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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막다른길 직면한 김정은, ‘고난의 행군’ 선언 고난의 행군 피해 대규모 탈북시 김정은 최대위기 직면 2021-04-0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북한 김정은이 8일 열린 당세포비서대회에서 고난의 행군을 선포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김정은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 결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당 최말단 책임자들이 모인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전진 도상에 많은 애로와 난관이 가로놓여 있으며 그로 말미암아 당 제8차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투쟁은 순탄치 않다"며 현 상황을 짚은 뒤 "그 어떤 우연적인 기회가 생길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우리는 그 어디에 기대를 걸거나 바라볼 것도 없으며 오직 수백만 로동당원들, 특히는 수십만 당세포비서 동지들의 심장을 믿을뿐”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이어 “청년들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적지 않고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며 “당세포들은 청년교양 문제를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고 이 사업에 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정은은 더불어 “가장 위험한 적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이라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소탕전에로 군중을 조직발동하는데서 당세포들이 응당 책임과 역할을 다하여야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꺼낸 ‘고난의 행군’ 의미]


여기서 김정은이 꺼내 든 ‘고난의 행군’이란 단어는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나라의 경제사정이 극히 어려워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며 김정일이 내놓은 당적 구호로서, 1996년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제시되었다.


통일부의 북한정보포털에 의하면, ‘고난의 행군’이라는 용어는 1938년 말~ 1939년 초, 김일성이 이끄는 항일빨치산이 만주에서 혹한과 굶주림을 겪으며 일본군의 토벌작전을 피해 100여 일간 행군한 데서 유래했다.


1996년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 고난의 행군은 공식적으로 세 번째 고난의 행군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첫 번째 고난의 행군은 앞서 말한 김일성의 빨치산 시절인 1938년 12월부터 1939년 3월까지 중국 몽강현 남패자로부터 압록강 연안 국경일대로 행군한 것이며, 두 번째는 1956년 8월 종파사건 전후부터 천리마운동이 전개되는 시기까지다.


1996년 신년사를 통해 제시된 세 번째 고난의 행군은 지난 1996년에서 1999년까지 북한에서 발생했던 대기근과 경제난을 극복하고 사회적 이탈을 막으며, 주민들의 희생과 김정일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되었다.


이 시기를 전후하여 산업이 붕괴되고 배급이 중단되었으며, 북한주민들이 장마당을 활성화시키면서 스스로의 생존과 생활을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집단주의 의식과 주체사상으로 무장한 사회주의적 가치관들이 뿌리채 흔들리게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다양한 비사회주의적 행위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아사자 수는 유엔 인구센서스를 기반으로 한 우리 통계청의 추계로는 약 33만 명 정도이고, 미국 통계청은 1995년에서 2000년까지 경제난에 의해 직간접적 영향으로 사망한 인구를 5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국내의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의 평양 특파원을 지낸 하기와라 료(萩原遼)의 저서 "김정일의 숨겨진 전쟁(金正日 隠された戦争)"을 근거로 300만명이라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김정은이 사실상 북한 역사상 네 번째의 고난의 행군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세 번째 고난의 행군 당시 비사회주의적 행태가 폭발적으로 나타났던 것을 교훈 삼아 반사회주의적인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주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이번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자리가 바로 북한 노동당의 최말단 조직인 당세포대회라는 점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세포비서는 그야말로 북한 공산당의 최말단 조직 책임자들이다.


이들을 앞세워 고난의 행군 기간 동안에 사회적 분위기가 흐려지지 않도록 철저하게 내부 기강을 다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타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정은은 이들에게 당세포 과업 10가지를 짚으며 사상교육과 통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악의 경제 상황 직면한 북한]


우리 신문은 이미 여러차례 북한이 지금 최악의 경제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 보도한 바 있다.


[北주민의 절규, “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요?”(2월 11일, 유튜브 Why Times 북한정보 2월 12일)]를 비롯해 [위기 자초한 北김정은, ‘생지옥’ 북한(3월 5일, 유튜브 Why Times 정세분석 708] 위기 자초한 北김정은, ‘생지옥’ 북한] 다양한 분석 기사들을 통해 북한이 지금 고난의 행군과 견줄만한 비참한 시기에 맞닥뜨려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제압하기 위해 김정은이 공포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했었다.


이러한 지적 그대로 북한은 이미 고난의 행군에 돌입했다. 사실 이러한 최악의 경제 상황은 김정은도 지난 2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를 자인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번 고난의 행군 시기를 교훈 삼아 장마당이 더 이상 확대하거나 개인들의 이익 치부 수단으로 확산되지 못하도록 개인들의 장마당 운영, 소유를 금지하고 모든 거래를 당국의 관리하에 두라고 지시했다. 이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와 전쟁 선포와 맞물리는 조치다.


이번 당세포대회에서 김정은이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것도 결국 그만큼 북한이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북한 주민들은 “토끼와 양은 다 죽었고 고양이와 승냥이만 살아 남았다”고 말하곤 했다. 이는 북한 당국의 식량 배급이 이미 중단되었음에도 ‘조금만 기다려라’, ‘그렇다고 개인 장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당국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랐던 이들은 다 굶어 죽었지만 살기 위해 상부의 지시도 어기고 장사를 했던 사람들은 살아 남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면서 북한에 본격적으로 장마당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김정은은 또다시 장마당 통제 조치를 이미 시행했고, 그럼에도 김정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스스로 먹고 살 갈을 찾아 나서는 북한 주민들을 세포조직들이 막아서라는 지시를 이번에 내린 것이다.


사실 이번 고난의 행군이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미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의 맛을 봤고, 또 자신들보다 훨씬 잘 사는 중국의 맛도 이미 볼만큼 봤다는 점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급하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가 물건을 사서 북한에서 장사를 할 방법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북한 내에서 팔고 살 물건을 내놓는다는 것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아무런 수단이 없는 주민들은 과연 뭘 먹고 살아야 할까?


[고난의 행군, 선포 배경]


사실 이번 고난의 행군은 김정은의 로드맵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도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아마 지난해 10월 10일의 열병식에서 눈물을 보인 것도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결국 고난의 행군을 선포하게 된 데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다.


우선은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다. 북한은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랬다. 그래야 또다시 미북정상회담도 열릴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만나다보면 북한도 살 길이 생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패했다.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 왜냐하면 북한에게 있어서 미국 민주당 정권은 ‘전략적 인내’라는 단어로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부터 트럼프 때와 같이 탑-다운 방식의 정상회담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해 버렸다.


이는 김정은에게 엄청난 좌절을 안겨다 주었다. 이는 김정은이 가장 바라던 로드맵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의 변심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이 밀착한 듯 보이지만 이미 알래스카 미중 2+2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북한을 포기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아마도 김정은은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심각해질수록 북한과 중국간은 밀착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동안 대북제재에 동참해 왔던 중국이 과감하게 다 털어 버리고 북한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 꿈이었다. 미중간에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음에도 중국은 북한에 대한 화끈한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계산 때문이다.


오는 7월의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열병식이 빠진 것도 사실은 중국이 미국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북제재의 틀을 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역시 김정은의 로드맵에는 없었던 사안이다.


세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이 역시 김정은의 로드맵에는 애당초 없었던 아젠다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은 김정은에게 있어 사실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기 보다 이를 잘 이용해 주민 통제에 활용했다. 코로나를 이유로 주민들의 이동도 막았고 특히 국경을 봉쇄함으로 인해 주민들의 이탈도 막았다.


아마도 김정은은 고난의 행군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결코 국경봉쇄를 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난의 행군으로 인한 중국으로의 주민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지금 김정은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북한 주민들의 국경 이탈이다. 아마도 이번 고난의 행군 때는 과거와는 달리 북한을 이탈하려는 주민들이 넘쳐날 수도 있다. 만약 북한 주민들 수천명이라도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진입하게 되면 당장 엄청난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정은 정권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그리고 외세의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김정은은 철저하게 국경을 봉쇄할 것이고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해 국경 인근지역의 주민들 이동부터 철저하게 막을 것이다. 이렇게 주민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코로나 핑계를 댈 것이다. 수단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난의 행군,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반발이다. 이미 자본주의의 맛을 웬만큼 본 북한 주민들이다. 장마당을 통해 남한을 포함해 외부 소식들도 상당히 접했다. 그런데 그런 북한 주민들이 고난의 행군에 묵묵히 순응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정말 오판 중의 오판일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결코 제4차 고난의 행군을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이 선택할 것은 세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김정은 정권을 향한 반란을 일으켜 정부를 전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미 그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


김정은은 자신을 결사옹위할 시위진압부대를 추가로 만들었다. 지난 1월 중순의 일이다. 김정은을 호위하는 당중앙위 호위처, 국무위 경위국, 호위부, 호위사령부 등 4개 부대가 엄연하게 버티고 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주민들의 불만들을 감시하고 이들의 분출을 막기 위한 시위진압 부대를 만든 것은 다 북한 주민들의 목숨을 건 반발이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북한 탈출이다. 북한을 벗어나 중국으로 도피한다면 그래도 북한에 있는 것보다 살아갈 방법을 찾아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은 여기에도 철저하게 대응하고 있다. 국경에 접근하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포하도록 이미 철저한 지시를 해 두었다.


그렇다면 마지막 세 번째 방법밖에 없다. 그저 하늘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다. 이는 비극이다. 지옥의 삶일 것이다. 김정은이 그렇게 북한 땅을 비통의 현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정은의 고난의 행군 선포는 슬퍼하고 통곡할 북한 주민의 한맺힌 울음소리와 겹치게 만든다.


주여! 북한 땅을 살펴 주시옵소서! 그들을 불쌍히 여겨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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