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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폴란드가 美·獨·佛 아닌 K-무기를 선택한 진짜 이유? - 우크라 전쟁에 놀란 폴란드, 한국무기 25조 샀다 - 군사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폴란드, 독일과의 과거 역사가 발목 - K무기의 미래, “국제질서 방어의 한 축이 될 것”
  • 기사등록 2022-07-29 06: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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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에 놀란 폴란드, 한국무기 25조 샀다]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위하기 위한 무기 체계를 한국산 무기에 올인했다. 한마디로 한국산 무기체계 구매에 사활을 걸었다는 의미다.


폴란드 국방부는 27일(현지시간)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48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한국산 무기 3종을 대거 사들이는 기본계약(FA)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중 K2 전차는 180대를 완제품으로 구매하고, 2026년부터 800대를 폴란드 현지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지화 모델에는 ‘K2PL’이란 명칭이 붙는다.


한국측 계약 당사자는 각 무기의 제조사인 현대로템(K2)·한화디펜스(K9)·한국항공우주산업(FA-50)이고, 이들 K방산 3종 세트의 1차 수출액만 10조원, 향후 10년여간 3차에 걸친 수출액을 모두 종합하면 최종적으로는 2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한국산 무기 수출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맺은 지대공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 35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4조2000억원) 규모가 최대였는데. 이번 폴란드 수출은 이를 뛰어넘는 국내 방산 수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에 대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은 “이번 한국과의 무기 계약은 최근 몇 년간 방산 도입 중 최대 규모이자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지체 없이 폴란드군을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평가받은 한국산 무기 3종 세트]


폴란드가 선택한 K무기의 선두주자는 ‘흑표’라는 별칭이 붙은 K2 전차로 화력·장갑·기동력 등에서 미군 주력전차인 M1 에이브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정상급 전차로 평가받는다. 우리 군도 지난 2014년부터 실전 배치해 운용 중이다.


155㎜ 자주포인 K9도 이미 세계 방산시장에서 ‘명품 무기’로 호평받은 무기로 노르웨이·핀란드·에스토니아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도입해 운용 중인데 이번에 폴란드도 선택했다. 정확한 속사로 명성이 높은 K9은 1분에 9발까지 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총 48대를 도입하는 FA-50 경공격기는 미국 록히드마틴의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T-50 초음속 고등훈련기와 동체가 같다. ‘미니 F-16’으로 불릴 만큼 이른바 ‘가성비’가 높은 FA-50 경공격기는 이번에 처음으로 유럽시장에 진출했다.


폴란드는 이 3종 K무기 세트 외에도 UAE 수출이 성사된 천궁-Ⅱ 방공 미사일, K21 보병전투차와 K808 차륜형 장갑차(백호), K239 다연장 로켓발사기(천무) 등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폴란드가 K무기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이유?]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데는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동병상련을 느끼는 폴란드는 많은 무기를 지원해 왔다. 심지어 K9 차체로 만든 크라프 자주포의 경우, 폴란드가 보유한 수량의 절반 가까이나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폴란드 육군이 보유한 옛소련제 T-72 전차의 상당수도 우크라이나에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엄청난 양의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해 준 그 전력공백을 이번에 K무기로 채우려 하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소련제 무기 중심으로 채워졌던 폴란드의 무기체계를 완전히 서방진영의 포맷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도 있다. 폴란드는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F-35A 스텔스전투기 3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폴란드가 러시아 미사일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도 K무기를 사들이는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폴란드는 ‘나토(NATO)의 창끝’이라 불린다. 러시아에 맞선 서방의 최전방 군사 거점이란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폴란드는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 도입을 우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적으로 한국산을 택했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은 체결식에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지상, 공중 전력 공백을 채워야 했다”며 “한국에서 장비를 구매하기로 결정할 때 군비의 효율성, 인도 속도 등 업계의 이점을 포함해 여러 측면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폴란드 무기 산업은 수년에 걸쳐 약화됐다”며 “역량을 강화할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고, 폴란드 안보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어 무기 구입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선호하는 이유와 관련, “미국 무기를 수입하려 했으나 도입 단가는 물론 운영 유지비가 많이 들고 후속 지원도 만족스럽지 못한 측면이 있었으며, 독일은 역사적 관계가 껄끄럽고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폴란드가 美·獨·佛 아닌 K-무기를 선택한 진짜 이유?]


그런데 폴란드가 전통적인 방위산업 강국인 미국이나 독일, 그리고 프랑스 무기가 아닌 한국산 K무기를 선택하게 된 데는 또다른 배경이 숨어 있었다.


▲ 인도의 TFI Global은 26일(현지시간) 폴란드가 미국이나 독일이 아닌 한국산 무기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폴란드의 굴곡진 역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의 TFI Global은 26일(현지시간) 폴란드가 미국이나 독일이 아닌 한국산 무기를 선택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로 폴란드의 굴곡진 역사가 있다고 보도했다.


18세기 말 러시아·독일·오스트리아가 폴란드를 123년간 분할 점령하며 폴란드는 지도에서 지웠다. 2차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 나치 독일과 함께 폴란드를 다시 분할 점령한 소련은 장교·경찰·지식인 2만2000명을 끌고가 스몰렌스크 인근 카틴숲에서 학살했다. 훗날 스탈린이 “폴란드가 다시는 독립할 수 없게 엘리트들 씨를 말리라”고 지시한 비밀문서가 공개됐다. 이 정도면 독일에 대해 상당한 원한을 가질만도 한데 그럼에도 폴란드는 수십 년 동안 독일에 우호적 태도를 취해왔다.


그랬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독일에 대한 태도가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와중에 당연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는 독일의 입장을 지지해 주었는데도 정작 독일에 의해 원조는 거부당했다.


그럼에도 폴란드는 불구대천의 적인 러시아에 대항해 싸워주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막대한 지원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로인해 폴란드 경제는 이번 세기 최고율에 달하는 인플레이션에 휘말리게 됐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 폴란드는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폴란드가 독일을 잘못 알고 있었고, 독일을 순진하게 믿어서는 안된다는 관점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폴란드는 유럽의 군사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토라는 동맹도 물론 배경에 있지만 폴란드 스스로 강해지지 않고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폴란드를 사로잡은 것이다.


이러한 폴란드의 군사대국화는 기존의 독보적 유럽 군사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 폴란드가 유럽연합이나 유로화(貨)에 반대 입장을 취해왔는데, 폴란드가 유로화를 유일한 무역통화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그렇게 되면 유럽에서 가장 강한 군대가 되겠다는 꿈도 접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폴란드는 독일 북부 옛 프로이센 주민들과 강한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푸틴 이전 잠시 대통령직을 맡았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폴란드와 프로이센 동맹으로 인해 독일이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어서, 독일은 사실 폴란드가 유럽사회의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니 독일이 사사건건 폴란드를 견제해 왔던 것이다.


결국 폴란드는 더 이상 미국과 독일의 속국처럼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서방의 손에 놀아났던 끊임없는 굴욕을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아시아의 선두 군산복합체 국가인 한국으로 향하게 했다는 것이다.


동시에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대대적인 군사적 지원을 해 준 그 공백을 한국산 첨단 무기로 대체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독일의 소리 없는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대체재를 찾아 자급자족을 이루려는 수단으로 한국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 CNN은 27일(현지시각) 이화여대 국제학 교수인 레이프 에릭 이슬리(Leif-Eric Easley)의 말을 빌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울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증가시킨다”면서 “앞으로 한국이 국제 질서 방어를 위한 부담을 분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K무기의 미래, “국제질서 방어의 한 축이 될 것”]


이번 폴란드의 K무기 집중 구매는 상당히 의미가 크다. CNN은 27일(현지시각) 이화여대 국제학 교수인 레이프 에릭 이슬리(Leif-Eric Easley)의 말을 빌어 “우크라이나 전쟁은 서울에 대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증가시킨다”면서 “앞으로 한국이 국제 질서 방어를 위한 부담을 분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분명한 것은 K무기가 전통적 방위산업 강국이 포진되어 있는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K무기의 현지화와 맞물려 세계 무기 시장을 사로잡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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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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