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기사등록 2018-04-04 10:28:06
기사수정
-진도체육관에서 쪽잠 자며 자리 지켰던 서남수 장관은 컵라면 먹었다는 이유로 ‘황제라면’ 공격받아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참사 당일 고급 한정식 집에서 만찬 즐겨. 박영선 의원은 동료의원들과 회식
-황제라면이라며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던 이들은 자신들의 이중성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과 사과해야

세월호 참사.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시절이었다.

그리고 참 이상한 시절이었다.

세월호 상황실이었던 진도체육관에서 쪽잠을 자며 밤새 자리를 지켰던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 그는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 세월호 사고 당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컵라면을 먹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뉴시스]


‘황제 라면’이란다.

그 상황에 라면이 넘어가냐며 당시 야당 정치인, 좌파 성향 언론, 그리고 일부 국민들로부터 십자포화가 쏟아졌다.


그는 얼마 후 장관에서 해임되었다.

모두가 슬픔에 젖어있는데, 감히 컵라면을 먹었다는 것.

그것이 그의 죄였다.


라면을 먹은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현장에서 벗어나 이목이 없는 곳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그 자리를 지키고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한 그 아둔한 성실함이 잘못이었다.


컵라면 먹는 것조차 ‘황제라면’으로 만들어버리는 몇몇 기자들의 악랄함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그 무지가 잘못이었다.

모두가 하염없는 슬픔에 방황하고 있을 때, 희생양으로서 그 자리에 있었던 게 잘못이었다.


우리 모두가 슬픔보다는 분노를 원한다.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사를 그저 바라보고 있어야만 하는 그 슬픔의 피동성은 괴로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거대한 슬픔 앞에 원인과 책임을 찾고, 비난할 대상을 찾는다.

피동적으로 슬퍼하기보다 능동적으로 무언가에 분노하는 것이 쉬우니까.

그렇게 서남수 전 장관과 그의 컵라면은 희생양이 되었다.


이런 인간 심리를 착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시 야당 정치인들과 일부 언론들이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젖었을 때, 손가락으로 분노할 대상을 가리키던 이들이다.


그들은 여론의 슬픔을 착취했고, 이를 분노로 만들어 박근혜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에게 대대적인 공세를 펼쳤다.


‘컵라면’조차 거악으로 만들어 꾸짖던 그들의 비판이 그저 정치적 수사이자 공세였음은 뒤늦게 공개된 세월호 참사 당일 그들이 즐겼던 ‘만찬’ 내역에서 드러났다.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그는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 가서 법인카드로 16만 천 원을 긁었다.

인사청문회 내내 그런 사실이 없다며 거짓말로 일관하다, 결국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공개되자 시인했다.


후보자 정책발표회에 나온 그의 왼쪽 가슴에는 세월호 추모 노란리본이 달려있었다.

법인카드로 노래방에서 16만 천 원을 결제한 것도 문제지만,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에서 그렇게 놀아놓고 뻔뻔하게 노란리본을 달고 나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그는 ’언론인’이다.

그것도 세월호를 운운하며 당시 박근혜 정부 등에 정치적 비판을 늘어놨던 ‘언론인’이다.


세월호와 관련해 양승동 후보자의 행보가 이제 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런 이중성은 사실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논란 당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단식까지 했던 문재인 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저녁 고급 한정식 집에서 만찬을 즐겼다.


세월호 참사 당일 무엇을 했느냐며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권 인사들을 국조특위 청문회 내내 질책했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동료 의원들과 회식을 했다.


이 둘만이 아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현재 여권 인사들의 세월호 당일 카드 내역을 살펴보라.

‘컵라면’ 먹었다고 그렇게 욕먹은 서남수 전 장관이 안쓰러워진다.


‘컵라면’ 먹었다고 장관에서 잘린 것 만큼이나 이상한 일들이 아직까지도 벌어지고 있다.


컵라면 가지고 그렇게 수선을 떨었던 사람들이 최근 드러난 양승동 후보자의 노래방 건이나, 문재인 대통령 등 현 여권 인사들의 만찬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인 양 자연스레 넘어간다.


그래, 그럴 수도 있는 일 맞다.

상식적으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해진 일정과 식사 약속을 다 취소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납득하고 넘어가면 될 일들이다.


그러나 컵라면으로 난리를 쳤던 사람들이 그래서는 안 된다.


컵라면에 분노하도록 여론을 부채질하고 정치적 공세를 퍼부었던 그들이 이렇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자신들의 이중성에 대해 최소한의 반성은 해야 하고, 사과를 해야 한다.


시간이 흘렀다고 또 그냥 어물쩍 넘어가니 늘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이러니 이 나라에서 정치는 이성과 토론보다는 감성과 선동에 더 가까운 것이다.


신중하게 언행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요, 모두가 가볍게 들고일어섰다 금방 잊어버린다.


이 나라에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www.whytimes.kr/news/view.php?idx=1152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정기구독
교육더보기
    게시물이 없습니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