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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동토의 땅 그린란드 선거가 美-中 대결장이 된 이유? 땅을 치는 중국, 그린란드에서 또 미국에 당했다! 2021-04-08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그린란드 선거]


한국에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있던 날, 지구 반대편의 동토의 땅 그린란드에서도 조기 총선이 열렸다.


한반도 9.7배 넓이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덴마크령 그린란드는 땅은 넓어도 북극에 가까운 혹한 지대라 주민은 불과 5만6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섬에서의 조기 총선이 세계적인 주목거리로 떠 올랐다. 이유는 선거결과가 가져올 후폭풍 때문이다. 그것도 미국과 중국의 핵심이익과 맞물려 있다.


이날 열린 조기 총선에서 주요 야당인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IA)'당이 37%를 득표해 29%를 얻은 집권 '사회민주 시우무트(Siumut)'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됐다


중요한 것은 이 조기총선의 최대 이슈가 바로 대규모 희토류와 우라늄 채굴 사업의 가부(可否) 여부였다는 점이다.


집권당인 시우무트당은 광산을 적극 개발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늘리자는 주장이었고, 야권은 채굴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대거 발생한다며 개발을 반대했다.


그런데 이번에 제1당이 된 IA당은 환경 관련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린란드 남부에 있는 크바네피엘 사업 중단을 주장해왔다.


IA당의 대표인 34세의 무트 에게데는 지난 5일(현지시간) 열린 TV 토론에서 “우리는 크바네피엘의 희토류 채굴 사업이 그린란드의 환경에 엄청나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크바네피엘의 희토류 채굴 사업은 방사성 폐기물을 포함한 너무 많은 환경적 위험을 안고 있다”면서 개발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반면 집권당 시우무트당의 에릭 젠슨 대표는 “광산의 개발이 그린란드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우리 그린란드가 언젠가 코펜하겐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얻고 싶다면, 이러한 경제적 수입을 놓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에릭 젠슨 대표의 이런 주장은 그린란드가 얼음으로 뒤덮힌 자원들을 관리하는 대가로 덴마크로부터 예산의 1/3을 차지하는 약 5억 2600만 유로(약 6억 3800만 달러)의 연간 보조금을 받고 있는 현실을 비춰 경제적 이익을 강조한 것이다.


IA의 에게데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현지 방송에 크바네피엘 사업과 관련, "그린란드의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활 수준, 그리고 건강과 환경도 아주 소중하다”면서 “크바네피엘에서 희토류 채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로 크바네피엘의 희토류 채굴 사업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채굴에 찬성하는 시우무트당은 1979년 이래 대부분의 기간 집권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이슈가 바로 크바네피엘의 희토류 채굴 사업 여부였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집권 시우무트당의 에릭 젠센 대표도 덴마크 TV 2에 출연해 ”크바네피엘 광산을 둘러싼 논란이 29%의 득표율로 패배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결과와 관련해 프랑스 파리 사이언스 포 대학의 지정학 교수인 미카 메레드도 "유권자들의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그들의 경제를 위해 환경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미시아크 신문이 지난 5일(현지시간) 조사한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3%가 크바네피엘의 희토류 채굴 계획에 반대했고, 불과 29%만이 채굴계획에 찬성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에서 제1당이 된 IA당은 기후환경보호를 위해 파리 기후 협정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IA당의 에게데 대표는 크바네피엘 사업에 반대하는 정당과 새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그리고 에게데 대표는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바네피엘 광산이 주목 받는 이유?]


그런데 크바네피엘 광산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특히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남서부에 있는 크바네피엘 광산에는 1000만t 이상의 광물질이 묻혀 있는데다가 풍력 터빈, 전기차, 전투기에 사용되는 네오디뮴 등 그린란드의 미개발 희토류 금속 개발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국제 광물 및 채굴 업체들이 이번 선거 결과를 주시해 왔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점점 녹아져 내리면서 해상으로의 접근도 쉽고, 지하자원 개발도 용이해지면서 그린란드에 투자하려는 손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우라늄과 희토류가 대량 묻혀 있는 크바네피엘 광산이 중국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이 광산은 중국 셍허자원지주(주)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호주계 광산 업체 그린란드미네랄스(Greenland Minerals Ltd)가 주축이 돼 개발하고 있다.


크바네피엘 광산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가장 큰 희토류 생산지로 알려졌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의 80% 이상을 맡고 있는 현실에서 만약 이번에 현재의 집권당인 시우무트당이 이겼다면 당연히 세계 희토류 생산에서 중국의 절대적인 입지가 훨씬 강화될 상황이었다.


집권당이었던 시우무트당은 이미 그린란드미네랄스에 크바네피엘 프로젝트에 대한 예비 승인을 내 준 상황이었다.


그런데 희토류 채굴을 반대하는 야당이 승리함으로써 중국의 희토류 개발 계획이 사실상 좌절된 셈이다.


[미국도 상당한 관심을 쏟았던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희토류뿐 아니라 아연·납·다이아몬드·사파이어 등 그린란드의 광물 자원이 1조1000억달러(약 1230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렇게 그린란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돈을 주고 덴마크로부터 사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는 “근본적으로 거대한 부동산 거래”라고 해서 관심을 증폭시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러한 제안은 사실 중국산 희토류 무기화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었다.


그린란드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지하자원 뿐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가장 심각하게 겪는 곳이기는 하지만 북극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항로 개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요충지로 손꼽힌다.


그래서 불과 5만6000명만 살고 있는 땅에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 정부가 들어서는지에 대해 여러 나라가 관심을 갖는 것이다. BBC는 “러시아가 북극 지역에서 경제와 군사 활동을 늘리고 있는 것도 서방에서 그린란드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도 그린란드가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이곳에 핵미사일 비밀기지를 건설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던 것이다.


과거 1960년대 미군은 옛 소련을 겨냥해 그린란드 빙하 밑에 '캠프 센추리'라는 비밀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했다.


미군은 캠프 센추리를 '얼음 밑 도시'라고 부르며 과학기지를 표방했지만, 실상은 '프로젝트 아이스웜'(Iceworm)이라는 이름으로 총연장 3천㎞가 넘는 21개의 터널을 뚫어 옛 소련 코앞에 600기의 핵미사일을 숨겨두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러나 빙상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이면서 터널의 형태가 뒤틀리고 눈의 무게로 붕괴 위험까지 제기되면서 얼음 밑 기지건설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이미 그린란드 북쪽에 있는 툴레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그런 역사가 담긴 그린란드에 이번에는 희토류를 두고 중국과 대결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그린란드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해 이미 상당한 액수의 원조를 제공했으며, 앞으로도 수백만 달러 이상의 추가 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란드가 중국의 북극기지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덴마크도 그린란드의 중요성을 감안해 2019년에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국가안보 의제 1순위로 올려놓았다. 역시 중국의 북극기지화를 경계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동맹국들인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가들도 그린란드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하였다.


[갈수록 커지는 희토류의 중요성]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핸드폰, 컴퓨터 같은 첨단 IT 기기를 비롯해 각종 전자기기와 영구자석, 배터리, 에너지 산업, 그리고 미사일이나 레이더 시스템 등의 군사용 무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희소한 광물질이다. 그래서 ‘산업용 금(金)’으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의료용품, 그리고 희토류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하라고 명령했었다. 이는 희토류 등 품목을 공급하는 데 있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희토류 전 세계 부존량의 36.7%가 중국에 있다. 그 외 베트남과 브라질에 각각 18.3%, 그리고 러시아에 10% 정도 매장돼 있다.


중국산 희토류를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일본, 미국, 네덜란드로 비율로는 각각 54%, 14%, 8%를 차지한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희토류 가운데 74%가 중국산이다. 미국은 중국 외에 에스토니아와 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도 희토류를 소량 수입한다.


중국과 달리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환경 문제를 이유로 희토류 생산 시설을 폐기한 바 있다. 희토류는 채굴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등 갖가지 폐기물이 나오는 문제 때문이다.


[땅을 치는 중국, 또 미국에 당했다]


결국 이번 그린란드 조기 선거에서의 야당 승리는 미국의 실질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 크다.


그래서 덴마크 주재 중국 대사는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면서 “미국의 부당한 정치개입에 강력히 항의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가 그렇다.


아마도 앞으로 그린란드에서 중국자본이 힘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미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과 유럽 국가들이 대 중국 견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수록 중국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것이 지금 중국이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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