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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나토의 중국 흔들기, 곤혹스러운 시진핑 - 나토 새 '전략개념'에 중국위협 대응방안 포함 - 시진핑의 친 푸틴 노선, 나토와 중국간 디커플링 강화 - 中, 反러시아 편 서야 유럽과 관계 회복 가능할 듯
  • 기사등록 2022-06-07 14: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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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새 '전략개념'에 중국위협 대응방안 포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이달 29일에서 30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담은 새로운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을 채택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NATO]


나토가 중국을 주요 위협으로 규정한 공식 문서를 채택하는 건 처음인데다 이를 위해 나토와 아시아 동맹국들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향후 한국과도 직접 연관이 있을 수 있어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나토는 이번 정상회담에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중국 포위를 위해 아시아와 나토 간 연합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9, 30일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급속한 군사화, 중-러 간 무제한적 친선 관계 등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신전략 개념을 채택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유럽연합(EU)과 인도태평양 파트너들 간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줄리앤 스미스 나토 주재 미국대사도 지난 2일(현지시간), “이번 나토 정상회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새로 도입할 전략 개념은 중국의 위협, 사이버 공격, 신기술 등 앞으로 10년의 문제를 아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나토의 현 전략 개념이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름반도를 병합하기 전인 2010년에 나왔기 때문에 새로 부상한 안보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나토가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볼 수 있다. 36쪽으로 된 현재의 전략개념은 중국을 언급하지 않고 러시아와는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추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나토의 전략개념에 중국이 위협국으로 거론될 것이라는 사실은 지난해 6월 정상회의 성명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대외 정책이 도전을 제기해 동맹이 함께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견되어 왔었다.


[당황한 중국, 유럽에 특사 보냈지만...]


나토의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은 적잖이 당황하면서 대응책을 세워보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중국이 나토동맹을 흔들 수 있는 연결 고리로 지목한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다. 이들 국가들은 과거에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지난 5월 9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영상 회담을 갖고 미국에 대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와 유럽의 독자적 안보 체제 구축을 제언했다.


시진핑 주석은 그러면서 “중국과 유럽은 전면적인 전략적 동반자로, 양측은 서로에게 기회이며, 공동 이익은 이견보다 원대하다”며 “중국은 유럽연합(EU)의 전략적 자주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독일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외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이다. 또한 유럽의 안보는 유럽에 국한되어야 하고 더불어 유럽인들이 자치적으로 유럽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이어 “독일이 중·유럽 관계의 안정과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을 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렇게 미국과의 관계는 당분간 호전이 쉽지 않더라도, 유럽과의 관계만큼은 개선하길 희망하는 차원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주' 등을 언급했는데, 이는 나토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사이를 '갈라치기'하려 한 것이고, 그러한 관계 개선을 위해 독일이 앞장서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의 이러한 요청에도 숄츠 총리는 아주 원론적인 답변만 거듭했으며, 미국을 배제한 유럽만의 독자적 외교 추구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4월 25일에도 재선에 성공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통화한 자리에서 “프랑스가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해야 하며 메르켈 이후 EU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시진핑 주석이 중국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가 미국을 단순히 따르지 않을 것이고, 자율성을 고수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동안 유럽사회에서 중국을 대변해 왔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물러나면서, 중국은 메르켈을 대변할 새로운 인물로 마크롱 대통령을 꼽고 있다. 중국이 그렇게 마크롱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의 EU 의장국 수임 후 첫 유럽의회 연설에서 “유럽은 자체적인 방위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면서 “유럽 방위를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한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가 진정한 유럽의 군대를 갖겠다고 결심하지 않는 한 유럽을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나토 창설 멤버인 프랑스는 1960년대 중반 나토군에서 병력을 철수했다. 그 이후 프랑스는 나토의 정치기구에만 참여할 뿐 나토와는 별개인 독립적 방위 기구를 추진해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미국-나토와 유럽사회를 갈라치기 하기에 가장 좋은 파트너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을 생각하고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에 중국은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EU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는 벽에 부딪쳤고 중국과 프랑스와의 관계 개선 시도 역시 문제가 생겼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 편에 서면서 서방과 대립하고, 이 여파로 EU와 중국 사이에도 긴장감이 더욱 거세게 휘몰아친 것이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제재에 나서는 데 반해,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물론,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제재 효과를 무력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점도 유럽사회가 중국에 대해 더욱 경계심을 갖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4월 1일 열린 EU-중국간 화상정상회담은 서로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오가면서 갈등은 더욱 확대됐다. 심지어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에 대해 “귀머거리와의 대화 같았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갈등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는 중국이 다급한 마음에 다시 유럽으로 특사단을 보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5월 20일, “중국이 유럽연합(EU)과 관계 개선을 위해 브뤼셀에 특사를 보내기로 했다”면서 “우훙보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가 다음주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 관리들을 만나 지난 4월 1일 열린 EU-중국 화상 정상회의 여파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EU 지도자들은 EU-중국 화상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보인 비타협적 태도에 놀랐으며 그 문제는 이후 양측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며 “중국이 이번 특사 파견을 통해 곤경에 빠진 EU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현재 전망으로는 중국이 EU와의 관계 회복도 쉽지 않고, 또한 중국이 원래 의도했던 EU와 미국, 나토와 미국간의 갈라치기 역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흐름은 갈수록 중국 배제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反러시아 편 서야 유럽과 관계 회복 가능할 듯]


그렇다면 중국이 EU와의 관계 회복을 통해 나토 동맹국들의 반 중국 정서를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지난 5월 27일,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의 대 유럽전략 핵심은 유럽이 중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날이 갈수록 그러한 중국의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면서 “신장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 문제나 홍콩의 자치권 문제,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문제들에서 유럽사회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중국과 EU와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사회의 안보와 평화에 미국이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고, 이에 반해 러시아와 전략적 유대를 맺고 있는 중국은 EU와의 관계 회복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면서 “중국은 EU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로서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갈망하고 있는데 중국이 러시아를 설득해 그러한 흐름에 동참한다면 중국과 유럽간의 완전한 관계단절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한 작업이 수반되지 않는 한 중국과 유럽간의 관계는 절벽을 만나게 될 것”이라 전망했다.


닛케이는 이어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제휴를 계속한다는 것은 중국이 스스로 봉쇄당하는 길로 가는 첩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결별해야만 나토나 EU가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중국에게는 딜레마다. 중국 입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교체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나토간 관계 강화될 듯]


여기서 주목할 것은 나토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해 대응하겠다면서 전략개념을 강화하는 그 정상회의에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초청을 받았다는 점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나토와 아시아국가간의 협력 강화를 위해 동맹·파트너들과 힘을 합치겠다”면서 “여기에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나토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도 초청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위협에 동시 대응하기 위해 유럽·아시아의 동맹·우방을 모아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를 또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이번 정상회의가 한·미 간 대중 견제 ‘싱크로율’의 본격적 시험대라는 것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 중국 정책도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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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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