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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역풍 맞은 러시아 - 중립국 포기한 핀란드, 스웨덴 나토 가입 선언 - 러시아, 중립국 핀란드도 언제든지 침공할 수 있다 판단 - 반발하는 러시아, “군사조치로 대응” 경고했지만...
  • 기사등록 2022-05-14 23:09:59
  • 수정 2022-05-15 07: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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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 포기한 핀란드 나토 가입 선언]


북유럽 중립국 핀란드가 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화했다.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중립국을 택하기로 한 지 74년만이다. 이로써 나토의 동진(東進)이 자국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는 오히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오히려 나토 세력권이 동쪽으로 확장하게 되었고 나토군과 국경을 더 길게 대하게 되는 역풍을 맞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가 공동성명을 내고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며 “나토 가입으로 핀란드의 안보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핀란드 정부 관계자는 “핀란드가 회원국으로서 나토 전체의 동맹을 강화해줄 것”이라며 “가입에 필요한 여러 조치가 며칠 안에 신속하게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원집정부 체제인 핀란드는 대통령이 국방과 외교를 책임지고, 총리가 내정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데 무소속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 소속의 총리가 이같은 견해를 밝힌 만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CNN은 “러시아와 국경 1340㎞를 맞댄 북유럽 중립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동맹 가입에 바짝 다가섰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이제 나토는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차로 몇시간 달리면 닿는 거리에 당도했다”고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푸틴 대통령의 고향이다.


[핀란드가 나토가입을 서두르는 이유?]


핀란드는 그동안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오랜 기간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름반도를 합병한 이후, 러시아의 존재감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서방 국방 동맹인 나토와 조금씩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를 본격 침공하면서 아예 국가 전체를 복속시키려 하자 핀란드 국민들의 여론도 완전히 反러시아로 돌아섰다.


이러한 국민 성향은 여론조사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뉴욕타임스(NYT)가 6개월 전에 조사한 결과는 나토가입에 대해 불과 20% 정도만 찬성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려 76%가 나토 가입 찬성으로 돌아섰다. 반대는 12% 뿐이었다.


특히 핀란드는 1939년과 1944년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영토의 약 10%를 잃은 과거사가 있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으며, 그래서 우크라이나의 처지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핀란드가 1948년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사실상 중립국을 표방하고 있었지만 러시아의 지나친 내정간섭은 피할 수가 없었다. 러시아가 다른 동유럽 국가들처럼 침략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자국의 내정과 외교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자존심을 구기는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핀란드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부르는 중립 노선 용어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핀란드를 모욕하는 단어로 받아들이기까지 한다. 특히 올해 초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 주장을 꺼내면서 이 용어가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러시아의 지나친 내정간섭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완전한 중립국 지위는 사실상 누리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의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은 허울 좋은 중립국화가 국가의 안전을 결코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결론을 핀란드 국민들이 절실히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나토 가입 결정에 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핀란드의 안보 상황을 변화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중립국이면서도 이미 나토 가입을 준비했던 핀란드]


핀란드는 사실 중립국이면서도 자국의 안보를 위한 준비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NYT는 12일(현지시간) “핀란드는 지난 1939년과 1944년 두차례, 소위 겨울 전쟁이라 부르는 전투에서 소련에게 비록 국토의 일부를 내주기는 했지만 거대한 소련에 맞서 그들을 저지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핀란드는 그후 중립국이면서도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국방을 튼튼히 해 왔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핀란드는 그동안 미국에서 F-35전투기를 64대나 구입했고 국토 방위시스템도 나토 및 미국과 호환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NYT는 그러면서 “이러한 준비는 이미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온 것”이라며 “18만명으로 구성된 핀란드의 군대는 틀림없이 북부 발트해 지역에서 가장 강력하며 인구의 80% 정도가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무기를 들 용의가 있다고 밝힐 정도로 안보 의식도 튼튼하다”고 전했다.


NYT는 이어 “핀란드의 이러한 준비는 또다시 러시아가 침공해 올 수도 있다고 가정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 온 덕”이라면서 “핀란드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90여만명이 예비군 훈련도 받았다”고 했다.


[환영하는 나토와 미국]


핀란드의 나토 가입 천명에 대해 당장 미국 등 나토 동맹은 일제히 환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핀란드의 발표 직후 “매끄럽고 신속히 나토 가입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반색했다.


미국의 백악관도 이날 “판란드의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실 “미국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이미 오래 전부터 물밑 협의를 진행해 왔으며 나토 가입 신청이 진행되는 동안 핀란드의 안전보장 대책을 준비해 왔다”고 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때 구소련의 통치를 받았으나 나토에 먼저 가입한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도 환영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즈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발트 지역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국 뉴캐슬 대학의 캐서린 라이트 교수는 알자지라 방송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서 나토가 러시아에 맞서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고 이들 국가의 가입을 신속히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가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 신청은 오는 6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정식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발하는 러시아, “군사조치로 대응”]


핀란드의 나토 가입 선언에 대해 러시아는 이날 강력하게 반발했다.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자국의 국경이 나토와 직접 맞대는 면적을 축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 간 국경을 맞대는 부분은 러시아 전체 국경의 6%에 불과하지만,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와 나토가 직접 맞대는 경계가 현재의 두 배로 늘어난다. 당연히 러시아로서는 혹 떼려다 혹을 붙이는 셈이 됐다. 다시말해 나토의 동진이 자국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는 오히려 나토의 동진을 부추기게 됐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양국 관계와 북유럽 지역 안정과 안보 유지에 심각한 손해를 입힐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이와 관련해 발생하는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기술적 조치와 다른 성격의 대응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렘린궁도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나토의 추가 확장은 우리 대륙을 더 안전하지 않게 만들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자국 안보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러시아의 반발에 대해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러시아는 언제든 인접국을 공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당신네(러시아)가 저지른 일이다. 거울 좀 보라”며 일축했다.


[스웨덴도 16일 나토 비상회의]


한편,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논의해 왔던 스웨덴도 오는 16일 비상회의를 열어 나토 가입 신청을 확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토 당국자들도 이미 핀란드가 나토 가입 의사를 분명히 밝힌 시점에서 스웨덴도 동시에 나토 가입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내게 되면 나토본부에 주재하는 30개국 동맹의 대사들이 가장 중요한 가입요건인 '민주적' 정체와 적절한 국방력을 따지게 된다. 여기를 통과하면 양국의 대표가 본부에 와서 동맹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을 것이며 이때 심사 핵심은 나토의 '집단 안보' 원칙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런 절차를 약식으로 쉽게 마치더라도 기존 30개 동맹 각국으로부터 개별 비준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짐작되지만 “때가 때인지라 1955년 독일의 가입신청을 기존 멤버 15개국이 4개월 안에 모두 승인할 때보다 더 짧은 시간에 핀란드, 스웨덴 두 나라의 가입안이 30개국 승인을 받을 것”이라고 나토본부 관리들은 보고 있다.


나토는 1949년 미국, 캐나다 및 영국, 프랑스 그리고 노르웨이 등 12개국 발의로 창설되었으며, 독일 가입 후 1982년 스페인 가입으로 동맹 수가 서방 16개국이 되었다. 소련 붕괴 8년이 지난 1999년에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3국의 가입을 필두로 2020년 북마케도니아까지 14개국의 동유럽 옛 공산권 국가들이 나토 동맹이 되었다.


[혹 떼려다 혹 붙인 러시아]


러시아는 사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부터 나토의 동진을 불허하겠다면서 발트 3국 등 동유럽에 배치된 나토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오히려 핀란드,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게 되었고, 이렇게 되면 러시아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나토의 동진을 부추겨 국경의 확대로 인한 위기와 부담감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러한 나토의 확장과 관련해 러시아는 지난 4일 발트 3국과 폴란드 사이에 끼어 있는 자국 영토 칼리닌그라드에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을 배치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나토 가입을 앞둔 스웨덴과 핀란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실력을 이미 확인한 이들 국가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특히 나토 가입 기간 동안의 안전보장을 위해 미국도 이미 조율을 했지만 영국은 공개적으로 핀란드와 스웨덴을 확실하게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NYT는 11일(현지시간)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만나 안보협정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 회원국이 되기 이전에라도 적국의 공격이 있을시 영국이 직접 참전해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 존슨 총리와 안데르손 총리는 이날 이같은 안보협정을 체결하기 전 영국과 스웨덴이 이미 한 배를 탔다는 의미에서 호수에서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젓는 장면을 연출해 관심을 모았다.


존슨 총리와 안데르손 총리는 이날 이같은 안보협정을 체결하기 전 영국과 스웨덴이 이미 한 배를 탔다는 의미에서 호수에서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젓는 장면을 연출해 관심을 모았다.


이렇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푸틴이 의도했던 우크라이나 해방과도 멀어지게 되었고, 세계 제2위 국방력 보유국이라는 러시아의 실체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으며 더불어 나토의 동진이라는 최악의 결과까지 도출함으로써 그야말로 완전한 역풍을 맞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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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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