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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극한 추위에 땔감도 없는 北, 영화배우도 구걸 나서 - 北주민들 처참한 상황에도 벼랑끝 전술 펼치는 김정은 - 처절한 생존싸움에 불만 커지는 북한 주민들 - 낭만적이고도 환상적 대북정책, 결국 부메랑되어 돌아올 것
  • 기사등록 2022-01-22 21:11:08
  • 수정 2022-01-23 08: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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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0-18도에 땔감은 없고" 덜덜 떠는 북주민]


북한의 추위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 있다. 보통 영하 10도에서 18도를 넘나드는 맹추위가 북한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요즘 북한 주민들이 땔감이 부족해 추위에 떨고 있으며 땔감 마련을 위해 멀리 떨어진 산에 나무하러 다니느라 고생하는 주민이 많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일 함경북도 청진시의 한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요즘 청진지방에는 눈이 자주 내리고 밤 기온이 영하 10도~영하 18도에 달한다”며 “이 추운 날씨에 많은 주민들이 땔감을 해결하지 못해 추위에 떨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어 “간부나 돈주를 제외한 일반 주민들은 돈이 없어 겨울 나기용 석탄과 나무(화목) 등 땔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며 “요즘이 일년 중 제일 추운 때인데 대부분의 집들이 땔감이 부족해 구들을 완전히 덥힐 정도로 불을 때지 못하고 있다”고 RFA에 전했다.


소식통은 또 “주민들은 땔감을 아끼기 위해 아침에만 불을 조금 피워 하루 세끼 밥을 한 번에 다 지어놓는다”며 “그러다 보니 집안이 추워 항상 두터운 내복을 두 개, 세 개 껴입고 양말도 벗지 못하고 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겨울 동안 아침 저녁으로 밥을 해 먹고 춥지 않게 군불도 넣으려면 최소한 석탄(갈탄) 세 달구지(한 달구지는 600~700kg)는 있어야 하는데 작년부터 석탄 한 달구지에 20만 원(약 43달러) 이상 하다 보니 석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없었다”면서 “우리 집도 이전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석탄 두 달구지는 준비했으나 올겨울에는 겨우 한 달구지 밖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RFA에 말했다.


소식통은 더불어 “갈탄은 불을 피울 때마다 불쏘시개용 나무가 있어야 한다”며 “시장과 길거리에서 장작을 팔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멀리 떨어진 산에 가서 나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해마다 나무를 베어가다 보니 가까운 산에는 나무가 없어 50리~60리(약 20~24km)씩 되는 먼 곳으로 가야 한다”면서 “산림보호를 위해 시 당국에서는 매주 수요일만 나무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데 죽은 나무나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잡관목 같은 것만 나무를 해올 수 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함경남도 이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이원군에도 겨울 나기용 땔감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추위에 떠는 집들이 많다”고 RFA에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서 “산에 오르기 전에 반드시 현지에 있는 산림감독초소에서 500원을 내고 입산증을 떼야 한다”고 증언했다.


소식통은 또 “아침 일찍 나무하러 집을 떠나면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오지만 그렇게 힘들게 해온 나무를 아무리 아껴도 한 주일 정도밖에 견디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 겨울은 정말 힘든 계절”이라며 “지겹고 추운 이 겨울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배우들마저 구걸 나서는 북한의 현실]


이렇게 추위로 북한 주민들이 벌벌 떨면서 고생하는 가운데 그래도 북한 내에서는 잘 나가는 이들인 영화 배우들까지 시장통에서 구걸에 나서고 있다는 보도도 나와 북한 현실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만들었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20일,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배우들이 평성 옥전시장에 나타났었다”며 “이들은 돈이 없었는지 시장 내 여기저기 다니면서 얼굴을 팔아 구걸하고 밥을 얻어먹었다”고 보도했다.


데일리NK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는 1947년 ‘국립영화촬영소’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북한 최대의 영화제작소”라면서 “북한 최대 영화제작소 소속이자 얼굴이 많이 알려진 배우들까지 인파가 많은 시장에서 구걸할 정도로 생활 수준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NK는 이어 북한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한 배우는 ‘국가에서 주는 것은 없어 먹고 살기가 막막하다’며 ‘얼굴이 알려져 장사도 못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동안은 부인과 아이들이 장사해서 겨우 살았었는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로 그것마저 잘 안돼 할 수 없이 평성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고 했다.


데일리NK는 그러면서 “북한 배우들은 직장에 배치되면 학력과 실력 정도에 따라서 급수(1~6급)를 받으며 그에 따른 배급이 나오는데, 공훈배우나 인민배우 같은 최고 등급이 아니라면 배급만으로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물론 “텔레비전 등을 통해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은 체면과 경제생활 경험 부족 등으로 대체로 장사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의 가계 수입의 대부분은 가족들이 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북한 내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장사가 예전처럼 되지 않자 배우들이 생계난에 처하게 것”이라고 데일리NK는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생계절벽에 내몰린 배우들이 체면을 뒤로한 채 거리에 나와 구걸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라고 데일리NK는 전했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을 쳐다보는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착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부인(리설주)이 가수여서 요즘은 가수들이 잘 나간다”면서 “그래도 영화배우인데 어쩌다 저렇게 됐을까 수군거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특히 데일리NK는 “과거 북한 예술 영화 분야는 김정일이 예술영화의 대중성과 영향력을 이용해 이를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하고자 하여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속에 큰 성장을 이뤘지만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북한이 제작한 마지막 예술영화는 2016년에 발표한 ‘우리집 이야기’로 알려질 정도로 예술 영화에 관한 관심은 이전보다 상당히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그에 반해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국무위원연주단’ 등을 위시한 공연 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자연스럽게 공연 예술가에 대한 급여와 처우도 좋아졌다”는 것이 데일리NK의 분석이다.


[처절한 생존싸움에 불만 커지는 북한 주민들]


상황이 이렇게 어렵다보니 북한 주민들에게서 김정은을 향한 불만도 크게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북한 전문 탐사보도매체인 아시아프레스는 지난 8일 “김일성・김정일 생일은 북한 최대의 명절로 매년 빠지지 않고 대규모 행사가 개최되며, 최근에는 양질의 저하가 현저하지만 식품 등의 특별 배급을 국민에게 무료로 하사한다”면서 “올해 김정은의 생일인 8일에는 아무런 예정도 없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 주민에 대한 선물은 없으면서 오히려 김정은 생일 전후 기간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과 초상화, 혁명사적지를 특별 경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청년들이 안전원(경찰관)과 함께 3~5인 1조로 순회 경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생일 즈음에 줘야 할 선물은 보이지 않고 되려 김정은 생일에 맞춰 혹시라도 불온한 움직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금 북한의 상황이 어떠한지 짐작하게 만든다.


아시아프레스는 “먹고살기 힘든 사람이 많으니까 사람들이 관심 있는 건 특별 배급”이라면서 “김정은을 위대한 령도자라고 선전하니까 혹시 식량을 줄까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벼랑끝 전술 펼치는 김정은]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삶이 극도의 피폐함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김정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사일을 도발하고 더불어 김정일 생일(2·16) 80주년과 김일성 생일(4·15) 110주년을 중심으로 최대 경축 행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기간에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집권 10년’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조직하라는 지시도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재의 북한 주민들이 과연 그러한 지시를 제대로 따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닥친 가난과 추위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그럴수록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더하고 있다.


또 그렇게 불만이 팽배한 주민들의 관심을 다른 것으로 돌리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으로부터의 위협론을 제기하면서 미사일 발사까지 했고, 이젠 핵실험 재개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까지 꺼내들고 있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벼랑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이 이러한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그만큼 북한 상황이 급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북한 카드를 후순위에 두면서 별 관심을 가지지 않자 미사일 도발에 핵실험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우선순위로 북한 문제를 다뤄달라고 떼를 쓰는 모양새다. 그것도 지금 북한 상황이 어려우니까 서둘러 제재 해제를 하면서 대화를 해 보자고 재촉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북한의 그러한 벼랑끝 전술이 과연 통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지금 북한 주민들의 어려운 처지는 이미 이모저모로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엄청난 돈을 들여 미사일 도발을 한다는 것 자체를 서방세계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이 올 들어 쏘아 올린 극초음속미사일 제작과 발사 비용은 어림잡아 1기당 150만 달러 이상,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경우 이보다는 약간 덜 들지만 최소 13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북한은 5일과 11일에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각각 1발씩, 그리고 14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2발, 17일에는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정리하자면 북한이 올해 들어 발사한 6발에 소요된 비용만 해도 최소 900만 달러 이상을 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북한의 환율과 쌀값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1만 3~4천톤 가량의 쌀을 살 수 있는 금액일 것이다. 대체적으로 북한 주민들 전체의 하루 쌀 소비량이 1만톤 정도로 계산한다면 북한 주민들 전체가 최소 하루 반나절 정도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미사일 발사로 사라져 버렸다고 계산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 김정은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한다고 했다.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그 비용은 이와는 완전 별개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자리를 물려받으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쌀밥을 반드시 먹여 주겠다고 약속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쌀밥은커녕 하루 하루 살아가기 힘든 고난의 대행군 시기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김정은을 믿고 대북정책을 펼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김정은이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면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북한이 절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에 나서려는 시도로 벼랑끝 전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그러한 위험한 도박에 낭만적이고도 환상적 대북정책으로 적당히 넘기려 한다면 그럴수록 김정은의 입지는 개선되겠지만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더 피폐해 지고 그 고통은 끔찍할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이나 한국은 이럴 때일수록 진짜 정신차려야 한다. 좌절과 당혹에 빠진 북한 김정은 정권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그래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 부조리극이 비극으로, 또 파국으로 흘러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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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푸단대학교 한국연구원 객좌교수
    -전 EDUIN News 대표
    -전 OUR NEWS 대표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책기획팀장
    -전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사단법인 한국가정상담연구소 이사장

    -저서: 북한급변사태와 한반도통일, 2012 다시우파다, 선거마케팅, 한국의 정치광고, 국회의원 선거매뉴얼 등 5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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