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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리투아니아에게 뜻밖의 일격당한 러시아 푸틴 - 러시아 화물운송 차단 돌입한 리투아니아 - 러시아 펄펄 뛰며 반발하지만 리투아니아 눈도 깜짝 안해 - 러시아, 나토 회원국 리투아니아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
  • 기사등록 2022-06-23 14: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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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화물운송 차단 돌입한 리투아니아]


러시아 푸틴이 인구 280만명의 작은 나라 리투아니아에게 일격을 당했다. 리투아니아가 자국 영토를 경유해 러시아 서부 역외 영토(exclave)인 칼리닌그라드(Kaliningrad)주(州)로 가는 화물의 운송 제한 조치,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실상의 ‘봉쇄’ 조치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화물은 주로 이웃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를 거쳐 열차나 자동차로 운송돼 왔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는 지난 18일부터 자국 영토를 통과해 칼리닌그라드주로 가는 철도 화물 운송을 대폭 제한했고, 이어 21일부터는 자동차를 통한 운송까지도 막아 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안톤 알리하노프 칼리닌그라드주 주지사는 지난 17일 “리투아니아 철도 당국이 칼리닌그라드주 철도 당국에 18일 0시부터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상품의 리투아니아 경유 운송이 중단될 것이라고 통보해 왔다”면서 “운송 제한 품목이 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제품 등으로 전체 리투아니아 경유 화물의 40~50%가 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본토와 육로로 직접 연결되지 않은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는 북쪽과 동쪽으로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 남쪽으로도 EU 회원국인 폴란드에 막혀 있다. 그동안 매달 기차 100여대가 러시아 본토~벨라루스 민스크~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철로를 통해 물자를 공급해왔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의 이러한 조치로 인해 러시아는 EU의 제재 대상이 된 상품을 칼리닌그라드로 보내려면 발트해를 통한 선박 운송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칼리닌그라드는 어떤 곳?]


칼리닌그라드의 옛 이름은 독일 영토 '쾨니히스베르크'였다. 독일의 전신 프로이센 공화국은 국왕 대관식을 이 도시에서 거행했다. 근대 계몽주의 철학의 대가 임마누엘 칸트(1724∼1804)가 평생을 산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다 1945년 옛 소련이 당시 독일 나치를 몰아내고 이 지역을 차지했다. 나치의 항복 이후 열린 포츠담 회담에 따라 소련이 독일 주민을 추방하고 이 지역 확보를 공식화했다. 도시 이름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혁명 영웅인 미하일 칼리닌에게서 따왔다.


그러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던 벨라루스, 리투아니아 등이 독립하자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로가 사라지면서 '육지의 섬'이 됐다.


특히 폴란드·리투아니아 등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서 칼리닌그라드는 육로 없이 완전히 고립된 처지가 됐다. 그나마 러시아가 2003년에 EU와 협정을 맺으면서 리투아니아를 통해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할 수 있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이 길이 막혀 버리게 된 것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 최대 산업도시 중 하나지만, 자급자족이 어려운 지역이다. 식료품은 주변 EU 국가에서 수입해오고 산업자재 등은 대부분 러시아 본토에서 운송해 와야 한다. 철도가 이 도시의 생명줄인 셈이다.


본토와 동떨어진 러시아의 역외영토(exclave)인 칼리닌그라드는 면적 1만5천100㎢로 강원도(1만6천875㎢)보다 조금 작고, 인구는 100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땅이다. 비록 땅덩어리는 작지만 이 지역의 지정학적·전략적 중요성은 유럽,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매우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칼리닌그라드가 1년 내내 얼지 않는 부동항이어서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의 주둔지이기도 하다. 또한 런던과 베를린, 파리를 수분내로 타격 가능한 핵미사일이 다수 배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펄펄뛰는 푸틴, 강력한 대응조치 경고]


리투아니아의 뜻밖의 조치에 러시아는 펄펄뛰면서 리투아니아가 화물 운송 제한을 즉각 해제하지 않으면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는 일단 자국 주재 리투아니아 대사 대리와 유럽연합(EU) 대사를 외무부로 잇달아 초치하는 등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리투아니아 정부의 조치는 불법적이고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향후 며칠 동안 이에 대해 깊이 분석해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사무총장 격)도 “적대적 행위에 당연히 대응하겠다”며 “리투아니아 국민에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또한 푸틴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로 알려져 있는 상원의원 안드레이 클리모프는 “이번 조치가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침략으로 우리가 적절한 자위 조치를 취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당한 리투아니아, “EU지침에 따른 것”]


러시아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만과의 관계 개선을 문제 삼는 중국의 보복에 맞대응한 데 이어, 이번엔 러시아의 노골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러시아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20일 “우리가 단독으로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이번 조처는 EU 집행위원회와의 협의에 따라 EU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리투아니아 철도 당국은 “제재에 의해 운송이 제한되지 않는 화물 운송은 계속 보장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제재가 계속될 경우 다음 달인 7월 10일부터는 시멘트·알코올, 오는 8월 10일부터는 석탄·고체 연료 등의 열차 운송도 막히게 된다”고 리투아니아 매체인 LRT가 보도했다.


[리투아니아, 새로운 화약고가 될까?]


사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눈엣가시같은 존재이다. 과거 소련의 연방국이었으면서도 지금은 철저한 반공국가요 동시에 반러와 반중의 선봉에 서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투아니아 내 반(反)러시아 정서는 매우 높다. 수도 빌뉴스 시내 관공서를 비롯해 주택가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다.


특히 칼리닌그라드에서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를 떼어놓는 약 100㎞길이의 국경지대는 러시아 입장에서 반드시 쟁취하고 싶은 길목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나토가 폴란드 국경 도시 이름을 따 수왈키 갭(Suwalki Cap)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하자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는 전쟁이 확대될 경우 러시아군이 수왈키 갭에 진격해 벨라루스와 칼리닌그라드를 잇는 육지 회랑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대로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20일(현지시간) “최근 러시아 국영 TV에서 러시아군이 칼리닌그라드로 향하는 육로 통로를 만들어 리투아니아를 우회하는 방안에 관해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2017년과 2021년에 이미 러시아와 벨라루스 합동훈련에서 수왈키 갭 회랑 확보를 위한 훈련이 이뤄졌다”면서 “러시아가 수왈키 갭을 침공하면 나토 가입국인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과 폴란드가 서로 분리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수왈키 갭은 나토의 '아킬레스건'이라 불린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도 "수왈키 갭은 나토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지만 러시아가 실제로 침공하면 나토가 인구가 거의 없는 수왈키 갭을 구하자고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일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지역은 민간인이 거의 없고 숲과 작은 농장 등이 있는 완만한 지형이라서 기갑전에 유리한 곳이라고 평가받는다.


[리투아니아 지원나선 미국]


러시아가 이렇게 리투아니아를 압박하자 미국의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즉각 리투아니아의 결정을 환영하며, 유사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대한 방어 약속을 재확인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경고와 관련해 “우리는 나토를 지지하고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며 “특히 나토 5조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나토 5조'는 '집단방위'에 관한 규정으로, 나토 회원국 한 곳이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를 공격한 것으로 간주해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러시아가 폴란드나 리투아니아를 공격하는 경우, 원칙상 30개 나토 회원국이 집단 대응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러시아 측과 서방의 전면전 발생을 의미한다.


[푸틴은 리투아니아를 공격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푸틴은 과연 리투아니아에 대해 보복 공격을 감행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 및 나토와의 정면대결을 무릅쓰고 과감한 보복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의미다.


결국 진퇴양난의 푸틴이 리투아니아로 인해 대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투아니아의 강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중국과의 갈등상황에서 EU전체를 반 중국 성향으로 돌리는데 바로 리투아니아가 큰 역할을 했던 전력도 있다.


같은 개념에서 리투아니아의 반 러시아 강공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앞에 두고 분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유럽연합의 분투에도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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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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