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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韓외교, 중국 허락받고 하라는 건가? - 한국 외교 좌지우지하려는 오만한 중국 - 왕이 중국외교부장, "中압박에 韓 가담말라" 요구 - 중국에 할말 다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 기사등록 2022-05-18 13:43:40
  • 수정 2022-05-19 07: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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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중국, 韓외교 정책에 견제구]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외교방침에 대해 중국이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태클을 가하고 있다. 그것도 객관적으로 보기에 도를 넘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여서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험난할 것임을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은 사실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이전부터 있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3월 9일, “한국(차기 정부)이 향후 중국의 국가안보에 피해를 주는 미국의 전략에 동조하기로 한다면 한국이 치러야 할 대가는 과거 사드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 우리나라 네이버 격인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baidu)는 10일 오전 뉴스 첫 화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 기사를 올리지 않았다. 이러한 바이두의 태도는 언론뿐 아니라 포털 역시 중국에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무언의 표시로 비쳐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시진핑 주석이 윤석열 당시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이었다. 시 주석은 서두에서는 의례적인 인사를 한 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 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여기서 ‘수교의 초심을 지킨다’는 표현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ㆍ미동맹 강화 공약을 감안할 때 이를 주시하고 있는 중국이 던진 견제구로 해석됐다.


이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사드 도입을 결정한 후 시 주석이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의 음수사원(飮水思源)을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것과 ‘초심’이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던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사절로 온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공개된 자리에서 “중국 측은 앞으로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해 몇 가지 건의사항이 있다”며 5개 항을 열거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철수 요구를 할 때 써 왔던 표현인 ‘민감한 문제의 타당한 처리’ 부분이다. 양국은 2017년 10월 사드 갈등 극복과 관계 복원에 합의했고, 우리 정부는 ‘봉인’됐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이는 말뿐이었다. 이후 시진핑 주석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한국이 계속 이 문제를 타당하게 처리하길 희망한다”고 했고, 리커창 총리도 “민감한 문제를 잘 처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하는 등 계속해서 압박성 발언을 이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왕치산 부주석까지 새로 취임한 윤 대통령 면전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는 협박이나 다름없는 표현이다.


왕치산 부주석은 또 윤대통령에게 방중 초청 의사를 전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한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방중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두 차례나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방한 말만 꺼내놓고 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한 외교적 결례다. 원래 외교에서는 엄격한 상호주의가 적용된다. 자신은 한국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한국의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중국으로 오라고 요청한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 박진 외교장관과 영상통화 하는 왕이 외교부장


[왕이 중국외교부장의 오만한 발언]


윤석열 정부 출범에 대해 중국의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은 우리측 박진 외교부장관과 중국측 왕이 외교부장간 첫 화상회담이 열린 16일이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박진 장관이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도 책임 있는 국가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왕이 외교부장은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된 것”이라며 미국 주도의 대(對) 중국 압박에 한국이 가담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특히 왕이 부장은 이날 당국간 소통 강화 및 신뢰 기반 다지기, 호혜 협력, 인적 교류,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및 지역 안정 수호 등 한중이 강화해야 할 4대 사항을 거론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호혜 협력’ 대목에서 양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이다.


왕이 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달 하순 한일 순방 계기에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대한 견제의 의미로 풀이됐다.


여기서 IPEF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중국이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공급망 체계 구축을 의미한다.


특히 왕이 부장의 발언 가운데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기회'를 거론한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중국을 배제한 미국의 공급망에 참여했을 때 손상이 불가피한 '기회비용'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측이 미국이 주도하는 IPEF 등에 참여하여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시도할 경우 제2의 사드사태도 각오해야 한다는 일종의 협박을 한 셈이다.


왕이 부장이 말한 4대 사항 중 세 번째 인적 교류 문제도 그렇다. 왕이 부장은 “수교 30주년과 중한 문화교류의 해(2021∼22년)를 계기로 다양한 인적 교류를 전개하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 양국 국민, 특히 청년들의 우호를 증진하고 오해를 줄이도록 유도하자”고 했다.


이는 그동안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가 사드 보복으로 이어졌으며, 이를 계기로 근래 수년간 상대국에 대한 한중 민간의 정서는 사상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내 혐한과 한국내 반중정서는 오롯이 중국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의 한복 등장과 쇼트트랙 심판 판정 논란 등은 한국내 반중정서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중국이 양국간 좋지 않은 감정 해소를 원한다면, 중국 정부가 각성하고 정치공작에서 손을 떼면 된다. 대한민국내 반중정서는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오롯이 중국으로 인해 일어난 것쯤이란 걸 누구나 다 알기 때문이다.


왕이 부장은 마지막으로 “국제협력을 강화해 지역 안정을 수호하자”면서 “중국은 양국·아시아 및 신흥시장 국가들의 공동 이익을 한국과 함께 수호하고, 격동의 시대에 안정·확실성을 주입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외교적 용어를 그대로 해석하자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중·러 양 진영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양 진영 중 한쪽 편에 '올인'하지 않기를 중국은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왕이 부장의 이 말은 중국과 러시아의 고립을 지향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담은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이 미국과 적극 손발을 맞춰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에 대한 중국측의 우려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를 비롯해 대 중국 포위망 구축에 한국 정부가 깊이 관여하지 않기를 중국측은 바란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왕이 부장이 ”한중간 상호 핵심이익 존중“, ”신냉전의 위험을 방지하고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것은 양국 근본이익에 관련된 것“ 등의 공세적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할말 다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사실 중국이 이렇게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과거의 우리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그저 중국을 향해 고개 숙이고 중국이 말하는 대로 다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마치 한국을 조공국 취급하며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동안 한중관계의 역사를 보더라도 한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강력한 힘을 구사할 때는 한국과 중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대등한 외교를 했다. 그러나 한미동맹에 틈이 생기고 그럴수록 중국을 의지하게 되면 중국은 오히려 한국을 만만하게 대하면서 하대했던 것이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서해공정 등 협박을 일삼았고 요구사항만 늘려왔다. 특히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큰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하고 그저 중국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다보니 중국은 더 의기양양해 하면서 한국 정부를 우습게 대우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기울어진 외교관계가 고착되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한중간 외교의 기본틀이 바뀌어야 한다. 명확한 외교의 기준이 있어야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말해 누가 지도자가 되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국익의 우선순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이 압박을 가하더라도 이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면 중국도 우리를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세계는 진영 대결구도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러한 구도 개편을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의 러시아 편들기는 중국과 러시아의 동시 고립이라는 목표를 명확하게 만들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러시아 패배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봉쇄적 방역 조치는 왜 자유진영 국가들이 중국과 러시아와 디커플링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 중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핵심 정책이 바로 IPEF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재편을 하려 한다. 중국은 이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미 IPEF의 출범에 동참하기로 했다.


미 백악관의 장-피에르 대변인은 IPEF에 대해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고 공급망의 취약성을 줄이며, 녹색경제에 투자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조세와 반부패 표준을 만들어 더 공정한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PEF가) 다가올 수십 년을 규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바로 이 IPEF와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와도 연결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 중심의 무역·기술 협력체를 구축하는 데 그 범위도 확장하겠다는 의미다.


TTC는 이날 인공지능(AI), 5·6세대 이동통신, 전기차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해 새로운 표준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TTC가 “무역 분야의 나토 동맹”이라며 “미국 주도의 첨단기술 연합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중국은 결코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중국을 변화시키는 방법은 외부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개혁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 그러한 시도가 미국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한국 정부가 이러한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에 적극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과 중국간의 관계가 드디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아니라 편편한 외교의 판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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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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