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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中, 땅치고 후회할 것” - 세계화 종말 부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 가격에서 안전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개편 - 민주주의와 독재국가의 대결로 귀결되는 공급망 재편
  • 기사등록 2022-05-05 21:38:04
  • 수정 2022-05-06 08: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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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종말 부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제사회에서 이념을 가리지 않고 상호 의존성 강화를 통해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세계화 흐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종말을 고할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Larry Fink)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주주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지난 30년간 지속돼온 세계화의 종말을 고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즉각적 결과는 자본시장에서 러시아의 고립으로 나타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내다봤다.


래리 핑크 CEO는 이어 “기업과 정부는 이제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광범위하고 진지하게 판단할 것”이라면서 “기업은 위험을 회피하고자 자국이나 육로로 이동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생산을 가속화할 것이며, 일부 국가에선 기업이 투자를 철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래리 핑크 CEO가 말한 ‘세계화의 종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그동안 공급망에 있어서 ‘가격’ 이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가격’보다는 ‘안전’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는 가장 싼 공급 대신 가장 안전한 공급망을 찾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두 번째 흐름은 결국 ‘안전한 공급망’이란 이념의 체제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곧 민주주의와 독재적 사회주의의 대결로 가게 될 것이다. 다시말해 ‘이념적 가치’가 ‘가격’이라는 경제적 요소를 능가하는 시대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가격에서 안전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개편]


그동안 세계화의 중심에는 ‘세계는 하나’라는 개념속에서 이념적 가치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그저 가격이 싼 공급망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흘러갔다. 그러한 덕을 가장 크게 본 나라가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권유로 WTO체제 속으로 들어오면서 14억이라는 인구를 자산으로 하여 싼 노동력을 공급했고 이를 바탕으로 ‘저가격’을 강점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다.


그렇게 성장을 하면서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으로 중국이 부상하자 이젠 그 중국이 단순한 경제적 강자가 아닌 정치적·군사적으로도 지배국가로서 야망을 품게 됐다. 그러면서 미국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미중간 디커플링으로 확산됐다. 이는 당연히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이탈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미국의 디커플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중국이라는 위치를 완전히 해체하는 쪽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정치 중심의 중국경제가 확고하게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세계화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역주행했다. 이러한 중국의 조치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당연히 글로벌 기업들이 탈중국을 선언하면서 ‘중국이 배제된 글로벌 공급망’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결정적 기름을 부은 것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었다. 특히 러시아는 그동안 유럽 사회에 ‘값싼 에너지’를 공급해 오면서 러시아에 중독되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이었다. 러시아는 바로 이 가스관을 통해 유럽의 에너지를 책임졌고, 유럽은 이를 바탕으로 탈원전도 가속화시켰다.


사실 그동안 유럽사회는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화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러시아가 언제든지 유럽의 에너지 의존을 무기로 유럽사회를 지배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유럽사회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때마다 친러시아 성향의 독일 메르켈 전 총리나 프랑스 등이 러시아를 적극 두둔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당연시 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면서 러시아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에너지 무기화를 통해 유럽사회를 분열시키고 흔들려 했던 것이다. 뒤늦게서야 러시아의 본질을 깨달은 유럽은 각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방향을 잡은 것이 러시아의 싼 에너지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에는 당연히 상당한 손실이 오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국가의 안전이고 자유를 수호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마디로 ‘가격’이 아니라 ‘안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치 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하워드 맠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했던 유럽이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는 가장 싼 공급 대신, 가장 안전한 공급에 돈이 몰릴 것”이라며 “세계화가 현지화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에서 ‘안전’ 중심의 대변화 흐름에 또 하나 불을 지른 것이 바로 중국의 방역정책이다. 오직 중국만이 할 수 있는 방역정책이 바로 ‘제로코로나’ 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리처드 포르테스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보호무역주의 기조 속에 코로나로 공급 사슬까지 망가지면서 각 나라는 비용을 더 지불하고서라도 국내 공급자를 찾아 나서게 됐다. 세계화가 쇠퇴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중국의 상하이와 다른 지역의 코로나를 이유로 한 전면봉쇄가 물류의 생산과 이동을 방해하면서 공급망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이어 “중국의 코로나 방역정책은 서방과는 달리 무관용 봉쇄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세계의 핵심공급자로서의 역할을 무시했다”고 진단했다.


WSJ은 그러면서 “애플의 경우, 코로나19 봉쇄와 반도체 부족으로 고객 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서 6월까지 40억~80억 달러 수준의 매출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손실의 중심에 중국 상하이가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점에서 BOA(Bank of America)의 분석가들은 WSJ에 “중국의 강력한 봉쇄정책으로 인해 민간 부문의 신뢰는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추락했다”면서 “제로코로나 정책이 적시에 완화되지 않는 한 중국에서의 공급망 이전은 불가피해 질 것”이라 내다봤다.


결국 중국의 체제 자체가 자유주위 시장경제와 너무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공급망의 중심국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독재국가의 대결로 귀결되는 공급망 재편]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라며 “이 싸움의 비용은 싸지 않지만, 공격에 굴복하는 대가는 더 비쌀 것”이라 말했다.


다시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실 미국과 러시아간의 전쟁이나 다름없으며 이는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독재체제와의 싸움이라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하는 전쟁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무기대여법’을 통과시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이 전쟁은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이라면서 “오늘날 우리의 과업은 그대로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리 모두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유럽연합(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지난 4월 21일(현지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역을 통해 러시아를 변화시키려는 독일의 수십년 접근법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젠틸로니 집행위원은 특히 1970년대 초 시작된 독일의 동유럽 국가 정책을 언급하며 “무역으로 변화를 가져오려는 독일의 개념에 한계를 보여줬다”면서 “2월 24일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국 세계적인 동맹을 재편성할 것이며 우리는 독재 정권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미국과 중국간의 충돌로 인해 불거진 디커플링은 EU국가들의 적극적인 찬성을 받지 못했다. 원론적으로는 찬성을 하지만 EU와 중국간 쌓아왔던 교역조건을 한순간에 허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사회의 탈러시아와 함께 러시아에 적극 동조하는 중국에 대한 경각심도 동시에 높여주면서 탈중국의 명분을 확실하게 심어 주었다.


이런 측면에서 호주의 ‘디오스트레일리안’은 5일 사설을 통해 “민주국가들은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 같은 독재자들로부터 자유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디오스트레일리안’은 이어 “영국의 윌리엄 헤이그 전 외무장관이 러시아와 같은 독재국가에 맞서는 NATO를 유럽에만 적용하기보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및 몽골 등과도 파트너십을 갖고 공동 전선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세계는 지금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공동가치 사슬을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먼저 그러한 흐름을 촉발했고 푸틴의 러시아가 강력한 동기 유발을 시켜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탈러시아와 탈중국, 가속화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전쟁범죄를 이유로 한 강력한 서방진영의 제재는 갈수록 촘촘해지고 정교해진다. 이제는 러시아의 젖줄이자 목줄인 에너지에 대한 제재까지 단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3일(현지시간) “EU가 러시아의 석유 산업과 은행 등을 겨냥한 대러 신규 제재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더 많은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고, 허위정보 관여자를 명단에 포함하고 석유 수입을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6차 제재 패키지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더 이상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을 넘볼 수 없도록 그 힘을 확실하게 약화시키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세계화에 역주행하는 중국으로부터의 엑소도스 또한 더욱 더 본격화될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지난 4월 한 행사에서 세계화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해 묻자 “확실히 전과는 다른 세계가 될 것”이라며 “각 나라는 결국 더 탄력적이고 더 강력한 공급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진핑의 자살골은 중국 경제를 갈수록 후퇴시키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푸틴의 실수는 러시아를 무너지게 만들고 있다. 지금 세계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값싼 가격보다는 안전이 중요하고, 또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동맹이 최우선시되는 흐름이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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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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