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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 미얀마 진입 초읽기, 초유의 사태 발생할 수도 유엔 미얀마 특별대사, “피바다(bloodbath)가 임박했다” 2021-04-0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군, 미얀마 국경지대 집결…송유관 보호 차원"]


중국 인민해방군 병력과 군용 차량이 최근 며칠간 중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인 윈난성(雲南省) 지에가오(姐告)로 집결하고 있다고 미얀마 현지 매체들이 연일 보도하고 있다.


지에가오는 미얀마 샨주(州)와 마주보고 있는 접경 지역으로 변경 무역지구로 지정돼 있다.


이 매체들은 중국군의 이같은 움직임이 미얀마 서부 짜욱퓨와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을 잇는 길이 800㎞의 송유·가스관이 미얀마 내 반중 시민들의 공격을 받을 것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외교부의 바이톈(白天) 섭외안전사무국 국장은 지난 2월말 미얀마 군부 관리들과 긴급 회의를 열어 중국이 투자한 송유·가스관의 안전 보장, 반중 여론 억제를 위한 언론 통제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중국 국영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가 투자한 송유·가스관은 벵골만에 위치한 서부 라카인주(州) 짜욱퓨(Kyaukphyu)항에서 시작해 마궤주, 만달레이주, 북부 샨주 등을 거쳐 중국 윈난성(雲南省)으로 연결된다. 노선이 2개로 총 연장은 800㎞ 규모다. 연간 석유 2200만t, 천연가스 120억㎥를 수송할 수 있다.


[반중 정서 확대되는 미얀마]


문제는 지금 미얀마내에서 반중정서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일부 시민이 중국 오성홍기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거리 두 곳에서 시위대가 오성홍기에 기름을 붓고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모습이 담겼다.


이 영상을 공유한 트위터 이용자는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하려는 유엔을 저지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한 지난 4일에는 양곤 청년들이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섰는데, 가면 이마에는 유엔 로고가, 아래에는 중국 오성홍기가 그려진 손이 입을 틀어막는 형상이 그려졌다. 마스크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양쪽 뺨에는 ‘미얀마를 구하라’란 글귀가 쓰여 있었다.


더불어 지난 6일 만달레이에서는 시민 20여 명이 디즈니 캐릭터 ‘곰돌이 푸’ 가면을 쓰고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한다’는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곰돌이 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모·체형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시 주석을 풍자할 때 종종 쓰였다. 이들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조종하려는 중국을 규탄한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반중정서가 이렇게 갈수록 격화되는 것은 미얀마 군부 뒤에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설이 퍼져 나간데다가 지난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중국이 비판 성명의 톤을 낮추도록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미얀마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성명문은 당초 군부에 대한 제재를 의미하는 ‘후속 조처를 검토한다’는 문구를 포함했으나 중국의 반대로 이 부분이 삭제되었다는 것이다. 또 군부가 민간인을 ‘살해했다(killing)’거나 군부를 ‘규탄한다(deplore)’ 등의 단어도 중국에 의해 삭제되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미얀마내의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을 규탄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얀마에서 손을 떼라’, ‘주 미얀마 중국대사관을 폐쇄하라’, ‘중국이 군사정권을 지원하고 있다’는 글들이 계속 도배하다시피 올라오고 있다.


더불어 미얀마의 유명한 배우인 ‘킨 윈 와’도 “중국산 제품을 보이콧할 때가 왔다”는 트윗을 올렸다.


물론 중국은 미얀마 군부세력에 대한 지원설을 전면 부인하면서 미얀마 사태에 대해 ‘내정 불간섭’ 원칙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미얀마인들은 거의 없는 듯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들의 발언들이 사실상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왕이 부장은 줄곧 “유엔 안보리의 부당한 개입에 반대하고 외부 세력의 선동을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유엔안보리의 개입을 부당하다고 주장한 것이 곧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려는 의도라고 미얀마인들을 보고 있다.


[격화되는 미얀마 시위대의 반격]


이런 상황에서 미얀마 군부의 시위대 진압이 폭력에 가깝다 할 정도로 강력하게 유혈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들의 반격도 점점 거세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4시경 미얀마 중부 사가잉 지역 따무 마을에서 시위대가 군용 트럭을 향해 수류탄을 던져 군인 4명이 현장에서 즉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시위대는 이날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주민들이 세운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리려 하자 반격에 나섰고, 2시간가량 저항하는 과정에서 수류탄 투척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인 이라와디가 5일 전한 내용이 그렇다.


시위대가 이렇게 무력으로 저항을 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군부의 진압으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군부의 진압으로 33세 남성 시위자가 총에 맞아 숨지고 7명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자, 충격을 받은 시위대가 폭발 장치와 방패 등으로 무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무장한 시위대들은 이젠 주민들과 합세해 군경을 공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2일에도 사가잉 인마빈과 까니 마을에서는 시위대가 사제 총과 압력분사식 가스총으로 유리·철제 탄환을 발사하며 군경에 맞섰다. 더불어 현지 매체 프런티어미얀마는 3일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기 위해 청년들이 소수 민족 무장조직에 자원 입대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얀마 시위대가 중국 송유·가스관을 공격한다면...]


현재 상황에서 제일 우려되는 것은 중국의 미얀마 군부 지원에 화가 난 미얀마 시위대들이 미얀마 내 중국기업들과 중국과 미얀마를 연결하는 송유·가스관을 공격하는 경우다.


중국 송유·가스관에 대한 공격은 이미 지난 달 16일부터 미얀마의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한 말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967년 반중 폭동때와 비슷하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962년 미얀마에서 네윈 장군이 이끄는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자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이틀만에 네윈 군사독재 정부를 승인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중국이 미얀마 내 공산주의 세력이나 화교를 통해 미얀마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양국간 긴장은 점점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극좌사회운동인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자 미얀마 군부는 중국계 학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학생들이 마오쩌둥 배지를 달지 못하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와 중국계 학생들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고 점차 미얀마 시민들이 중국계 학교, 중국 대사관을 공격하는 폭동으로 확대됐다.


이로 말마임아 중국계의 수많은 상점들이 불에 탔고, 중국인 30여명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네윈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는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공산당의 주장을 게재해 야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단교 직전까지 갔지만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중국과 미얀마 사이에 극적 화해가 이뤄졌고 그러다가 1988년 민주화 시위를 탄압한 미얀마 군사독재 정권이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자 적극적인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지금 미얀마 수도에 있는 네피도국제공항도 바로 당시 중국의 지원 아래 건설된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지금 군부의 배경에도 중국이 있을 것으로 미얀마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고 최근 들어 중국이 보여준 일련의 태도가 반중시위를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반중정서가 가득한 미얀마 시위대들이 미얀마 내의 중국 공장 및 시설들과 송유·가스관 등의 공격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에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미얀마 내에 많은 중국 기업들이 들어섰고 미얀마내에 250여 만명에 이르는 중국인과 중국계 미얀마인들이 주재하고 있는데, 이들이 거센 반중정서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더더욱 큰 문제는 중국과 미얀마를 잇는 송유·가스관이 공격당하는 경우다. 그런데 현재의 미얀마 상황을 보면 언제든지 그런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얀마 시위대가 완전한 무장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군부와 정면 대결하기 보다 오히려 공격하기가 쉬운 미얀마내 중국 시설과 공장들, 그리고 송유·가스관 등에 대한 공격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그러한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얀마 내에서 중국산 불매운동과 함께 중국계 공장이 공격을 받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중국내 공장들이나 시설들이 공격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참고 기다리겠지만 송유·가스관이 공격을 받는다면 이미 대기중인 중국인민해방군이 시설 보호를 명분으로 미얀마로 진입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미얀마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수도 있다. 특히나 송유·가스관이 미얀마 시위대로 인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발포 등으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미얀마 군부의 입장도 사면초가에 빠지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그래서 중국인민해방군의 미얀마 국경 대기는 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면서 과연 어디까지 진전될 것인지 바라보게 만든다.


사실 지난 2일만 하더라도 "중국은 미얀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이 그렇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중국군은 미얀마의 상황이 중국 영토나 중국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말까지도 했다. 중국은 미얀마 최대 교역국이자 싱가포르에 이은 미얀마 제2의 투자국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차분하게 말한 것이다.


그랬던 중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이유가 뭘까? 그만큼 미얀마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고 중국이 우려할만한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일게다.


점점 내전으로 확대되어 가는 미얀마 사태, 4살짜리 아이까지 구금하면서 아버지의 행방을 쫓는 군부의 잔인함은 이미 광기에 달했고 이에 맞서는 미얀마인들은 이미 목숨을 내걸었다.


그리고 反쿠데타는 이미 反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성홍기는 이미 불타고 있고 이젠 중국의 이익이 달린 시설들, 특히 송유·가스관까지 공격당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이 미얀마로 진입하는 일까지 발생된다면 그 유혈사태는 이제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미얀마 사태를 바라보는 한 미얀마 여인의 눈물이 폐부를 찌른다. ‘미얀마를 살려 달라’는 그 절규가 생생하게 귀에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유엔 미얀마 특별대사는 “피바다(bloodbath)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그저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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