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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북한이 주중대사를 11년만에 전격 교체한 이유? 북한 경제 위기 타개위한 돌파구 마련 특명 2021-02-2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11년만에 주중대사 교체한 북한]


북한이 19일 신임 주(駐) 중국 대사로 리룡남 전 내각 부총리(61)를 임명했다. 전임 지재룡 대사(79)가 주중 대사로 부임한 지 무려 11년만에 새로운 인물로 교체한 것이다.


리룡남 신임 주중대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이자 김정은 집권 이후 인민보안상(경찰청장 격)과 군 총참모장을 지낸 리명수의 조카로 북한 내부에서는 진골 중의 진골이다.


더불어 리룡남은 한마디로 경제통이다. 1994년 싱가포르 주재 경제담당 서기관을 시작으로 2001년 무역성 부상, 2008년 장관급인 무역상을 지냈고, 2016년 대외경제상을 거쳐 2019년 내각 부총리에 임명돼 북한의 대외경제를 전담해 왔다.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는 재벌총수 등 한국의 경제인 17명을 별도로 만나기도 해 낯이 익은 인물이기도 하다.


[리룡남을 주중 대사로 발탁한 김정은의 의도는?]


지금 북한의 경제는 최악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이유로 국경을 완전 봉쇄했고 대북제재로 무역 자체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당연히 북한 경제는 ‘살아 있으나 죽은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악의 빈사상태다.


북한 경제의 젖줄인 대 중국 무역 총액이 지난해 전부 합쳐 5억3천905만 달러로, 전년도인 2019년의 27억8천901만 달러에 비해 약 81% 줄어들 정도니 지금 북한 경제가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엄청난 수해로 인한 자연재해까지 겹쳤다. 김정은도 지난 1월의 당 보고에서 현재 경제난이 ‘최악 중의 최악’이라고 인정했다. 보고의 절반 이상을 경제 분야에 할애할 정도로 다급하다. 이렇게 피폐해진 북한 경제에 대한 분위기 전환을 위해 김정은은 첫 번째 조치로 내각의 경제 진용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 하노이 미북협상때 실패의 책임을 물어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던 것 같이 이번에도 역시 경제관련 간부들을 똑같은 방식으로 내친 것이다.


그렇게 사람을 교체했다고 북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김정은 자신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오직 하나,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도 17일, “북한의 제8차 당대회가 막을 내린 지 한달만에 노동당 전원 회의가 열렸는데, 이번 회의로 북한의 경제 사정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사실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북한의 형편으로는 자력갱생을 통해 이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는데, 북한이 올해 상반기 ‘보릿고개’를 넘기려면 중국의 ‘산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 김정은은 우선 인적 정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인사가 바로 리선권 외무상을 정치국 위원으로, 대표적 ‘중국통’이면서 김일성·김정일의 중국어 통역이었던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전격 승진시킨 것이다. 태영호 의원은 “8차 당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새로 꾸린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일부 인사들의 당직을 올려준 사례는 북한 역사에서 찾을 수 없다”면서 “이렇게 파격 조치를 한 것은 필경 김정은이 전격적으로 인사 조치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으로 “북한이 통상 외교 부문 간부들의 당직을 올릴 경우는 중국과의 대화에서 격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진단했다.


이 말은 앞으로 “북한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직접 중국을 방문해 경제원조 및 의료지원을 요청하거나, 리선권이나 김성남을 중국으로 파견해 도움을 청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이다.


바로 이렇게 대 중국 구걸외교를 위한 인적 정비를 하는 상황에서 주중 대사까지 경제통인 리룡남으로 교체한 것이다. 지금 김정은의 최대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대 중국 구걸외교 위한 포석 깐 김정은]


김정은은 이러한 인사를 앞두고 이미 중국을 향한 포석을 한 바 있다. 김정은은 지난 1월의 노동당대회에서 유달리 북중관계를 강조했다. “다섯 차례 북중 정상회담으로 동지적 신뢰를 두텁게 했다”, “사회주의를 핵으로 하는 친선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운명”이라고 했던 말들의 성찬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5년전의 당대회에서 ‘중국’이란 단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던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특히, 올 7월 7일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는다. 시진핑은 당연히 ‘사회주의 중국 굴기’를 과시하려고 북한과 ‘당 대 당’ 밀월을 적극 추진할 것이고, 어쩌면 김정은을 베이징으로 초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상황만 괜찮아진다면 말이다. 그래서 김정은이 총서기가 되자 시진핑은 곧바로 축전을 보냈던 것이다.


김정은은 이러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국의 제재 해제조치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은 너무나도 뻔한 것이고, 그렇다고 한국이 대북지원을 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 또한 김정은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김정은에게 기대하고 의지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뿐이다. 중국이 공산당 창당 100주년 선물로 최소한 식량이라도 두둑하게 지원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의 전문가들도 “북한이 고위 경제관료를 주중 대사에 임명한 것은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미 중앙정보국 CIA 출신 수 김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19일, “(경제통인 리룡남을 주중대사로 보내는 것은) 북한이 처한 경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북한은 신임 대사를 통해 무역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중국의 지원을 끌어내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임 대사의 중국과의 협력에서 주된 초점은 무역이 되겠지만 안보 지원과 인도주의적 지원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관광 분야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 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중국 외교 격 높인 또 다른 이유는?]


이와 함께 김정은이 리선권 외무상과 중국통 김성남 당 국제부장의 승진과 아울러 주중대사에 리룡남을 전진 배치한 또다른 중요한 이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7월은 ‘북중 우호 조약’ 체결 60년이기도 하다. 10년 전 중국의 환추시바오(環球時報)는 ‘북중 우호 조약’에 대해 “이 조약은 1981년, 2001년 자동 연장돼 현재 유효 기간은 2021년까지”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년마다 갱신’이란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그동안 중국 내부에서는 이 ‘북중 우호 조약’은 사실상 사문화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그러한 논거를 펴는 가장 큰 이유는 ‘북중 우호 조약’에 담긴 한반도 유사시 ‘중국군 자동 개입’ 조항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심지어 시진핑 주석조차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국제정세, 특히 미중간 충돌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지금 상황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하고 핵으로 중국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돌면서 북중우호조약의 폐기 또는 사문화(死文化) 필요성을 거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이런 논의들이 환추시바오를 통해 거론되기까지 했다.


심지어 중앙당교(中央黨校)의 기관지인 학습시보(學習時報)의 부편집장으로 있던 덩위원(鄧聿文)은 지난 2013년 2월 ‘중국이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글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이 글로 덩위원은 해임되었지만 사실 중국 핵심부 내부의 의견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같이 미중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도 없다. 오히려 북중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게 북한은 혈맹인가, 계륵인가?]


북중관계는 당연히 혈맹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 중국 내부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주류다. 겉으로 드러난 바와는 달리 시진핑 주석은 김정은 북한 총서기를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은 또한 중국을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속내를 드러낸 바도 있다.


그렇다고 그러한 속마음을 공공연하게 드러낼 수 없는 것이 또한 북중관계다. 특히 미국과 정면충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중국에 도움이 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비책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들이 분분하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중국은 남중국해와 대만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만 있다면 북한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북쪽에 미군이 주둔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중국의 고민이 있다.


어떻게 보면 북한에 대한 양가감정(兩價感情)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을 지나치게 품게 되면 중국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포기하는 것 또한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거리두기’를 하면서 미국과 딜(deal)을 하는 좋은 지렛대로 북한을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중국의 그러한 속셈을 모르는 것 아니다. 그래서 김정은이 공공연하게 중국을 향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곤 했던 것이다.


결국 미국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밀어 붙이느냐의 세심한 기술적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최악의 갈등 상황 속에서도 긴밀하게 외교적 조율을 하는 것일 게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 주재 대사를 리진쥔(李進軍·64)에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부장 출신 왕야쥔(王亞軍·51)으로 6년 만에 교체했다.


중국이 북한 대사를 교체헸다는 것은 중국 역시 북한과 새로운 차원에서 외교를 펼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중국은 미국과의 충돌 상황에서 북한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강력하게 제어하는 외교를 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적으로 북한이 미국을 향한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북한이 쓸데없는 도발을 함으로써 중국이 외교적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그저 침묵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시진핑과 김정은의 힘겨루기는 시작된 것이고, 더불어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을 계기로 시진핑은 김정은을 완전히 중국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시진핑이 요구하는 대로 그저 순종하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는 쪽으로 선택할 수 있을까? 두고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동영상은 2월 21일 오전 8시에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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