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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급부상한 '리커창 대망론', 중국에 무슨 일이? - "리커창 역할, 지난 한달 동안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 거침없는 리커창, 당 운영에 대해서도 쓴소리 - 시진핑의 핵심정책마저 뒤엎어, 빅테크 규제도 철회시켜
  • 기사등록 2022-05-19 22:09:47
  • 수정 2022-05-20 07: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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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리커창, 조짐 심상찮다!]


중국에 갑자기 리커창(李克强)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까지 쥐고 흔든 시진핑 주석의 강경 드라이브에 사실상 ‘잊혀진 총리’였던 리커창이 돌연 재조명되면서 다시 정치 일선에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19일, “리커창도, 리코노믹스도 돌아왔다”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최근들어 리커창 총리의 집권론이 화제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Nikkei Asia)는 19일, “리커창도, 리코노믹스도 돌아왔다”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최근들어 리커창 총리의 집권론이 화제를 끌고 있다”면서 “원래는 중국의 총리로서 거시경제를 책임지고 이끌고 나갔어야 하나,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써 리커창의 권위는 명목상 존재했다”고 서술했다.


닛케이는 이어 “그러나 리커창의 역할은 지난 한달여 동안에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지난 14일 중국의 공산당원들은 한마디로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그 이유는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제2면에 이미 3주전인 지난 4월 25일 리커창 총리가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했던 연설 전문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고고 했다.


▲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제2면에 이미 3주전인 지난 4월 25일 리커창 총리가 정치국 회의에서 발언했던 연설 전문을 게재했다.


닛케이는 “무려 1만여자 정도가 되는 장문의 연설이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그 안에 경제 재건 조치나 시장 매커니즘에 대한 약속, 조세부담 감소, 중소기업 지원 및 일자리 창출 등의 내용이었는데 이들은 사실 정권 초기에 불렸던 리코노믹스(Likonomics)의 핵심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시진핑 주석이 권력을 확실하게 장악하면서 리커창의 경제정책 핵심인 리코노믹스는 사실상 사라졌는데 지난 4월 25일의 연설은 리코노믹스가 다시 중국 경제의 기본정책으로 부활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특히 “이번 리커창 연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제사회 발전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 직책이며, 깨끗한 정치를 의미하는 당풍건설의 필연적 요구라고 한 대목”이라면서 “리커창 총리가 공산당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거론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 해석했다.


실제로 리커창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구호만을 외친다거나, 좋은 성과만 상부에 보고하고 문제점은 숨기는 방식에 대해 지적했는데, 이는 시 주석이 사실상 주도해온 경제정책 집행의 부진을 은근히 비판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리커창 총리는 공산당내에 존재하는 형식주의와 관료주의, 향락주의 및 사치에 반대하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면서 “특히 앞의 두 가지 항목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또한 “리커창의 연설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의 대표 정책인 코로나제로 원칙을 강조하였음에도 리커창 총리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지난 4월의 경제실적이 놀라울 정도로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차원에서 닛케이는 “최근의 중국 상황은 결국 중국 경제가 확실하게 활력을 잃으면서 당 내부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민일보가 리커창의 지난 연설을 그렇게 보도했다는 것 자체가 시진핑의 1인 체제에서 총리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체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앞으로도 더많은 변화들이 중국 내부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닛케이의 전망이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시진핑은 결코 조용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 전제한 후 “시진핑의 측근 중 한 명인 허리펑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시진핑의 경제사상연구‘라는 새로운 매거진을 만들었는데 이는 시진핑이 경제까지 포함한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해석했다.


닛케이는 이어 “시진핑 일파들은 리커창과 그의 멘토 후진타오의 세력으로 치부되는 공산청년동맹의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는데 분위기는 아주 썰렁했다”면서 “공청단은 시진핑 집권 이후 암흑기를 맞았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은 이날 행사에서 “중국 공산당이 없었다면 청년동맹 역시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 조직중 하나인 공청단의 규모가 후진타오 시절만 하더라도 8990만명으로 공산당 전체 8512만명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 현재 7371만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반면 공산당원은 1000만명 정도가 늘어났다.


그런데 공청단 규모가 이렇게 줄어들게 된 것은 시진핑 일파가 연령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35세까지도 공청단에 남아 있었으나 시진핑 세력은 이를 28세로 상한 규정을 하면서 공청단 조직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시진핑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청단 조직을 약화시키려 한 것이라 해석한다. 이런 차원에서 시진핑 세력은 공청단 개혁안도 지난 2016년에 발표한 바 있다.


닛케이는 “리커창 총리의 부활과 공청단 행사에서의 시진핑에 대한 냉대가 중국 공산당에 부는 새로운 바람”이라고 봤다. “이는 올 가을 중국 공산당의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적인 줄다리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그러면서 “리커창 총리는 올해가 총리직으로 일하는 마지막해가 될 것이라 공개적으로 말했다”면서 “그럼에도 리커창 총리는 다가오는 당대회 이후 앞으로 5년간 상당히 중요한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데, 66세의 리커창 총리가 68세의 정년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라 내다봤다.


닛케이는 마지막으로 “리커창 총리의 이러한 부활 움직임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상당한 도전이 될 것”이라면서 “시진핑이 당의 총서기를 계속 맡을 수 있겠지만 자칫 명목상의 지도자로 남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렇게 허수아버가 되지 않으려면 리커창과의 정치적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중국 공산당이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의 리커창 동향, 진짜 심상찮다]


닛케이 아시아가 리커창의 부활을 14일자 인민일보 기사에서 입증을 했지만 그 후에도 리커창의 발언들은 닛케이의 분석에 더욱 확신을 갖도록 만들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18일에도 윈난성에서 열린 경제업무 좌담회에서 “거시적 정책 조정을 강화하고, 정부 기관들도 가능한 빨리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현재 직면해 있는 경제적 도전에 대해 대처할만한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중앙경제공작회의와 정부업무보고에서 확정한 정책들도 상반기에 완료해야 한다”면서 “경제가 하루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리커창 총리의 발언에는 거침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다보니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11일(현지시간) 정책결정에 가까운 정부 관료 등을 인용해 “리커창 총리가 서구식 자본주의에서 벗어나게 하면서 경제를 침체하게 만들었던 일부 조치들을 철회하도록 1인자인 시 주석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WSJ은 “최근 민간 기술 회사에 대한 규제 완화, 부동산 개발업자와 주택 구매자에 대한 대출 완화, 코로나19 봉쇄 속에서 일부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들이 리 총리의 영향력 하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리 총리는 지난달 장시성을 시찰하는 동안 전자상거래회사들이 밀집한 산업단지를 방문해 '플랫폼 경제' 활성화를 약속했는데 며칠 후 중국공산당 중앙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 시 주석 주도로 이루어진 규제 단속을 중단하라는 신호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WSJ은 “지난 4월 29일 중앙정치국이 부동산 규제 완화와 빅테크 기업 발전 촉진 등을 시사한 것은 정치국 위원들이 리 총리 주장에 손을 들어주며 시 주석을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 악화로 리 총리가 주목받고 있으며 실제로 리 총리는 일부 제재 조치가 완화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17일 “플랫폼 경제와 민영 경제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지지한다”면서 자국 빅테크 지원을 약속했다.


WSJ은 그러면서 “시 주석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더 힘겨워진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리커창 대망론’에 회의론도...]


물론 리커창 대망론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홍콩의 명보는 18일, '원로 압력 하에서 시진핑은 내려가고 리커창은 부상한다?'는 제목의 평론에서 “지난 14일의 인민일보 기사나 최근들어 중국내 주요 매체들에서 리 총리의 노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4월22일 오스트리아, 스리랑카 총리, 4월 29일 노르웨이 총리, 지난 16일 파키스탄 총리 등과 통화하는 등 각종 외교 소통에 리 총리가 등장하는 횟수도 최근 늘고 있다는 점들을 근거로 일각에서는 원로들의 입김 속에 시 주석의 3연임은 좌절되고, 리커창 총리가 '대권' 또는 '경제 대권'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온다”면서 “리 총리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시진핑 원톱' 체제가 공고해지는 동안 존재감이 크지 않았는데, 최근 상황이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명보는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최근 동향을 따져보면 '시진핑 하락·리커창 상승'의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명보는 그 이유로 “리 총리의 반부패 회의 발언 대서특필의 경우 인민일보가 2018년부터 그렇게 해온 것”이며 “리 총리의 늘어난 외교 행보도 시 주석의 외교 업무를 리 총리가 일부 분담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있으나, 당 고위 인사들의 대외 노출 빈도가 퇴임 직전 증가하는 일반적 경향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리 총리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명보는 이어 “지난 16일 나온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최신호가 '공동부유' 정책을 강조한 시 주석의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발언을 실은 것이 시 주석 건재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경제의 안정 성장'을 강조한 작년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에 대해 시 주석의 '공동부유 드라이브'에 속도조절을 시사한 내용이라는 평가가 많았고, 이로 인해 중국의 경제 상황 악화 속에 시 주석의 경제 지휘봉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는데, 치우스 최신호는 누가 중국 경제의 총지휘자인지를 대외적으로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명보는 원로들의 견제설과 관련해서도 ”'원로 정치'는 1980∼90년대의 주류로, 지금 그 잣대로 중국 정치를 분석하는 것은 각주구검(刻舟求劍·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라면서 ”지난 15일 공산당 중앙판공청이 은퇴한 전직 당 간부들에게 '당 기율 엄수',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발언 전파 금지' 등을 지시하는 지침을 발표한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썼다.


물론 명보는 '리커창 부상설'이 별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리기는 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보도가 줄줄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중국 지도부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중국이 받는 타격, 그리고 앞으로 인내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나도 심각하기 때문에 차기 권력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지금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그 막강했던 시진핑의 권위까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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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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