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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7-04 22: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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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오베라는 남자 포스터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오베는 상처한 59세의 고지식한 남자, 설상가상으로 평생직장에서 퇴직까지 당하고 이웃에 사는 친구와는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한 후 원수 같이 지낸다. 마트에 가서 점원과 싸우고 1+1 꽃다발을 사서 아내의 무덤가에서 혼잣말을 하는 그는 칠팔십 대의 병든 노인보다 무기력해 보인다. 공동주택단지의 회장이며 관리인으로서 입주자들에게 까다로운 원칙들을 지키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중노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고 날마다 자살을 꿈꾸는 그의 무채색 삶에 도움을 청하는 귀찮은 이웃들이 끼어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반전된다.


오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이웃들과 닮은 데가 많은 인물이다. 현직에서는 물러났지만 딱히 할 일은 없고 가족들과 긴밀한 대화도 없다. 아웃도어 등산복을 유니폼처럼 입고 비슷한 형편의 친구들과 만나 지나간 이야기를 하거나 세태를 비판하고 술에 취해 돌아오는 귀가길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아내는 외출 중, 가족들이 모여 앉아서 웃음꽃을 피우며 먹었던 따뜻한 밥상도 이제는 썰렁해졌다.


사회복지 정책이 잘 되어 있다는 스웨덴의 퇴직자는 어떤지 몰라도 사업가이거나 공직 또는 교직에서 퇴직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에 의지하는 우리나라 퇴직자의 재정 상태는 그다지 넉넉하지 않다. 그들은 평균적으로 부모 중 한 분이 살아계시고 자녀 중 한 명은 결혼 전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를 책임지는 마지막 세대이며 몇 천만 원 정도의 저축과 집을 한 채 가지고 있다. 부모님 부양과 남은 자녀의 교육이나 결혼 자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며 아이가 있을 때는 도리어 양육비를 보태주어도 모자랄 지경이다.


전후의 불안정한 시대에 태어나 2, 3부제의 콩나물 교실과 입시지옥을 무사히 건너왔고, 학창시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독재에 대해 항거하며 시위에 나섰다. 산업의 역군으로 수출과 국민소득에 기여를 한 생산직 근로자들이 있고, 다른 나라의 전쟁터와 건설현장에 투입되어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도 많다. 그렇게 늘어난 수입 덕분에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치열하게 자녀교육을 시켰다. 힘이 들어도 점점 나아지는 살림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로 그 역전의 용사들이 퇴직을 하고 이제 집으로 돌아오지만 환영의 현수막이나 샴페인은 보이지 않는다.


퇴직하거나 할 예정인 분들을 만나서 인생의 오후를 어떻게 살아갈까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다보면 삶의 이야기들이 모두 한 편의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달려온 인생의 전반전은 치열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과 회한이 많다. 그렇다면 다시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영화의 후편을 제작한다면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강렬하고 현란한 판타지와 가상현실이 펼쳐지는 영화 시장에서 오베라는 남자가 보여준 일상적이고 담담한 스토리가 감동을 주는 까닭은 의외로 큰 성공이 아니라 각박한 세상을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웃과 공동체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의 추세도 가족을 넘어선 관계망의 모델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사람은 홀로 살 수 없고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가 건강해야 노후가 안전하다.


평화로운 인생의 오후를 꿈꾸며 내 삶의 영화 한 편을 만든다면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생각해보자.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까’, ‘영화의 주제는 무엇으로 할까.’, ‘주인공인 나는 어떤 캐릭터인가’, ‘내 삶의 영화 후편에 누구를 캐스팅하고 싶은가’, ‘성공적인 제작과 흥행을 위해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 누구와 협력하면 좋을까’, ‘내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주인공을 맡은 영화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면 좋을까’, ‘그들로부터 듣는 가장 감동적인 감상평은 무엇일까.’ 되는 대로 사는 것 같지만 우리는 생각한 대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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