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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美·中 충돌 일촉즉발, 한국의 선택은? 지금까지의 줄타기외교로는 앞으로 생존 불가능 2020-05-2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 [그래픽= Why Times]


[미국, "美와 함께할지, 中에 순응할지 선택하라"]


미중 패권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도 드디어 동맹국들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하이노 클링크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한국 등 동맹국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한쪽을 선택하라고 사실상 요구한 것이다.


클링크 부차관보는 28일(현지시간) 한국, 일본, 호주를 거론하면서 "중국이 (미국과)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핵심 동맹국들에 대해 수많은 악의적 행동들을 취하면서 악영향을 끼친 것을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우리의 가치와 이익을 강력하게 집단적으로 수호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요구에 순응할지 선택해야 할 때“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우리 자신의 원칙을 수호하는 선택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한 클링크 부차관보는 "중국의 악의적 행동에 침묵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링크 부차관보는 냉전 시기 소련에 적용했던 봉쇄전략은 중국에는 적용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우선 대중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당국은 이미 한국 등 동맹국 외교 당국자들을 불러 중국이 추진하는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의 문제점을 상세히 설명하고 사실상 반중(反中) 전선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보이콧,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동참 요구에 이어 홍콩 보안법 반대에도 참여할 것을 잇따라 압박한 것이다.


[”미국 편들면 가만두지 않겠다“ 겁박하는 중국]


중국도 한국과 일본 등의 미 동맹국들을 향해 미국 편에 서지 말라는 경고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미 호주를 본보기로 삼아 경제 보복을 가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세계로 확산했다"고 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향해 호주를 들먹이며 중립을 지키라고 경고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미국은 일본의 유일한 동맹국"이라면서 "일본은 미국과 핵심 가치를 공유하며 다양한 국제 문제를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향해 "매우 중요한 나라"라면서 "국제사회는 일본과 중국이 지역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각자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일본이 분명하게 미국 편에 서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의 영문판)는 "호주처럼 대놓고 미국 편을 들지 말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를 대놓고 들이댔다. "상식적인 나라라면 미국으로 기울지 않을 것이고, 미국 쪽에 서는 건 국가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행위"라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강력하게 대놓고 협박하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들이 국가 안보 측면에선 미국에, 경제·무역 측면에선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을 향해서도 "중국과 일본 간 유대, 중국과 한국 간 유대가 모두 진전되고 있으며, 3국 자유무역협정을 위한 협상도 진행 중"이라며 "3국 모두 동북아 관계의 이런 추세를 소중히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편을 일방적으로 들어서는 안된다는 협박을 공공연하게 한 것이다.


이 위협에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도 연계될 수 있다는 점도 포함되어 있다.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도 최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보안법 제정 논란’과 관련해 한국이 중국 입장을 존중해 달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4일의 일이다.


[눈 감고 귀 막은 외교부]


그렇다면 정작 당사자인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최근 홍콩 국가안전법과 미국 주도의 반(反)중국 전선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등 미·중 갈등 이슈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토와 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된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장관 주재로 열린 7차 외교전략조정 통합분과회의에서 "최근 고조되는 국제사회 갈등과 그 파급 효과와 관련한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이날 200자 원고지 10장에 달하는 모두 발언문을 읽으면서 '미국'이나 '중국'이란 단어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첨예한 미중갈등 핵심 이슈인 '홍콩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아예 논의조차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 역시 그렇게 시민혁명에 의한 촛불정부를 강조하면서도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대해서 입을 꾹 닫고 있고, 홍콩보안법 통과 소식에 대해서도 입을 꾹 닫았다.


지금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현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년내 방한 문제이다. 어찌보면 문재인 정부의 사활을 걸었다 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19의 발원지 입국 차단도 하지 않은 것이고,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4월 혁명’ ‘부마 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시민혁명’의 ‘민주 이념’ 계승을 당헌에 명시한 집권여당 민주당 역시 홍콩 국가안전법 통과로 인해 홍콩 민주주의가 압살 위기에 처했다는 국제 사회 우려도 높아지고 있음에도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이 취하는 행동을 보면 미·중간 일촉즉발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 갈 것인지 그림이 나온다. 이른바 ‘줄타기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프레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단단한 전제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숱한 미중갈등에서 그렇게 줄타기 외교를 해 왔고 또 그렇게 적당히 넘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까지 미·중간 갈등 상황 속에서 한국 외교의 선택은 그래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어차피 미국과 중국간 얽혀 있는 세계무역체제이기 때문에 잠시 잠깐만 눈총 받더라도 교묘하게 ‘회색국가 정책’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경제는 기반 자체가 완전히 변하고 있다. 그동안 세계질서를 이끌어 왔던 ‘세계화’는 어쩔 수 없이 퇴조될 수밖에 없다. 세계화가 중시하는 ‘효율성(이윤 극대화)’보다 안정성과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전 세계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분업체계에서 자국 생산 중심으로 변해간다.


그렇다고 자국 생산을 통한 경제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공동체를 통한 새로운 공급망을 형성해 가야만 한다.


미국의 세계 공급망 재편 구상인 ‘경제협력 네트워크(EPN)’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미국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주도해 갈 것인지 확연하게 보인다. 이제까지 세계 공급망의 중심이었던 중국을 완전히 해체하고 세계 공급망의 중심에 미국을 두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중국 등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하려고 있다.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이 힘들 경우 인도와 같은 친(親)미국 성향 국가로 유도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이런 리쇼어링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도 최대한 강화할 방침이다. 법인세만 해도 트럼프 정부 초기 35%였던 것을 21%로 내렸는데 이젠 15%까지 내리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보다 무려 10%나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도 대폭 추진하고 기업에 환차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를 위해 트럼프 정부는 이제까지의 달러 약세 정책에서 강한 달러 정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동맹국들에게도 미국의 정책을 따라 경제협력 네트워크 구상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쪽엔 일본, 독일, 호주, 뉴질랜드, 인도, 캐나다, 베트남 등이 있고, 중국 쪽엔 러시아, 이란, 파키스탄, 미얀마, 캄보디아, 베네수엘라, 그리고 북한 같은 나라가 있다. 미국은 이 경계를 앞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이러한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의 아주 중요한 국가 중의 하나다. 당연히 압박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정부는 이제까지의 줄타기 외교를 벗어나 이젠 분명한 경제영역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는 비상상황이다.


전 세계의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칼 끝에 서 있는 것이 한국이다. 이는 역으로 본다면 우리의 무기를 가지고 얼마든지 칼자루 쪽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친 중국 노선을 기본으로 하는 어떠한 책략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이제까지 WTO를 배경으로 세계화의 큰 덕을 봤고 그로 인해 G2까지 진입했지만 중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결코 진입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번 홍콩 국가안전법안이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화웨이 등 핵심 기업과 미국 기업의 모든 거래를 차단했다. 한국 경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도 이젠 중국과의 본격적인 거래도 힘들어질 전망이다. 미국으로선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를 끝낼 ‘마지막 결정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해갈 방법도 없다. 미국이 제3자 기업을 통한 거래에 대해서도 세컨더리 보이콧도 병행해 아예 고사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중립이나 한국 경제의 힘이, 특히 세계화와 수출로 대변되는 한국 경제가 ‘팍스 아메리카나’ 경제 블록의 힘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해진다. 지금까지 중국에 의존해 왔던 경제체제를 다변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무역보복이 두려워 우리가 가진 무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당당하게 중국의 보복에 맞서면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국 경제가 미국 주도의 경제번영네트워크(EPN)에서도 눈밖에 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동안 중국 중심의 경제체제를 전환하기에는 엄청난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는 그렇게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갈라파고스의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를 현명하게 다시 견인하는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공급망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전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있는지 모른다. 중국이 눈 앞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부터 미국보다 중국 우선주의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니 외교부마저 저렇게 입 꾹 다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저렇게 우물쭈물하면서 세계 흐름을 잘 읽지 못하게 된다면 한국은 한미동맹마저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그것을 뻔히 알면서도 문제인 정부가 저렇게 중국에만 의지하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목을 매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중국에 무슨 빚을 그렇게 졌길래 저러는 것일까?


시간이 없다. 미국은 계속 우리에게 재촉할 것이다. 선택하라고 말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겁박할 것이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전환시대의 논리’로 단단히 무장한 집권여당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과연 제대로 된 길, 뻔히 보이는 바른 길로 갈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27일 대통령의 외교·안보 과외교사인 문정인 특보가 “우리가 중국을 적대시한다면(antagonize) 중국은 우리에게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한 말, 그래서 친중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그 말이 뇌리에 깊이 남는다. 그 길로 갈까봐서....


다시 한 번 애타게 강조한다. 지금은 이제까지의 친미·친중 프레임을 넘어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공급망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서둘러 정리하고, 대외정책을 비롯한 모든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다. 어설픈 정치 놀음으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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