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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 결국 국가부도, 앞으로 어떻게 될까? - 1억 달러의 외화 표시 국채 이자 미납금 갚지 못해 디폴트 - 이미 금융제제 실시중이라 후폭풍은 제한적 - 반면 러시아 국민들에게 주는 심리적 파급력은 상당히 클듯
  • 기사등록 2022-06-27 22:29:22
  • 수정 2022-06-28 07: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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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104년만에 디폴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 때문에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졌다.


▲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 달러(약 1296억원)의 외화 표시 국채 이자 미납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면서 “미납금의 지급일은 당초 지난 5월 27일이었으며,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러시아는 갚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이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1억 달러(약 1296억원)의 외화 표시 국채 이자 미납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면서 “미납금의 지급일은 당초 지난 5월 27일이었으며, 3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나 러시아는 갚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디폴트에 이르게 된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완료했으나, 투자자들은 서방 제재 때문에 돈을 받지 못하면서 결국 디폴트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앞서 유로클리어는 서방 제재로 러시아 국가예탁결제원(NSD)의 유로클리어 계좌와 자산이 동결돼 러시아의 금융상품 거래 청산이 불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자국민에 대해 러시아 재무부·중앙은행·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지난 5월 25일까지는 투자자가 러시아로부터 국채 원리금이나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후 유예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외채에 대해 디폴트를 선언했던 것은 104년만으로, 사회주의 혁명 시기인 1918년 혁명 주도 세력인 볼셰비키는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에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한 바 있었는데 이때는 외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디폴트는 상황이 좀 다르다. 러시아는 상환할 의지가 있었으나 상환 수단 자체에 대한 제재로 인해 강제적으로 디폴트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식 디폴트 선언은 주요 신용평가사가 하지만, 서방 제재로 인해 이들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태다. 다만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러시아 디폴트가 주는 의미는?]


통상적으로 한 국가가 디폴트를 맞게 되면 해당 국가의 경제는 쑥대밭이 되고 동시에 그 나라 국민들은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되지만 러시아의 디폴트는 그와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방세계의 국제결제망에 의한 제재로 인한 강제적 디폴트였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러시아에 어떠한 여파로 다가올지 여러 전망이 교차하고 있다.


그동안 러시아는 그동안 국제적 디폴트를 막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왔다. 지난 4월 18일에도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원리금 상환을 강제로 막으면 러시아는 자국 통화인 루블화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또한 “러시아는 돈이 있고, 지급 의사도 있다”면서 “미국의 외채 변제 허가 연장 거부는 외국 투자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서방 금융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러시아가 국가부도(디폴트) 상황이 된다 하더라도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이다. 디폴트 상황이 되면 통상적으로 신용등급이 급락해 해외자금 조달길이 막히면서 경제운용에 문제가 생기지만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제재로 이미 모든 금융거래가 차단돼 있어서 러시아의 실물 경제에는 큰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채무불이행 선언은 상징적”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이미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없고 대부분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도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도 “이미 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충격이 온 상황에서, 이번 디폴트는 상징적 측면이 강하며 러시아가 인플레이션 등 자국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블룸버그는 “이번 러시아의 디폴트는 러시아가 정치·경제·금융 측면에서 서방으로부터 배제되는 '암울한 신호'”라면서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되고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팀 샘플스 조지아 대학 테리경영대 법학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 실적에 대한 오점, 평판 손상, 추후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 등이 예상된다”며 “분명한 점은 러시아가 디폴트 시나리오를 피하려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러시아의 디폴트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이들은 러시아 국민들일 것이다. 일단 국가부도(디폴트)라는 단어 자체가 러시아 국민들의 심리를 엄청나게 위축시키게 될 것이고, 이로인한 경제적 후유증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기 속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들마저 러시아에서 사라진 지금 ‘러시아 국가부도’라는 상징적인 단어는 러시아인들에게 그동안 믿어왔던 푸틴에 대한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러시아의 디폴트는 어쩔 수 없이 세계로부터 고립된 경제체제 속으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고립된 러시아는 이젠 러시아의 미래마저 파괴함으로써 이로인한 국가적 손실은 계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당연히 러시아 경제의 후퇴를 가져오는 직접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경제는 외관상 보이는 것과는 달리 깊은 골병을 앓고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판매 호황으로 인해 루블화 가치는 더 올라가고 있고, 재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저 착시일 뿐이라는 것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최근 러시아의 기록적인 무역흑자는 착시현상”이라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전략적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략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성을 종식하고 지도에서 우크라이나를 없애버리려는 것이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서방의 대러시아 수출 통제로 인해 러시아의 방위 산업과 기술, 에너지 탐사를 현대화할 수 없어서 이들 분야는 계속 쇠퇴할 것”이라면서 “루블화는 큰 희생을 치르고 인위적으로 떠받쳐지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러시아 경제가 내년에 8∼15%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이미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블링컨 장관의 지적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러시아의 경제지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지난 4월,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2.4%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3월경만 하더라도 –8.8% 정도로 추산했지만 벌써 더 추락했고, 지금 예상으로는 –12.4%보다 훨씬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추정치다.


이에 대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회계감사원장도 “현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고, 불확실성도 매우 큰 상태”라며 “러시아 GDP 마이너스 성장률이 7.8%였던 2009년 위기보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에게 닥치는 가장 큰 위기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수입이 막히면서 경제가 1980년대로 후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생필품 대부분을 사실 수입에 의존해 왔던 러시아 경제가 수입도 중단된데다 이번에 디폴트까지 겹쳐지면서 앞으로의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러시아 국민들의 삶의 질 자체를 완전히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변변한 공산품마저 수입해 오던 러시아가 수입이 차단되는 ‘산업화 퇴행’ 현상이 벌어지면서 러시아인들이 1990년대처럼 떼를 지어 중국이나 터키로 건너가 의류 같은 소비재를 사서 자국에 되파는 '보따리 장사'에 나설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래서 포춘지는 “푸틴 집권 이후 최대의 경제 붕괴 상황에 직면했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해진 경제 제재는 러시아의 스트롱맨이 겪었던 그 어떤 위기보다 더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렇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빚어진 러시아 디폴트는 전쟁의 또다른 상황을 연출해내는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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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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