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정세분석] 김정은은 왜 시위진압부대를 만들었을까? 북한 주민들 의식변화, 심각한 통치 위기 발생 가능성 2021-02-24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시위진압 호위부대 별도 창설한 北 김정은]


북한이 김정은 총서기의 지시로 지난 1월 중순 ‘시위진압’이라는 임무를 띤 별도의 호위부대를 창설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23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북한 내부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노동당 제8차대회 직후 최고사령관(김정은) 명의로 새로운 부대 신설 명령이 하달되었다”면서 “호위사령부 주도로 전체 부대원 중 우수 전투원과 지휘관, 명사수들(900여 명)이 이번에 선발됐고, ‘41대대’라는 이름의 새로운 시위진압 호위부대에 편입됐다”고 전했다.


호위사령관의 직접 지시를 받는 41대대는 7개 중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양시 모란봉구역 북새동에 위치해 있는데, 이번 신설과정에서 시위진압용 방호복, 기관총, 방탄모, 방패, 저격 소총 등 신식 무기와 장구류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임무를 수행할 최소한의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왜 북한에 시위진압부대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시위진압부대를 만들라고 명령했을까? 사회주의에 1인 수령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에서 ‘시위진압’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고 도대체 이해가 안가는 조치이다. 그럼에도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조직적으로 반란을 꾀하는 행태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정은이 별도의 시위진압 부대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은 지난 8차 당 대회를 통해 ‘이민위천(以民爲天)’을 강조했다. 여기서 ‘이민위천’이란 “백성을 하늘과 같이 섬긴다”는 의미로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사기(史記)’는 중국 전한(前漢)의 사마천(司馬遷)이 저술한 통사이다.


김정은은 또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라는 말도 강조했다. ‘이민위천’과 통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재를 구사하고 있는 김정은의 입에서 ‘이민위천’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 북한 인민의 마음을 다독여 주어야 할 상황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북한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위기 외에도 오랜 대북제재와 셀프 국경봉쇄로 인한 경제의 피폐, 그리고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타격 등 삼중고를 북한 인민들이 온 몸으로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김정은 스스로 지난 2020년을 "끔찍한 한 해"였다고 말하면서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자연재해도 복구해야 하는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토로할 정도니 그러한 시국을 몸으로 부딪쳐야 할 북한 인민들의 삶은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뻔하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뾰족한 돌파구도 없다. 김정은은 7차 당 대회 직전에도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겠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결과는 속 빈 강정이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스스로 지난해 8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7차 당 대회 발 ‘5개년 경제전략’의 완전한 실패를 인정하면서 두 손을 들었다.


심지어 김정은의 지시로 진행되던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좌초되거나 실종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에게 있어 말할 수 없는 존재의 위기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올 연말이면 김정일 사망 10주기를 맞게 된다. 당연히 북한의 엘리트와 주민들 사이에서 김정은에 대한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다보니 김정은은 인민들의 분위기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을 호위하는 당중앙위 호위처, 국무위 경위국, 호위부, 호위사령부 등 4개 부대가 엄연하게 버티고 있음에도 이번에 또다시 주민들의 불만들을 감시하고 이들의 분출을 막기 위한 시위진압 부대를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2중, 3중의 감시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모자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의도로 이 같은 부대를 조직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북한 내부에 민심이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북한은 비사회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논설에서 "전사회적인 준법 기강을 세우는 사업이야말로 사회주의 조국을 수호하고 후대들의 운명을 지키기 위한 사활적인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 문물의 유입을 경계하며 주민들에게 투철한 준법정신을 거듭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이 논설에서 "지금 제국주의 반동들은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내부로부터 와해시켜보려고 썩어빠진 부르죠아 사상문화 침투 책동에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이어 "국가의 법적 통제기능이 약화되고 사람들의 준법의식이 흐려지면 제국주의자들이 퍼뜨리는 이색적인 사상과 생활 풍조에 물젖게 된다"면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현상들이 조장되게 되며 결국은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북한은 이미 지난해 12월 12일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새로 제정하고 남한 영상물 유포자의 최고형량을 사형으로 상향하는 등 외부 문물 유입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이달 8∼11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전 사회적으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더욱 강도높이 벌일 데 대해'를 안건으로 다룬 가운데 김정은이 이를 위한 중앙과 도·시·군 연합지휘부를 조직하라고 지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신문이 논설로 이러한 주장을 펴고 나선 것은 그만큼 북한 주민들이 한국 등의 외부 소식을 접하면서 동요하고 있고, 주민들의 이러한 ‘깨인 생각’들을 진압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북한 주민들의 마리 속까지 들어가서 마음대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얽어 매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이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하나의 안전장치로 ‘최고 존엄’의 성새(城塞)를 지키는 방패로써 ‘시위진압부대’까지 만든 것이다.


실제로 “호위사령부 지휘부에서는 신설 부대 군관, 군인들에게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목숨으로 호위하자’는 구호를 심장에 새기고 만능 호위병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하나의 업무만 별도로 부여하면서 유사시 반란 및 시위를 즉시 진압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향후 혁명의 수뇌부가 위치한 평양 시내에서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불안하다!]


싱크탱크인 아산연구소는 지난 12월 31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은 탄탄한가?”라는 차두현 연구위원의 보고서를 통해 “김정은이 10월 10일의 열병식에서 ‘진정 우리 인민들에게 터놓고 싶은 마음속 고백, 마음속 진정은 《고맙습니다!》 이 한마디뿐’이라고 했던 그 말 자체가 북한 수령체제하에서 이례적”이라면서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예전같지 않다”는 분석을 내 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북한 내부에 몇 가지의 이상징후들이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1)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 대응


우선 김정은이 2020년 10월 10일 연설은 감염병 확산, 수해 복구 미진, 그리고 대북제재로 인한 경제적 곤궁의 3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몸을 낮추고 겸허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태도는 경제ㆍ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유발된 북한 주민들의 좌절과 분노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없으면 나오기 힘든 대응행태라고 봤다.


(2) 조율되지 않은 대외 메시지


이 보고서는 북한의 대외 메시지 역시 제대로 조율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선언과 실행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여정의 대남 보복 발언 이후 분위기가 험악했을 때 김정은의 지시로 모든 상황이 ‘보류’됐다. 북한의 대남ㆍ대외 메시지 발송에 있어서도 역할분담이나 메시지의 일관성도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김여정의 좌충우돌 메시지는 북한의 최상위 정책결정구조에 심각한 난맥상이 있다고 평가했다.


(3) 김정은의 결정 장애와 책임 회피 가능성


이 보고서는 또 현재 김정은이 ‘결정 장애’에 빠져있다고 판단했다. 독재는 자기 능력이나 권위에 대한 아집에 가까운 확신이 있을 때 힘을 받는다. 그래서 그동안 김정은의 뜻대로 마음대로 통치를 해 왔는데, 하노이에서의 ‘노딜’ 결과를 낳으면서 충격에 빠졌고 여기에 자신의 업적으로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국가경제발전5개년 전략』 역시 실패로 끝나면서 이 좌절감이 김정은의 결정 장애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실패는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수령’의 무오류성에 대한 주민들의 의문과 분노를 가져오게 했고 이것이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뒤흔들게 했다는 것이다.


(4) ‘코로나 19’의 원활한 대응에 대한 의문


북한은 지금 세계적으로 만연된 코로나 팬데믹과는 전혀 관계 없이 신종 감염병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북한 주민들조차 믿지 않는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 사실 아무런 방도가 없어서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하늘만 쳐다보는 대응이 주민들에게 국가의 존재 의미를 생각하게 만들었고 더불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핑계로 국경 봉쇄에 이어 주민 생활까지 완전 차단하면서 이는 ‘수령’의 능력에 대한 의문과 반감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증폭시키게 되었다고 봤다.


(5) 김정은을 둘러싼 정보차단 및 왜곡 가능성


김정은 시대의 공포정치는 김정은이 싫어할만한 정보의 전달을 가로막는 역효과를 가져왔고, 이로 인해 김정은이 현실감각이 결여된 정책을 추진하도록 했다고 이 보고서는 판단했다.


여기에 김여정의 등장은 그러한 차단막이 하나 더 생기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관료들의 눈치 보기 및 불리한 정보의 은폐라는 위험요인을 더 증폭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했다.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정은의 최대 고민은 북한의 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로 모아진다. 그래서 지난 1월의 당대회에서 온통 경제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던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김정은의 고심이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북제재와 셀프 국경봉쇄로 인해 우선 김정은의 최대 지지층이었던 부유층의 소득이 무역과 외화벌이, 대규모 시장 활동이 봉쇄되면서 현저하게 줄어 들었다. 김정은 정권의 핵심 지지층이 역설적으로 가장 큰 손해를 입은 것이다.


부유층이 이럴 정도니 일반 주민들이야 이루 말할 수도 없다. 이러한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번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러한 위기를 감지한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현지지도 횟수를 대폭 줄였다. 지난 2019년만 하더라도 한달에 두 번 정도씩 하던 것을 지난해에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빈도를 줄였다. 단지 8월부터 자신이 점수를 딸 수 있는 수해지역 시찰만 했을 뿐이다.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이렇게 변화된 것은 다름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김병연 교수에 의하면 “탈북민 중 70%가 북한에 거주할 당시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를 더 지지했다고 하며, 장사와 기업 설립, 고용의 자유가 필요하다고 믿는 이들은 90%나 된다”고 했다.


또한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군사비를 과다 지출하는 등 지도자의 잘못된 정책이 경제난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탈북민이 전체 응답자의 80%를 넘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는 “북한 정권이 아무리 제재와 자연재해 등의 외부 요인을 강조해도 근본 문제는 내부에 있으며 이는 결국 김정은의 책임임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라고 김 교수는 해석했다. 중요한 것은 “국외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을 간접 조사해도 이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이다. 김병연 교수는 “북한 주민의 의식은 고난의 행군 시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보했다”면서 “이들은 김정은을 정치 지도자로서 인정하지만 대신 경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있고, 나아가 자본주의 도입까지 원하고 있다”고 봤다. “이처럼 높아진 주민의 요구를 계속 충족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통치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결국 지금 김정은은 ‘칼날 위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연 김정은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또다시 한국을 향한 도발 등의 카드로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미국을 향한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 주민의 위기의식을 조장하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김정은이 굳건한 체제를 유지하려 해도 북한 경제가 무너지면 김정은의 체제 또한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제가 무너진 상황에서 민심이라는 파도는 김정은의 모든 것을 덮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엄청난 파도를 과연 시위진압부대로 막을 수 있을까?



TAG

사회

국방/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