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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러시아에서 커지는 불안감, “전쟁 이기기 어렵다!” - 러시아 국영TV에서도 ‘러시아 고립’ 목소리 나와 충격 - 전쟁 피해에 러시아군 가족들도 분노 확산 - 교착상태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전쟁, 고민 커지는 푸틴
  • 기사등록 2022-05-20 13:58:32
  • 수정 2022-05-20 14: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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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어렵다!”, 러 안팎서 커지는 불안감]


러시아 내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에 대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푸틴에 의해 ‘최고의 군사’로 지칭받으며 우크라이나로 파견되었던 체첸군의 지도자마저 “러시아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언급해 주목을 끌고 있다.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19일(현지시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인 군벌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가 18일 모스크바 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도 용병들이 있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영국의 더타임스(The Times)는 19일(현지시간)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인 군벌 람잔 카디로프(Ramzan Kadyrov)가 18일 모스크바 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무장시키고 있고, 우크라이나에도 용병들이 있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같은 말을 한 사람이 체첸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람잔 카디로프는 그럼에도 “이는 매우 좋은 경험이 될 것이고, 우리는 다시 한번 러시아는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람잔 카디로프의 체첸군은 잔악한 전쟁 수행으로 악명이 높은 군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의용군 형태로 러시아가 주장하는 '특수 군사작전'에 병력을 보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인력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국영TV에서도 ‘러시아 고립’ 목소리]


러시아는 철저하게 보도를 통제하면서 러시아군의 승리 목소리만 전달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크렘린궁의 군사 전략가인 전직 대령 미하일 호다레노크가 지난 16일밤 국영 TV이며 친정부 매체인 로시야 1의 토크쇼 '60분'에 출연해 “러시아가 완전히 고립됐으며, 우크라이나 전황은 더 불리해질 것”이라며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완전히 정치적 고립 상태이고, 세계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이라고 말해 충격을 주었다.


호다레노크 전 대령은 이어 “잘 무장한 우크라이나군 100만명이 '조국'을 지키겠다는 열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싸우려고 한다”면서 “일부 러시아인들이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호다레노크 전 대령의 이러한 발언에 당혹감을 느낀 사회자가 이들이 징집병이라고 하자 호다레노크 전 대령은 “정말 중요한 것은 동원 방식이 아니라 싸울 의지”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군사 정치적으로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핀란드를 향해 로켓을 흔들면 웃겨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호다레노크 전 대령은 러시아 엘리트 군사학교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도 전쟁 자체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정보장교 출신의 블로거인 이고르 기르킨도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서 “돈바스 지역 공격이 실패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고르 기르킨은 이어 “2달 넘게 치열하게 싸운 끝에 전술적 성공만 거뒀고, 큰 지역은 한 곳도 해방하지 못했다”며 “돈바스를 완전히 해방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쟁 피해에 러시아군 가족들도 분노 확산]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러시아군 가족들의 분노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피해를 숨기고 있지만 결국 정보가 유출되면서 군인 가족들이 분노하고 전쟁을 지지하던 이들은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당연히 실종당하거나 사망한 군인들에 대해 그 소식을 가족에게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자신의 자녀들의 생사를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러시아군 희생자 명단에서 찾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 희생자의 상당수가 원래 전쟁터로 나가면 안되는 신분인 징집병으로 10대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문제다. 이들은 훈련 나가는 것 정도로 알았다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서 겁을 먹고 도망치는 일들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러시아군이 희생자의 명단을 밝히지 않는 바람에 한 달 전 우크라이나 공격을 받아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모스크바호에서 복무한 한 징집병의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을 찾고 있다.


이 어머니는 “전쟁이 시작된 후 우리는 러시아 정부를 완전히 다르게 보고 있다”며 “정부 지도자를 향해 심한 말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감옥에 보낼 것이므로 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그들은 아들의 사망을 인정한다는 문서에 서명하고 보상을 받으라고 한다”면서 “내 침묵을 사려고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끝까지 아들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지난 2월 투입한 지상 전투병력의 3분의 1 정도를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국방부가 일일 정보보고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개시 85일째를 맞는 19일 현재 러시아군의 사망자수가 28,500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자국군 인명피해를 은폐하기 위해 전사자들의 시신을 무더기로 집단매장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주장하기도 했다.


영국의 더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러시아군 병사와 지인 간의 통화를 감청해 얻어냈다는 녹음파일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는데, 문제의 통화에서 러시아군 병사로 보이는 인물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집단매장지에 러시아군 전사자 수천 명의 시신이 “사람 키 높이로 쌓여 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가 자국 군인들의 시신을 우크라이나로부터 인수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상황이 이런데도 러시아군은 전사자 수 자체를 사실상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연락이 끊긴 군인 가족들에게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더불어 러시아 정부를 향한 원망과 불만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착상태에 들어간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에게 있어서 정말 큰 문제는 전쟁이 빨리 종결될 것 같지가 않으며 전세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향후 몇 주간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누구도 승기를 잡지 못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최근 전장의 기세가 우크라이나 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고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와 함께 “나토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와 친러 분리주의자들이 각각 점령한 크름반도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 지역을 다시 탈환할 수 있을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어 나토 관계자의 사견을 전제로 “우크라이나군이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 당장은 아니고, 조만간도 아니지만, 만약 그들이 계속 싸울 수 있다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CNN에 “다만 일부 지역에서 현지 주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우크라이나가 영토 탈환을 위해 실제로 싸워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어찌되었건 러시아가 전혀 원치 않는 장기전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개전 이후 수도 키이우 방어에 성공한 데 이어 제2도시 하르키우도 거의 수복했다. 하지만 헤르손 등 남부 주요 거점을 빼앗겼고, 크름반도와 친러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인 마리우폴을 결국 포기했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 모두 장기전을 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교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점은 러시아군의 전투 형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개전 12주가 지나는 시점에서 전투에 투입하는 병력을 조정했으며 이는 러시아 측이 개전 초기보다 '야심'이 줄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는 사실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교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반증해 준다.


다시말해 양측 모두 결정적 승기를 잡지는 못한 채 공방이 오가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전투 규모를 줄였다는 게 미국 국방부의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 측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선에서 공격 작전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러시아군은 수백명으로 구성된 대대급 부대가 아니라 수십명에서 100명 사이의 중대 병력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공격하는 지점도 동부 돈바스의 주요 도시나 우크라이나군 점령 지역이 아니라 마을과 교차로와 같은 곳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러시아군의 전술 운용 규모가 축소된 것은 전력 손실 등으로 인해 병력이 부족해진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것이 미국 국방부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7일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서 “전쟁이 장기전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신속하게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전쟁 장기화될수록 불안한 러시아]


진짜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군 희생자의 수가 널리 알려질수록 푸틴의 고민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푸틴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크라이나 전쟁에 마침표를 찍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러시아 국민들에게 해명해야만 한다. 아무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거짓말로 선전선동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에 대한 불안감과 회의론이 확산된다면 이는 푸틴에게 치명타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가 널리 알려질수록 러시아는 더욱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푸틴의 최측근인 체첸반군의 수장이 “전쟁이 어렵다”고 고백한 것은 많은 의미를 던져준다. 이런 상황에 맥도날드를 비롯해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러시아를 떠났다. 이런 문화의 단절에 대해 러시아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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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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