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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나토확장 막은 터키, 끝까지 몽니 못부리는 이유? - 터키, 핀란드·스웨덴 나토 신속가입 '제동 - F-35 전투기 등 미국 최신식 무기 도입 허락해 달라는 뜻 - 미국에 약점 잡혀있는 터키, 결국 나토확장 찬성할 것
  • 기사등록 2022-05-21 22:36:13
  • 수정 2022-05-22 07:4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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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핀란드·스웨덴 나토 신속가입 '제동']


핀란드와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공식 신청했지만 터키가 몽니를 부리면서 신속가입에 제동이 걸렸고, 이로 인해 첫 단계부터 2주 이상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9일(현지시간)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회의를 즉각 열지 여부에 대한 나토 대사들의 투표를 터키가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입 절차의 첫 단계가 동맹국들의 계획보다 2주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30개국이 참여한 나토는 회원국을 늘리려 할 때 전체 회원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이들 국가 의회의 비준도 받아야 하는데 나토 동맹국들은 그동안 핀란드와 스웨덴에 대한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을 고려할 때, 이 과정을 가급적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터키가 그러한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이다.


[터키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제동거는 이유?]


그렇다면 터키는 갈 길 바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왜 반대하는 것일까? 일단 외견상으로는 자국이 테러 조직으로 간주하는 쿠르드 무장단체에 대해 핀란드와 스웨덴이 은닉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고, 또한 방산물자 수출 금지도 문제 삼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집권 정의개발당(AKP) 회의에서 “동맹국이 터키의 의구심을 존중해야 한다”며 “나토의 확장은 터키의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존중에 비례한 만큼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터키가 테러리스트로 지목한 이들을 인도하라는 요청을 스웨덴이 거부한 사실을 언급하며 “나토는 안보기구다. 안보가 취약한 안보기구에 '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무산될까?]


그렇다면 터키의 반대로 인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무산될 수도 있을까? 이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을 포함한 터키 당국은 “터키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의 문을 닫은 것은 아니고, 테러 활동을 억지하기 위한 약속과 협상을 원한다”고 밝혀,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에 대해 끝까지 반대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또한 핀란드·스웨덴은 물론 미국과 다른 나토 동맹국도 터키의 반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토 내부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내 정치 목적으로 양보를 바라고 있으며, 결국 두 나라의 가입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1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두 나라의 가입 신청을 강력 지지한다”면서 “핀란드와 스웨덴을 사상 가장 강력한 안보동맹으로 이끌기 위해 미국 의회 및 나토 동맹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터키가 나토 확장에 찬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유럽사회의 단일대오를 가로막는 두 스트롱맨이 있다. 그 한 사람은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고, 나머지 한 사람이 바로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다. 둘 다 친 러시아에 친 푸틴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 중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는 EU의 러시아 석유 수입금지에 어깃장을 놓고 있으며,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토 확장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단절할 수 없다”고 밝혀 나토국은 물론 유럽사회의 골칫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청년 대표들과 면담하면서 “터키는 러시아로부터 전체 가스 수요의 절반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에게 전략적 문제이며 전략적 관계다. 이 관계를 거부할 수도, 단절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터키 가스 수요의 45%, 석유 수요의 17%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조 리버맨 전 미국 상원의원(코네티컷)과 마크 월러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쓴 ‘과연 에르도안의 터키는 나토와 함께인가’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게재했다.


이러한 에르도안 대통령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조 리버맨 전 미국 상원의원(코네티컷)과 마크 월러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쓴 ‘과연 에르도안의 터키는 나토와 함께인가’라는 제목의 기고글을 통해 “나토의 모든 회원국 중 단 한 나라만 편협한 이유를 들어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터키가 과연 우리의 동맹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고 했다.


이 글은 이어 “나토 회원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야심을 막기 위해 굳은 결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과 달리 터키는 고통을 분담하고 있지 않다”면서 “터키 정부는 전쟁 이전 우크라이나 정부와 터키 민간 업체 계약에 의한 공격형 드론 판매 외에는 대부분 외교적 소음만 냈고, 나토 동맹국의 제재안에 참여하지 않으며 터키를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피난처로 제공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WSJ의 이 글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실책이 터키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게 된 원인”이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77위였던 터키의 부패지수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96위로, 88위였던 민주주의 지수는 103위로 떨어졌으며, 언론인과 소수민족‧여성이 박해받는 게 터키의 현실”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WSJ의 이 글은 그러면서 “1952년 나토에 가입한 터키가 지금 나토 가입 요건을 충족하는지 묻고 싶다”며 “나토의 가치를 따르지 않고,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해 퇴출을 포함한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SJ의 이 기고문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의 심경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지금 유럽사회에서 터키를 쳐다보는 눈은 차갑기 그지없다. 대 러시아 제재에도 전혀 동참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안보위기에 처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가입까지 가로막는 횡포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가 끝까지 이들 국가의 나토가입에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하는 것은 내년의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발언 정도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터키의 경제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태위태하다. 물가 상승은 이미 하늘을 찌르고 있고 정세도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기회로 미국으로부터 무기 지원과 경제적 지원을 받아 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뉴스는 “터키가 진짜 원하는 것은 F-35 전투기 등 미국의 최신식 무기”라고 분석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허용해 주는 대가로 미국의 무기 수출 재개를 바란다”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터키에 대해 제재를 가한 것은 미국의 거센 반발에도 2019년 8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미사일 체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터키에 F-35 등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다.


CNN은 “터키는 나토 회원국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불만을 표출할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에 약점 잡혀있는 터키]


이렇게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 터키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서방진영이 느긋하게 보는 것은 터키가 끝까지 몽니를 부릴 수는 없을 것이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지금 인권 이슈로 미국에 의해 견제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24일(현지시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터키 전신인 오스만튀르크제국이 106년 전 저지른 아르메니아인 살해 사건을 '집단학살(genocide)'로 공식 규정하면서 터키와 거리두기를 한 바 있다.


사실 터키는 미국의 강력한 우방이었다. NATO의 일원이기도 하거니와 미국의 중동·남유럽 안보 전략을 떠받치는 파트너이자, 이라크·아프간 등에서 미국과 대 테러전을 함께 치른 혈맹이기도 하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터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단학살’ 용어까지 꺼내든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근에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강력한 미국의 경고라고 보여진다.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연대가 아닌 중국과 러시아와 결탁의 강도를 높여 가면서 또 다른 위협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25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화상 정상회의에서 "터키의 민주주의 후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가 우려스럽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함께 터키를 사실상 '공동의 위협'으로 지목했던 것이다.


특히 미국이 진짜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터키 공화국 설립 이후 94년간 유지한 내각제를 무너뜨리고 제왕적 대통령제로 바꾼 에르도안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이 反美성향이 강한 이슬람 강경파라는 점이다. 이들이 지금 에르도안 대통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특히 미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터키가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과 비슷한 일당독재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 및 언론 탄압에 반인권적 작태들이 너무나도 흔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터키에는 나토를 향한 중요한 미군기지가 자리잡고 있다.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 남부 도시 아다나 옆에 인지를리크 공군기지가 바로 그곳이다.


지중해에서 32km 떨어져 있는 이 기지는 중동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들을 행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터키군과 미군이 함께 사용하는 이 기지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1991년 걸프전,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전 때에 미군 전투기들의 발진 기지였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이렇게 미국이 터키를 제재해도 터키가 미군기지에 대해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것은 터키의 주요 수입원인 방위산업에 대해 미국이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 방위산업의 주요 부품이나 제작기술은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전문 뉴스사이트인 알모니터는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2~3년만 막혀도 터키의 방위산업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을 분야는 공군 및 지상무기체계이다. 터키 공군에 가장 중요한 과제는 F-16 전폭기의 유지보수와 차세대 전폭기인 TF-X의 차질 없는 추진인데 이 분야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심지어 장기적으로는 터키의 방위산업 분야를 고사(枯死)시킬 수도 있다.


여기에 미국은 경우에 따라 제3국이 터키 방산부와 협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터키가 수출하려고 하는 T129 공격헬기 등이 모두 발목 잡히게 된다.


에르도안의 터키가 이런 약점을 미국에 잡혀 있기 때문에 끝까지 미국에 대항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 미국이 터키의 방위산업을 틀어막게 되면 터키 경제는 끝장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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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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