년 대기금 조성에 동원된 국유기업 관리를 총괄하는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수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대기금 조성 및 운용 책임과 무관치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래 중국 정부가 엄청난 재원을 반도체 기금으로 조성할 때, 중국내 해와기업들을 제외하면 10%도 채 안되는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높인다는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내부에서조차 부패와 비효율 문제로 상당한 재원이 허투루 쓰이고 결과적으로 국가의 전략 목표 달성이 지체됐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당국의 무지와 기업주의 만용과 부패가 뒤섞인 사례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중에서도 수십조원이 투입됐지만 생산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좌초된 우한훙신반도체제조(HSMC)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에는 ‘차오산(曹山)’이라는 반도체 사기꾼이 연루되어 있다. 차오산은 2017년 중국 전역을 돌면서 여러 지방 정부에 반도체 합작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그는 ‘TSMC 부사장’ 같은 가짜 명함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담한 사기 행각을 펼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곳이 후베이성 우한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였다.


이후 둥시후구는 7나노 칩을 만드는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하고 우한홍신반도체(HSMC)라는 합작 기업을 만든다. 무려 200억 달러(약 2조 4000억원)나 투자한 이 회사는 설립 초기 엄청난 광고까지 하면서 중국을 들썩거리게 했다. 그리고 공장 건설을 위해 총 153억 위안(약 2조7000억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 또한 이 공장의 가동을 위해 대만에서 수백명의 반도체 기술자들을 불러 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차오산은 이름부터 가짜였고, 반도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안후이성 시골의 중소기업가 출신이었으며, 학력도 초등학교를 나온 것이 전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그가 회사의 임원들로 앉힌 이들 역시 그동안 알고 지내던 펀드 매니저와 주류 판매상 대표 등이었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2월 말 전체 직원을 해고하고 파산했다.


또한 탄탄한 기술력 확보보다는 막대한 차입금을 바탕으로 기성 반도체 업체 사들이기에 나섰다가 결국 파산구조조정으로 주인이 바뀐 '중국의 반도체 항모' 칭화유니 또한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기금으로부터 100억 위안(약 1조9249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받았던 칭화유니그룹의 전 회장 자오웨이궈는 관련 정부 기관의 조사를 받았으며 현재는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렇게 중국 정부당국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에 관한 한 너무나 무지했다. 그래서 일부 반도체 공장의 건설 비용이 2억 위안에 불과한데도 대기금에 실비용의 10배인 20억 위안을 요구해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또 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9일, “요식업, 시멘트 제조사 등 수만 개 기업이 화신투자관리의 지원금을 챙기기 위해 반도체 관련 회사인 것처럼 등록했다”고 보도했다. 우한홍신도 바로 그 범주에 들어간다.


실제로 미국의소리(VOA) 중국어판은 지난해 말 “2020년 10월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1년여 동안 100억 위안급 이상의 반도체 프로젝트 6개(우한홍신, 난징더커마, 청두거신, 산시쿤둥, 구이저우화신퉁, 화이안더화이)가 문을 닫았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방정부들의 ‘묻지마 투자’ 때문이다.


지난 2020년만 해도 여러 도시가 ‘2020년 집적회로 산업계획 목표’를 발표했는데, 푸지엔, 장쑤, 상하이, 산시, 저장 등 9개성의 시(市) 단위 프로젝트 액수 총합만 합쳐도 1조4200억위안(약 248조원)이었다. 이는 2019년 중국 전체 집적회로 산업 규모인 7000억 위안의 2배에 달한다. 이렇게 엄청난 투자를 한 반도체 관련 회사들 가운데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제는 경험도, 기술도, 인재도 없는 ‘3무’ 기업들이 그저 정부 투자금만 바라보고 집적회로 업계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 하나 더. 우한홍신반도체(HSMC)라는 회사. 이미 망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회사가 지난 해 5월 11일 회사 이름을 ‘우한신공현대제조유한공사’(武漢新工現代製造有限公司)’로 바꾸었고, 우한시의 지방 공기업들이 지분을 이어받아 회사가 유지되고 있다.


무슨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열 수 있는 무슨 뾰족한 수단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 회사에 계속 돈을 투자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죽은 회사를 통해 돈을 더 빨아먹으려는 이권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한홍신반도체(HSMC)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 2020년 10월 사실상 문을 닫은 푸젠진화반도체(JHICC)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자본금이 최근 더 늘어났다. 지방정부가 투자한 것이다. 역시 이권세력 때문에 살아나지도 못할 반도체 기업에 돈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현실이다. 물론 그럼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반도체 산업의 성장 또한 그 내실을 잘 따져봐야 한다. 그렇게 허황된 소리 해 놓고 넘어진 것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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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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