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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19 23: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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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4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5단 이상으로 가득 쌓여 있다.


"복합 경제 위기 상황이 1~2개월 내 끝나기는 어렵고 상당 기간 고물가 속 경기 둔화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현재 우리 경제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령탑이 초장부터 '경제전쟁'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쓴 이유는 이렇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심화, 주요국 통화 긴축,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조치 등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심각한 세계 경제 위기를 뜻하는 '퍼펙트스톰'(총체적 복합 위기)을 넘어서기 위해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감한 규제 개혁과 세제 혜택으로 기업 친화적인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충분히 제시할 법한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지나친 감세에 따른 재정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떨어지는 성장률, 치솟는 물가…"저성장 당분간 이어질 듯"


19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1%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내놓는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1년에 2번 거시경제 지표 전망치를 발표하는데, 통상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다소 긍정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2.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 한국은행(2.7%) 등 주요 기관보다 전망치가 낮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간 우리 경제 회복세를 이끌어 온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올해 수출이 11.0% 성장할 것으로 점쳤는데 지난해(25.7%)와 비교하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수준이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 자연스럽게 교역 규모 자체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정부도 주요 수출국의 성장세 약화, 공급 차질에 따른 교역 둔화 등을 수출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앞서 OECD는 올해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을 각각 2.5%, 4.4%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제시한 수치보다 각각 1.2%포인트(p), 0.7%p 낮으며, 이 두 나라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달한다.


인플레이션 공포도 우리 경제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로 지난해 12월 제시한 2.2%에서 약 6개월 만에 2.5%p 상향 조정했다. 이번처럼 4%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한 것은 2011년 말(4.0%) 이후 11년 만이다.


이와 같은 양상이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물가 기조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지난 4월 OECD 38개 회원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2%로 1988년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새 8.6% 오르면서 1981년 12월 이후 40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이는 얼마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p) 끌어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이유다. 조만간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게 되면 경기는 위축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는 각국 통화당국의 판단이 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기재부는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 국면에서 그린북에 담긴 표현 가운데 가장 부정적이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전반적인 금리가 올라가면서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다"며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이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경기 둔화 우려'의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심을 가진 표현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세 줄여 성장 동력 확보…물가 안정책 추진


정부는 저성장 극복을 위해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주요 과제를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핵심은 경제 운용을 정부에서 민간·기업·시장 중심으로 전환해 자유로운 시장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규제 혁파를 위한 체계를 구축하고, 법인세 등 세금을 깎아주는 소위 '친기업 정책'이 추진된다.


구체적으로 법인세 최고세율(25%)은 OECD 평균 수준인 22%로 내려간다. 앞서 이명박 정부에 이어 14년 만에 단행되는 법인세 감면이다.


또한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외 유보소득 배당에 대한 조세 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가업상속공제·사전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 제도도 개선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백신,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에 투자하는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현행 6~10%에서 8~12%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기존 중견기업에 적용했던 세액공제율과 같은 수준이다.


이전 정부에서 재정을 풀어 경제 위기에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세금을 줄여 민간 성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간 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은 바람직하고 그 과정에서 기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이 성장해 세수가 더 들어온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다"라며 "결국 재정 부담을 누군가 지게 될 것인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가 안정도 정부 주요 정책 과제 가운데 하나다.


주요 정책으로는 유류세 인하,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 적용, 친환경차 개소세 감면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농수산식품 물가 안정 대응반'을 꾸려 수급 불안에 대응하고, 생산·유통 과정에서 비용 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이외에 노인용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출시,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구 면제 등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생계비 지원 방안도 추진된다.


이런 지원책이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이자도 함께 오르는데, 이렇게 되면 지갑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책은 단기적으로 묘수는 없다"며 "투기적 요소와 국내 유통망 왜곡 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한 부분은 중기적으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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