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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미국의 제재 두려워하는 중국 - 미국의 강력한 경고, 눈치보는 중국 - 러시아 제재 효과에 깜짝 놀란 중국 - 러시아와 서방, 양다리 걸치기 하려는 중국
  • 기사등록 2022-06-11 21:20:56
  • 수정 2022-06-12 05: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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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지원 요청받은 중국, 불만 표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의 관리들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의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의 관리들이 불만을 표출했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WP는 이 기사에서 “러시아 관리들이 최근들어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전에 합의했던 양국간 ‘무제한’ 파트너십에 부응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중국 지도부는 서방진영의 제재에 위배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러시아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는 대신 한계선을 분명히 설정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어 “모스크바는 최근들어 최소 두차례 이상 중국의 강력한 경제지원 요청이 있었다”면서 “시진핑 주석이 제재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러시아를 재정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지시했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WP는 “이러한 경제적 유대관계 밀착이 어려워지자 중국은 대신 외교적·군사적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동해와 동중국해 상공에 중국-러시아의 전투기를 동반 비행하도록 했다”면서 “이러한 군사적 행동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번째 군사훈련으로, 이를 통해 모스크바와 베이징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WP는 이어 “한마디로 중국의 입장은 난처하다”면서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했다는 이유로 서방진영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면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중국의 기업들 스스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들어 중국은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통신 장비를 포함한 중국 기술의 러시아 수출은 급감했는데, 대표적으로 세계 최대 퍼스널컴퓨터(PC) 제조사인 레노보와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DJI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다. 특히 DJI의 경우는 자사 드론이 전투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중국의 대 러시아 수출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중국의 대러 수출은 38억 달러로 작년 동월보다 25.9% 감소한 데 이어 5월에도 대러 수출은 43억20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6% 감소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이런 결과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돕는다면 중국에 대해서도 2차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미국이 거듭 경고하는데 대해 러시아와 '정상적 교역'은 계속하겠다고 공언하는 중국도 실제로는 러시아와의 거래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마디로 푸틴 대통령과의 약속을 상기하는 시진핑 주석은 러시아와의 무역관계를 확대하고 지원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하고 또한 러시아 역시 양국 정상들이 약속한 대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하지만 정작 무역의 최일선에 있는 실무진들은 서방진영의 제재를 우려해 확대하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측에서 지원해 달라는 독촉이 나오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강력한 경고, 눈치보는 중국]


미국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향하여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지지할 경우 그에 따른 ‘후과(consequences)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이러한 경고를 하는 것은 중국이 러시아에게 독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 스스로 부여한 ‘책임 있는 대국(負責任的大國)’이란 위상에 걸맞게 서방에 합류하거나 아니면 ‘중재자’로서 건설적인 역할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도 “시진핑이 세계 무대에서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우크라이나와 미국 편을 들 것”이라며 “시진핑이 올바른 선택(the right choice)을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요구대로 결코 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시진핑 주석이 푸틴에게 약속한 바도 있고,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어차피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 배경에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정치적으로나 군사적인 면만 보자면 당연히 러시아와 한 배를 타야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을 본다면 러시아를 배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러시아는 경제 규모가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고, 무역액도 미국과 유럽연합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중국이 러시아에게 무기 지원을 한다든지 해서 레드라인을 넘게 된다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은 당연히 중국을 제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랑외교의 선두주자인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마저도 “중국과 러시아 간 협력에 금지구역은 없지만, 마지노선은 존재한다(中俄合作沒有禁區但有底線)”고 말할 정도다. 이는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지원 의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서방세계의 제재 한계선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 제재 효과에 깜짝 놀란 중국]


중국이 이렇게 서방진영의 제재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보면서 중국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우리 신문(Why Times)이 지난 5월 4일 “러시아 제재 효과에 깜짝 놀란 중국”이라는 정세분석(유튜브 1426회)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우리 신문은 이 정세분석에서 파이낸셜 타임스(FT)의 5월 1일(현지시간)자를 인용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든지 또는 일본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필리핀과 스프래틀리 군도 등의 갈등으로 역내에 군사충돌이나 위기사태가 발발하면 서방진영에 의한 금융제재를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에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어 “중국 재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달러자산을 동결하는 능력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당연히 미국의 제재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며, 중국과 서방 간 디커플링 정도가 러시아와 서방 간보다 훨씬 커지기 때문에 후폭풍도 그만큼 더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국은 러시아와 같이 서방진영의 전면적 제재가 아니더라도 부분적 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이 추가된다면 이미 진행되고 있는 제재와 맞물리면서 경제에 엄청난 리스크가 닥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중국이 ‘제재’라는 말만 나와도 호들갑을 떨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큰 소리는 그저 체면치레일뿐]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최고 지도부가 미국의 대 중국제재에 대해 반발하면서 큰 소리를 치는 것은 그만큼 제재라는 단어가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5월 16일에도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인민일보에 기고한 하반기 제20차 당 대회를 앞둔 중국의 대미 외교 기조와 관련해 “중국을 억제하고 탄압하려는 미국의 어떠한 도모와 언행에도 결연히 대응할 것”이라면서 “중국과 서로 마주 보고 나아가고, 상호 존중 및 평화공존, 협력 및 공영, 이견의 적절한 관리·통제를 미국 측에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제츠는 이어 “중·러 신시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허장성세는 지금 중국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숨기기 위한 체면치레용 발언일 뿐이다.


[러시아와 서방, 양다리 걸치기 하려는 중국]


결국 중국은 앞으로 서방과 러시아, 양쪽 모두와의 관계를 크게 해치지 않는 모호한 줄타기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 중국이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의식한 ‘친(親)러시아’ 노선을 제창하겠지만 그러면서도 서방진영을 통해 경제적 이익도 수반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이 신경을 쓰는 것은 유럽시장이다. 문제는 그 유럽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측면에서 양제츠도 유럽과의 관계에 대해 “소통을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하고 장기적 안목에서 중국과 유럽이 평화·성장·개혁·문명을 만드는 4대 동반자 관계를 견지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했지만,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 불안 요소다. 특히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지 않고 장기전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중국과 독일의 끈끈했던 경제 관계가 중국의 신장 인권유린 의혹, 제로 코로나 정책, 공급망 문제로 변화할 것“이라고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중국에게는 정말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SCMP가 기사를 마치면서 결론적으로 한 말은 앞으로 중국과 유럽과의 미래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아 아니다. 바로 이 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년 초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독일의 새로운 중국 전략은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집권 시대와의 분명한 결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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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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