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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수렁에 빠진 중국 외교, EU에서 또 역풍 불었다! - 中 최고위층 총 동원해 독일과의 관계 개선 추구했지만... - 독일 외교장관, "메르켈 정부때와는 확연하게 다를 것" 경고 - EU 잡지 못하면 중국 경제 완전 고립될 수도
  • 기사등록 2022-01-26 15:02:56
  • 수정 2022-01-26 15: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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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이은 EU와의 관계 시도]


중국이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리커창 총리를 비롯해 왕이 외교부장까지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만나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올해 양국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정치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대화와 교류를 강화하며 중·독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기를 원한다”면서 “양국 협력 확대와 함께 중국·유럽연합(EU) 관계 발전을 위해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리 총리는 이어 "가능한 한 빨리 새로운 양국 정부 협상을 진행해 중·독이 실무적으로 협력하는 '슈퍼엔진'이 양국의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기를 바란다"며 "선진 제조업, 서비스 무역, 디지털 경제 분야를 양국 협력의 새로운 성장점으로 육성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커창 총리는 “독일이 중국과 EU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 달라”면서 'EU와 중국 간 포괄적 투자협정'(CAI)이 인권 문제 등 정치적 이유로 발효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독일의 지원사격을 요청했다.


리 총리는 "중국과 유럽은 세계 무대에서 두 개의 중요한 세력으로, 광범위한 공동이익을 갖고 있다"며 "독일은 EU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중국과 유럽의 협력과 관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중국과 독일 총리가 전화 통화를 한 지 사흘 만인 21일, 양국 외교장관이 또다시 화상 회담을 열고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이날 회담과 관련해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왕이 부장이 올해 중국과 독일의 수교 50주년이라는 사실을 언급한 뒤 “지난 50년 동안 양국의 무역 규모가 800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이것은 양국 경제의 상호 보완성과 경제·무역 관계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독일의 베어복 외교장관이 "독일은 중국과의 안정적인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계속 실행할 것"이라며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양국의 각 분야 교류·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4일에는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이 자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본’ 프랑스 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양국 및 중국·유럽연합(EU)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왕 부주석은 이어 "중국과 프랑스 관계는 시종일관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프랑스와 함께 세계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왕 부주석은 또한 프랑스가 올해 상반기 EU 순회 의장국을 맡게 된 점을 거론하며 "프랑스가 EU를 이끌어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대(對) 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대중국 협력을 전개해 중·EU 관계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劉鶴) 국무원 부총리도 에마뉘엘 본 국가안보보좌관과 화상 대화를 통해 "중국은 프랑스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며 "양국 정상이 달성한 중요한 공감대를 실천하고 실무협력이 지속해서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10월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최근 국제적으로 발생한 몇 가지 큰일들은 프랑스가 EU의 전략적 자주를 주장한 것이 옳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EU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한마디로 중국의 최고위층들이 줄줄이 나서 유럽사회의 중심축인 독일과 이번에 EU의장국으로 활동하는 프랑스를 집중 공략하면서 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행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이외에도 지난해 3월 유럽연합(EU)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4명의 중국 관리와 국영단체 1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자 곧바로 EU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PSC)와 독일 저명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 MERICS에 대해 보복제재를 가한 바 있었는데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MERICS 측 인사들을 만나 물밑 접촉을 벌였지만 실패한 바 있다.


[과연 중국 뜻대로 EU가 다시 돌아설 수 있을까?]


사실 중국이 유럽에 이 정도 정성을 들였으면 당연히 뭔가 성과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결과는 중국이 바라던 바와는 영 다르게 나타나 중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사회에서 가장 친중적이었으며 중국과 무역거래도 상당히 큰 독일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일단 베어복 독일 외교장관과 중국 왕이부장간의 통화를 소개한 중국 외교부 발표대로라면 상당한 훈풍이 불만도 한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독일의 베어복 외교장관이 인권 문제에 관해 중국과 근본적인 생각 차이가 있다”면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과는 독일-중국간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를 것”이라 말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왕이부장이 베어복 장관에게 양국이 중국과 유럽 관계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양국이 금융 및 외교, 안보 문제에 관한 고위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베어복 장관은 인권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새 정부는 과거와 같이 접근하지는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특히 SCMP는 “베어복 장관이 지난해 12월, 신장 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과 관련된 제품에 대한 EU내 수입 금지와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거론한 사실을 주목하면서 '독일이 과거 메르켈 총리 때와는 확연하게 다르게 독일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SCMP는 이어 “독일의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다양한 고위층 인사들이 독일정부와의 친분을 말하면서 양국의 경제협력에 실용적 접근을 해 줄 것을 중국측이 요청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당국은 베를린이 과거 메르켈 총리의 포용정책에서 멀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상상하는 것보다도 독일의 반응이 훨씬 더 차다고 SCMP는 바라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유럽에서 반중국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는 리투아니아에 대해 중국이 무역보복을 가하자 조르그 우트케(Jörg Wuttke) 중국 주재 EU상공회의소 회장이 23일, “중국이 EU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연이어 중국이 그렇게도 공을 들이고 있는 독일의 베어복 외교장관도 같은 날 “중국이 유럽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유럽 분할 시도가 실패했다”고 말해 중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독일의 외교장관과 중국주재 EU상공회의소가 이렇게 분노하는 이유는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규제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에 있는 다국적기업들에게 리투아니아에서 나가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리투아니아산 부품이 들어있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의 국가들 기업에 리투아니아산 부품을 계속 사용할 경우 중국과 거래를 끊겠다면서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르그 우트케 회장은 이날 독일의 ARD(독일 제1TV)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처럼 무도하게 행동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면서 “중국이 이젠 내정간섭까지 하려 하고 있다”면서 분노했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리투아니아 때문에 EU와의 관계 개선이 완전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슬로바니아도 대만과 상호 대표부 설치 추진]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부 유럽 슬로베니아도 리투아니아, 체코에 이어 유럽에서 3번째로 대만과 상호 대표부(Permanent Mission)를 설치하기로 해 중국은 또 한번 외교적 치명타를 맞게 됐다.


대만의 연합보(聯合報), 중앙사(中央社) 등 대만 매체들은 지난 19일, 야네스 얀사(Janez Janša) 슬로베니아 총리가 “대만은 국제 기준과 국제법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며 “서로의 영토에 무역대표부를 개설할 것을 협상 중이며 EU 회원국의 대만 주재 기구와 같은 수준의 대표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는 곧 슬로베니아도 리투아니아와 같은 방식으로 타이완이라는 명칭이 들어간 대표부 개설을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슬로베니아 총리는 이어 “대만의 우방인 리투아니아와 대만의 관계 발전에 지원이 필요하다는 서한을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 발송했으며, 슬로베니아 외교부도 대만을 비롯한 민주주의 우방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이다”라고 밝혀 앞으로 대만과의 관계 강화 뿐 아니라 반중국 흐름도 유럽사회에서 더욱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U 잡지 못하면 중국 경제 전반도 흔들린다!]


문제는 중국이 유럽사회를 온전하게 잡지 못한다면 중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EU라는 존재는 중국이 미국과의 디커플링을 넘어설 수 있는 최상의 발판이었다. 그래서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미국이 강력하게 디커플링을 밀어 붙일 때도 여유가 있었던 것은 거의 7년 넘게 공들여 온 EU와 투자협정(CAI) 체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가 터지면서 EU와의 투자협정 체결이 보류되었고, 급기야 2021년 5월말 사실상 백지화 수순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중국은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특히 중국과 EU와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것은 중국의 공격 외교 때문이다. EU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다고 EU의회 의원들을 제재해 버리고 EU내의 민간기구까지 제재하자 EU가 완전히 돌아서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중국의 이러한 외교적 행태를 가리켜 “(유럽·중국 관계가) 루비콘강(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건넜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여기에 중국의 리투아니아에 대한 대응은 유럽사회를 들끓게 만들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 공산당은 좌불안석이다. 미국의 중국을 향한 디커플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이를 타개하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EU인데 이젠 그 길마저 막혀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의 유럽사회 진출에 큰 기둥이나 다름없었던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퇴진하면서 중국은 더더욱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 애를 먹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중국이 아무리 애를 써도 중국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유럽사회와의 화해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을 통한 외교관계 개선은 물건너 갔다. 특히 베어복 장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 한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하나 남은 희망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다. 프랑스가 오커스 동맹으로 인해 미국과 틈이 벌어지자 그 사이에 중국이 끼어들면서 유럽사회를 흔들어 보려 하지만 지금의 유럽은 프랑스 같은 한 나라가 설득한다고 해서 흔들릴 상황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중국은 안팎으로 몰락의 나락이 펼쳐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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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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