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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김정은이 위험한 도발을 강행하는 이유? - 北, 5일 35분간 미사일 4종 섞어 8발 발사 - 북 내부에 도발 사실 미공개, 김정은의 진짜 의도 따로 있다! - 북 미사일 도발 비용만으로도 내부 기근 충분히 해결
  • 기사등록 2022-06-06 15:52:47
  • 수정 2022-06-07 1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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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일 35분간 미사일 4종 섞어 8발 발사]


북한이 5일 오전 평양 순안 등 4곳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4종의 미사일 8발을 동해상으로 집중 발사했다. 북한이 8발의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 올 들어 18번째이며,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만 세 번째 미사일 도발이다.


특이한 것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가 그동안 우려해왔던 ‘섞어 쏘기’ ‘소나기 발사’ 능력을 실제로 보여주는 실전 능력을 과시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 2014년 프로그 로켓(사거리 70여km) 25발을 소나기 발사한 바 있고, 2017년에는 최대 사거리 1000㎞의 스커드ER을 4발 연속 발사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탄도미사일 8발을 잇따라 발사한 적은 없었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①사거리 110㎞로 북 전방 지역 포병에 배치될 신형 전술 지대지미사일, ②사거리 400㎞급 ‘북한판 에이태킴스’ KN-24 미사일, ③KN-25 초대형 방사포, ④사거리 700~800km급인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이 총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측의 의도는?]


북한이 4종의 8개 미사일을 동시에 쏘아 올린 데는 상당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북한이 미사일 도발이 한미 양국 해군이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 근해에서 미 핵 추진 항모 로널드레이건함과 한국 대형 상륙함 마라도함 등을 동원한 가운데 4년 7개월 만에 항모 연합 훈련을 실시한 후에 감행되었다는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대북 대응에 대한 반발 성격이 이번 북한 미사일 도발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난 3일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적절한 군사 태세 조정”을 언급하는 등 한미일이 잇달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자, 이에 반발한 북한이 최대 8곳의 대남 표적을 핵으로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실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군 당국자는 “용산 대통령실과 한미연합사, 평택 미군기지를 비롯해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이 전개되는 항구와 공항 등을 가상 표적으로 삼았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최대 고도가 25km부터 90km까지 넓게 퍼져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또한 4개 지역에서 4종류의 미사일을 고도 및 비행 방식을 달리해서 거의 동시에 발사한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마디로 한국의 현재 방어망으로는 대응하기 곤란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이 알고 우리 군당국에 위협용 발사를 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결국 북한이 5일 8발의 미사일을 도발한 배경에는 북한측이 실제로 남한을 향해 어떤 식으로 도발할 것인지를 예고해 주는 것으로, 우리 군이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주어야 하고, 더 이상 북한과 강경대응을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함인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의 진짜 의도는?]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담긴 김정은의 속내다. 북한은 지난 4월16일 신형 전술 유도 무기를 시험 발사하고, 다음날 공개 보도한 뒤부터 미사일 발사 사실을 대내외에 알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4일과 7일에도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있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인 5월12일에도 순안 공항에서 초대형 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 미사일 3발을 쏘았으며, 5월 25일에는 ICBM 등 미사일 3발을 발사한 데 이어 6월 5일 4종류의 8발 미사일을 쏘아 올렸음에도 북한 관영매체들은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 북한은 지난 5월 이후 미사일 발사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사진은 노동신문 6월 6일자 김정은 동정 화면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시점을 보면, 코로나19의 북한내 대확산 시점과 맞물린다. 북한에 코로나19가 통제하지 못할 상황으로 번졌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지난 5월 12일이다. 그런데 북한 내에 코로나가 크게 확산된 것은 김일성 생일을 기점으로 대대적 행사가 연거푸 치러진 4월 하순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 전역에 전면 통제령을 내리게 된다.


사실 김정은이 미사일 도발을 할 때 보면 크게 두 가지의 목적을 갖는다. 하나는 대내 결속용이고, 또 하나는 대외 경고 또는 대북제재를 풀기 위한 협박용이다. 그래서 코로나 19 대확산 이전만 하더라도 이 두 가지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미사일 도발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왔다. 심지어 김정은을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등장시키면서 이미지 고양까지 했었다.


그런 북한이 5월 들어 미사일 도발 사실을 북한 내에 철저하게 함구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북한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으로, 지금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위기 돌파를 위해 외국의 원조가 절실한데 이를 풀기 위한 경고의 의미가 담긴 도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5일의 4종류 미사일 섞어 쏘기는 사실 북한의 핵심 전략을 그대로 공개해 버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군이 가장 우려스럽게 생각했던 시나리오인데 이를 북한이 숨기지도 않고 아예 미사일 섞어쏘기가 가능하다는 점, 그렇게 되면 한미 양국 군이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대놓고 도발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대화를 요구한 것이고, 그것도 북한이 주도하는 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제로 그런 방식으로 남쪽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숨기는 이유는 주민들의 반발을 극히 우려해서 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식량 배급조차 끊긴 상황에서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부딪쳐 있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적 제약으로 북한 주민의 식량안보 취약성이 가중됐다”면서 “식량 부족분인 86만t이 채워지지 못하면 '혹독하게 어려운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같은 날, “지난 4월부터 북한에 극심한 가뭄 피해가 시작되었으며 봄 가뭄으로 밀과 보리 작황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주민들은 춘궁기가 지나도 막막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사일 한 발 발사할 때마다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는데 북한 주민의 어려움은 생각하지 않고 미사일이나 쏘아 댄다는 원망과 불만을 김정은이 두려워해 미사일 발사 사실을 주민들에게 함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군사 안보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지난 2월 9일 미국의 소리 방송(VOA)에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2000만 달러(약 253억원)에서 3000만 달러(약 379억원)가 소요된다”면서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할 때는 300만 달러(약 37억원)에서 500만 달러(약 63억원), 화성-12형과 같은 중거리 미사일을 한 번 발사할 때 1000만 달러(약 126억원)에서 1500만 달러(약 189억원)가 들어간다”고 밝혔다.


물론 북한이 지적재산권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2012년 은하 3호 발사를 참관한 러시아 우주과학아카데미 소속 유리 카라슈 박사는 “(미사일과 위성 제작에) 대략 5000만∼6000만 달러(약 604억∼724억원)가 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고, 2013년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한 노동당이 내부강연에서 “(미사일 발사에) 3000만 달러(약 362억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올해 들어서 도발한 미사일 발사 비용만 갖고도 북한 주민의 기근은 웬만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대충 따져봐도 올해 들어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공중에 날린 돈만 최소 1억 7천만 달러(약 2.2조원)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니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기근도 고려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안다면 반란이 일어날만도 하기 때문에 이를 철저하게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측 대응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우리 군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도중 배석해 이번 도발 내용을 보고받고 “한미 미사일 방어 훈련을 포함한 한미 확장억제력과 연합 방위 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라”고 지시했다.


분명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북대응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자주 사용하던 ‘미상 발사체’ ‘불상 발사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탄도미사일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하는데다 언론에 공표하는 것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4일의 미사일 발사때도 2분만에 공지가 이뤄졌다.


북한도 우리 군의 변화된 모습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하고 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동향에 대해 한국 정부가 취하는 군사·외교적 조치들이 한·미 공조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은 윤석열 정부 이후 확연하게 달라진 점으로 북한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 지난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즉각적으로 공조하고 또 공동대응을 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북한도 아주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 양국 군은 5일의 북한 도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6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8발 도발에 비례해 지대지 미사일 8발을 공동으로 대응 발사했다.


결국 북한이 4일 4종류의 8개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면서 한국의 방어망을 뒤흔든 것은 그야말로 한국에 아주 위협적인 도발을 했을 때 한미의 대응이 어떤지를 간보는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특히 이미 준비가 완료된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이 하나의 시험판으로 이번 도발을 강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있다.


지금 한미양국은 북한의 핵실험에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한마디로 강 대 강의 대치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겁내는 미국의 B-1B폭격기도 한반도 상공에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에 이어 핵실험 장난까지 한다면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미 양국의 강경 대응에 김정은은 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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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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