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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영훈국제中, 서울교육청 재지정 취소 결정, 일반고 전환 "수학·과학에서도 영어지문 출제…격차해소 노력 부족" 2020-06-10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국제중학교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뉴시스]


대원·영훈국제중학교를 일반 중학교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이들 학교가 사회적통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배려하지 않고, 다른 학생과 학력 격차를 벌이는 '분리교육'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에게 1000만원의 학비를 받으면서 정작 투자한 교육비는 일반 공립중학교 수준인 1인당 60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국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최종 판단 기관인 교육부의 적극 대처를 촉구한 것이다.

조 교육감은 1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시교육청에서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특성화중학교 3곳의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육청, 대원·영훈국제中 두고 "입시, 분리교육"]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대원·영훈국제중의 입장을 존중해 구체적인 점수와 감사 지적사항 감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사 관련 법령과 지침을 위반한 점,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국제중 평가에 활용한 28개 성과지표와 배점표를 공개했다. 가장 높은 배점(5점)을 받은 세부지표는 6가지다.


공교육 정상화 노력 항목의 ▲선행학습 방지 노력 ▲입학 후 사교육비 절감 노력 ▲교실수업개선 노력 정도 등은 모두 5점 지표다. 또 ▲설립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의 적정성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충원율 ▲(사회통합전형 맞춤형) 프로그램 내용 및 이행의 충실율 등이다.


이들 항목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나눠 평가되며 급간 배점 간격은 1.5점이다. 서울시교육청 설명을 종합하면 국제중 2개교는 이들 항목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강연흥 교육정책국장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밤 9시까지 남아서 방과후수업을 시키고 영어몰입교육을 시켰다"며 "해외 체험학습은 학생들의 경비가 수익자부담으로 제공되면서 어려운 학생은 참여할 수 없는, 극소수만이 가는 형태로 아주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은 또 "사회통합전형 학생은 기본학력이 취약할 수 있지만 학교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영어가 아닌 과학, 수학에서도 영어로 지문을 출제해 격차가 확대되고, 이를 고교에서 소화하려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분리교육, 입시 위주 교육의 선상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대원·영훈국제중이 사회적배려자에 대한 학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국제중이 곧 특권학교라는 교육계 비판과 맥이 닿아 있는 평가다.


해당 사립 국제중의 운영도 도마에 올렸다. 강 국장은 "학생에게 제공된 교육비 수준은 일반 공립중학교 수준으로 1인당 60만원 정도가 집행됐다"며 "인건비를 제외하고는 취약하게 집행됐다. 1000만원을 받았음에도 교육서비스가 취약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또 "사회통합전형 선발 등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해 법인의 재정 기여, 부담을 늘려야 하지만 법정 전입금이 기준의 3.2%밖에 되지 않았다"며 "학부모들의 교육경비를 갖고 인건비까지 충당하며 학생 교육 질을 높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이들 학교가 매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을 두고 학부모들의 교육 선택권,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이에 대해 강 국장은 "많은 이들이 차별화된 양질의 고품질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전체적으로 경쟁과 차별로 가는 것은 통합교육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반중에서도 국제중의 교육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지표 의도적 상향한 것 아냐"…엄정성 강조]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관내 특성화중학교 3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서울체육중학교는 평가를 통과해 재지정을 받았다. 이목이 집중됐던 국제중 2곳은 평가 결과 기준점수를 충족하지 못해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


지난 2017년에는 영훈국제중이 재지정 평가 결과 지정취소 기준 점수(60점)를 넘겨 지위를 유지했다. 반면 올해 평가 기준 점수는 70점이다. '허들'이 올라갔다는 지적에 서울시교육청은 폐지를 염두에 두고 의도적으로 점수를 올린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예로 5점 만점인 지표의 등급별 배점은 지난 2015년에는 우수 5.0점, 보통 3.0점, 미흡 1.0점으로 등급 간 배점 차이가 2.0점이었다. 반면 올해는 우수 5.0, 보통 3.5, 미흡 2.0점으로 간격이 1.5점으로 줄었다. 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감점도 12점에서 10점으로 줄었다.


강연흥 국장은 "미흡 평가를 받았을 때 가혹하게 평가가 나와서 간격을 줄였고, 보통만 다 받아도 70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며 "4개 국제중이 있는 서울, 경기, 부산교육청이 같은 지표를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경남 선인국제중을 제외한 4개 국제중이 모두 올해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평가에서 교육전문가 7인으로 평가단을 구성하고, 지난 5월 국제중들이 제출한 서류에 대한 서면평가와 현장 방문평가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평가지표도 이들 위원이 독립적으로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조희연 교육감, 국제중 폐지 법령 개정안도 이미 구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자사고, 외고의 지정 취소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중의 일괄 일반중 전환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가 출현하고 ‘조국 사태’라는 홍역을 치르면서 역설적으로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며 "결국 중앙정부에 의해 전환의 ‘제도적 단안’이 내려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그동안 자사고와 외고의 경우에서 말씀드렸듯이 평가를 통한 전환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갈등을 양산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중을 평가하는 것은 시도교육청이 하지만, 지정 취소를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교육부에 있다.

조 교육감은 "평가를 통해 지정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은 지역별 편차가 생길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소모적인 갈등과 논쟁을 양산하며, 평가를 통과한 학교들에 대한 선호를 더욱 높이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이 개정된다면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1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 제안한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중은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특성화중학교로 돼 있다. 구체적으로 같은 법 시행규칙 55조 1호에 '국제 분야를 특성화하기 위한 중학교'가 근거다.


조 교육감은 당시 시행규칙을 삭제하면서, 시행령을 함께 고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특성화중학교의 범위를 예술·체육, 대안교육 등으로 제한하고 국제중의 법적 근거를 원천적으로 삭제하는 방식이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은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한다"며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소위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하여 특성화된 학교 체제가 필요한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그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또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제로 인식되어 이를 위한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다"며 "소위 영어유치원, 사립초, 특목고로 가는 과정 중 중학교 단계 목표가 됐으며, 4개 사립 국제중의 연평균 학비는 1100만원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대원·영훈국제중 지위 상실은 아직…8월은 돼야 결론]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특성화중학교 운영 성과평가 결과를 이날 해당 학교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어 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문 절차를 밟게 된다.


먼저 청문을 거친 뒤, 20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요청해야 한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에 대한 신청을 받으면 50일 이내에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오는 8월 중에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4월 넷째주(22~26일) 중 청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손영순 교육행정국장은 "학교들은 청문 절차를 통해 의견 소명할 기회가 있다"며 "우리도 엄정하게 지표를 정한 만큼 교육부도 객관적으로 고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대원·영훈국제중 2개교는 내년도부터 일반중으로 전환된다. 현재 재학중인 학생들은 졸업시까지 국제중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일반중 전환이 확정되면 현재 재학생들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학교가 희망하면 '세계시민 교육 특별지원학교'에 우선 선정, 최대 3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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