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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또다시 수렁에 빠진 러시아군 - '라스푸티차' 수렁에 빠진 러시아 탱크들 -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무너지게 만들었던 라스푸티차 - 돈바스를 흐르는 강도 러시아군에게는 방해요인
  • 기사등록 2022-04-26 14:07:37
  • 수정 2022-04-26 15: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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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골탕 먹이는 '라스푸티차']


하늘도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일까? 동부지역 돈바스 점령을 위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 러시아군이 또다시 난관에 봉착하면서 예상보다 진격 속도가 느려지자 당황해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당초 돈바스 지역이 대도시도 없고 산도 없는 평원지역이라 탱크를 앞세워 빠른 속도로 진군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바로 '라스푸티차(Rasputitsa)'라고 불리는 돈바스지역의 진흙탕 때문이다.


평원이 대부분인 돈바스 지역은 봄이 되면서 겨우내내 얼어붙어 있었던 땅이 녹게 된다. 그러면서 그 땅들은 거대한 진흙뻘밭으로 변해 버린다. 이를 '라스푸티차'라 하는데 이는 러시아 탱크와 군용 차량들에게는 전진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최악의 우크라이나 무기’가 된다.


이에 대해 영국의 BB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영국 국방정보국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음에도 지난 24시간동안 전선에 큰 변화가 없다”며 “러시아군의 진군속도가 매우 느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이 저항과 반격할 시간을 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지적되어 왔었다. 동부지역의 러시아군 지휘관들은 4월은 전쟁의 때가 아니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본격적인 전쟁은 여름철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었다.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땅이 마르게 되고 그렇게 되어야 탱크도 전진할 수 있어서 러시아군의 강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였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전쟁 마무리 시점을 5월 9일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로 잡아주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그래서 돈바스 지역의 진흙뻘밭을 뻔히 보면서도 일단 진격할 수밖에 없다. 명령이니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러시아군은 오도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져든다. 특히 일반차량보다 훨씬 무거운 탱크나 장갑차의 경우, 라스푸티차를 통과하기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포장되어 있는 도로를 이용할 수도 없다. 이미 그러한 도로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철저한 방어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언제든지 공격당할 수도 있어서다. 그러니 러시아군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샘 크래니 에반스 연구원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병력을 신속히 이동하려면 탱크나 장갑차가 간선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로 진군해야하는데 이런 무거운 차량들이 한꺼번에 이동하면 라스푸티차에 빠지기 쉽다”며 “주요 도로와 철도는 이미 우크라이나군이 수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러시아군의 작전은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무너지게 만들었던 라스푸티차]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지역 등에서 벌어지는 자연 현상인 라스푸티차는 보통 3월~4월 해빙기와 10월의 가을 장마철에 극에 달한다. 이때는 웬만한 자동차도 통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라스푸티차는 역사적으로 전쟁의 중요한 변수였다. 1941년 독·소 전쟁 당시 소련의 스탈린은 나치가 설마 라스푸티차를 뚫고 침공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치는 스탈린의 예상을 깨고 진격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나치군은 모스크바 전투에서 진흙탕으로 변해버린 대지 때문에 탱크와 장갑차가 모두 진흙탕에 빠져 전투차량 대부분을 버리게 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안았고 당연히 병력 이동과 보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결국 패배하게 된다.


나폴레옹 역시 라스푸티차로 인해 주력 부대인 포병대의 이동이 매우 느려져 진군속도가 제한되면서 식량 부족으로 패배하게 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1월이나 2월에 할 것으로 예상됐고 그것도 우크라이나 북부의 수도 키이우가 아니라 돈바스 지역을 우선 공격할 것이라 예상했던 것도 바로 돈바스의 라스푸티차 때문이었다.


3월만 되어도 이미 진흙뻘밭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4월이 되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에 설마 그렇게 뒤늦게 공격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푸틴이다. 푸틴은 전쟁 전문가도 아니고 더더욱 군사전문가도 아니다. 그냥 정보맨일 뿐이다. 그러니 돈바스의 라스푸티차에 대해 알 리가 없다. 그냥 지도만 보고 진격 명령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그렇게 무모한 푸틴의 진격 명령에 이의를 달면서 반대할 사람도 없다. 어느 누가 감히 푸틴의 지시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스스로 수렁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 영국의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돈바스 전역에 걸쳐 있는 강들이 러시아군의 진격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를 흐르는 강도 러시아군에게는 방해요인]


라스푸티차만 러시아군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23일(현지시간) “돈바스 전역에 걸쳐 있는 강들이 러시아군의 진격에 방해요소가 되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동부 대초원을 가로지르는 강들에 걸쳐 있는 다리들을 폭파해 러시아군의 진격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은 4월에 들어서면서 얼었던 눈들이 녹아 상당한 물이 차게 되기 때문에 다리가 끊기면 강의 도하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제전략연구소(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군사 전문가인 윌리엄 알베르크(William Alberque)는 “우크라이나군이 강을 이용해 러시아군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알베르크는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방어는 1939-40년 겨울의 전쟁, 곧 당시 핀란드 군대가 수적으로는 열세이면서도 호수와 강을 이용해 소련군의 진격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던 적이 있었는데 우크라이나군이 똑같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더타임스에 밝혔다.


알베르크는 이어 “러시아군이 돈바스를 점령하려면 대규모 기동전을 벌이면서 수적 우세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데 돈바스의 자연 환경은 이미 그러한 전략이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돈바스 공격을 위한 시점을 잘못 잡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새롭게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며칠 전에도 이지움(Izyum) 근처의 실버스카이 도네츠에 다리를 건설하려던 러시아군 19명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전원 사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싱크탱크인 루시(Rusi)의 지상전 전문가인 잭 와틀링 박사(Dr. Jack Watling)는 “돈바스 지역에서 강을 확보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아주 중요하다”면서 “러시아군이 강의 교차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돈바스 징악은 힘들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와틀링 박사는 이어 “당연히 러시아군이 강을 건너기 위해 작전을 펼치겠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가 우크라이나의 표적이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군은 이로인해 난관에 부딪칠 것”이라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승리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이유?]


분명 군사력을 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에 비해 절대적으로 열세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은 3만~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반해 러시아군은 최대 15만~20만명 정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대충 따져봐도 5배 정도나 많은 병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은 장비도 대폭 보강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돈바스와의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발루이키·로벤키 등 3개 지역에서 장비를 추가 보급하고 있다. 이 장비들은 돈바스 지역 북부인 루한스크주로 이동 중”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이렇게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하는 이유는 북부지역에서의 실패를 만회하고 푸틴이 명령한대로 5월 9일 이전에 대대적인 공세로 도시들을 파괴하면서 일방적으로 전쟁 승리를 선포하기 위함이다.


사실 이미 돈바스 지역은 상당 부분, 곧 루한스크주의 90%, 도네츠크주의 50%는 러시아의 손에 넘어간 상태다. 현재 주요 전투 지역은 루한스크주 루비즈네·세베로도네츠크·포파스나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면 당연히 러시아가 절대 우위다. 그런데도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고문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돈바스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해, 푸틴을 (협상장으로) 데리고 나오겠다”면서 자신만만하다. 이는 돈바스에서 물러설 수 없는 ‘끝장 전투’를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 표명 이상의 자신감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이러한 배경에는 앞서 언급한 자연환경적 요인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의 엄청난 화력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원하는 고스트드론은 돈바스 전투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수의 병력으로 러시아군에 치고 빠지는 전법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스푸티차로 진격이 느려진 러시아군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라스푸티차로 인해 다방면의 동시 진격도 어려워지고 여기에 강물로 진격 루트조차 막힌다면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점령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그렇다고 대놓고 진격을 하자니 몰살당할 수도 있다. 여기에 러시아군의 고민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자신만만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에게 엄청난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심리적으로도 그렇지만 미국의 맞춤형 지원도 극대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분명한 것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무너진다면 푸틴의 유라시아 구상도 다 무너진다. 이는 푸틴정권의 몰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방 정보당국은 “전쟁 승자는 결코 러시아가 될 수 없는 상황”이란 진단까지 내렸다.


그렇다면 이번 푸틴이 지시한 돈바스 전투가 라스푸티차에 빠진 러시아 탱크들처럼 푸틴도 심리적 라스푸티차에 빠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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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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