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제3의 길 논평] 사립유치원 비리? 엉뚱한 마녀사냥을 우려한다! 2018-10-29
주동식 teralux@naver.com
-사립유치원 비리 드러나면서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유치원 비난하는 여론 들끓어
-대부분 사립유치원은 법인 아니고, 거기 주는 돈도 정부 지원금 아니라는 점이 문제의 본질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지원 폐지하고 학생선발 등 자율 강화하는 것이 해결책


▲ 사립유치원의 문제는 짚어야 하지만 본질에서 벗어난 마녀사냥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제3의 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일 교육부 국정감사를 통해 2013년부터 5년 동안의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유치원 1878개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사립유치원의 비리 문제가 엄청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교육부는 거대한 여론의 분노에 편승해 감사적발 유치원의 실명을 공개하고 종합감사도 벌이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제도 미비로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여론은 전반적으로 사립유치원 측에 대한 감시와 감사를 강화하고 국공립 유치원을 증설하라는 요구로 모아지고 있다. 사립유치원측의 감춰졌던 비리와 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 등도 수면 위로 떠올라 사립유치원과 운영자들이 악마화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사립유치원에 대한 현재의 일방적인 비난 여론이 객관적인 근거를 갖는 것인지, 국공립 유치원 증설 또는 공영유치원 확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은 진실과도 거리가 멀고,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에듀인뉴스>(http://www.eduinnews.co.kr)에 김정호 前 연세대 특임교수(김정호의 경제TV 대표)가 기고한 글은 이런 현실적 문제들을 잘 짚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고에서 김정호 대표는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이 수 천 개다. 감사 받은 사립유치원들이 대부분 걸렸다. 범죄자들만 골라서 사립유치원을 차렸단 말인가?”라고 반문하고 “내가 만나 본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정직했고 아이들 교육을 위해 상당히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 최소한 정상적인 생활인들이었다. 그들이 모두 비리의 주범이 되었다고? 그것은 비리의 판단기준이 잘못되어 생겨난 결과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대표에 따르면 교육부나 교육청이 적발한 소위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대부분 ‘시정’ 조치로 끝난다고 한다. 돈을 돌려놓거나, 서류를 바로 잡거나 하는 데에서 그치고, 검찰에 고발되는 경우들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이 사립유치원장들을 횡령이라며 검찰에 넘긴 것은 그들이 쓴 교비계좌의 돈이 원장들의 소유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지만 검찰과 법원은 그 돈이 사립유치원 원장의 소유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김대표는 설명했다. 자기 돈을 자기가 쓰는 것이기에 횡령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교비계좌는 유치원의 것이고, 그 유치원은 원장의 것이기 때문에 원장이 교비계좌의 돈을 빼쓴 것은 합법이라는 설명이다. 유치원이 법인이라면 당연히 교비계좌에서 원장이 돈을 함부로 빼쓰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유치원은 대부분 법인이 아닌 자영업체이다.


2012년 유치원이 무상보육의 대상이 되면서부터 문제가 복잡해졌다고 한다. 정부가 부모들에게 유치원 비용에 충당하라며 ‘아이행복(사랑)카드’를 지급했고, 사립유치원은 유치원비의 일부를 정부에서 받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부 돈이 지출되다 보니 공립유치원에 적용하는 기준을 똑같이 사립유치원에 적용하게 됐다.


교비계좌의 돈은 원장 인건비 외에는 빼나갈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유치원에 돈이 모자라 개인 돈을 넣었을 경우 그 돈을 되찾아가는 것조차 횡령으로 취급됐다.


유치원 설립자들은 수십억원씩을 투자했으니 그 수익을 회수해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횡령으로 고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에 국공립유치원 방식의 회계가 적용되면서 사립유치원들은 절반쯤 몰수된 상태라는 지적이다. 자기 재산을 되찾으려는 자는 횡령범이 된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는 법인이 아닌 개인 자영업자를 법인 사업자로 취급하면서 생겨난 소동이라는 것이 김정호 대표의 설명이다.


정부가 사립유치원에 주는 돈은 학부모의 유치원비를 대납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금이 아니다. 대법원도 2014년 어린이집 원비 횡령 사건에서 정부가 아이행복카드로 어린이집에 지급한 돈이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금이 아니라고 판시했다. 지원을 받은 것은 학부모이지 어린이집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린이집 원장이 그 돈을 사적으로 쓴 것도 횡령이라고 할 수 없다. 사립유치원의 경우도 똑같다.


결국 현재 사립유치원에 대한 비난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여론재판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사립유치원들의 운영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나 비난의 대상이 될 부분도 존재하지만 지금처럼 사립유치원을 악마화하는 분위기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립유치원들은 여론의 비난에 맞서 유치원을 폐쇄하려다가 법적인 처벌 운운하는 정부의 협박에 굴복해 취소했다. 하지만 원아 모집을 중단하는 사립유치원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립유치원 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방안으로 국공립유치원 확충이 거론되지만 이는 당장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서울 기준 공립 단설유치원 1곳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1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피하는 대안으로 공영형 모델이 차선책으로 거론되지만 이 방안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기존 시설과 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한 유치원에 8억원 정도만 투자하면 되고, 개인 유치원을 법인으로 전환하고, 3개월마다 정부 지원금에 대한 감독도 받기 때문에 말썽이 생길 여지가 없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영 모델의 설립은 지지부진하다. 우선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사업에 참여하려면 개인재산을 법인으로 전환하는 데 더해 수익용 기본재산까지 출연해야 한다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사업이 3년 단위인 것도 문제다. 공공형 사립유치원이 된다 해도 3년 후에 재정지원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3년 후 교육부의 사업이 지속될지도 불투명한데 섣불리 사업에 뛰어들면 교육청과 유치원 모두 난감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이런 재정 문제 등이 모두 해결된다 해도 과연 사립유치원을 국공립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교육에 대한 정부의 통제 감시만 강화되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이다. 유치원 온라인입학시스템 ‘처음학교로’와 국가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에 대한 사립유치원 참여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사립유치원을 포함한 초중고와 대학까지 포함해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폐지하고 학생 선발과 운영에 이르기까지 사립측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시장에서 사립교육기관의 우열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고, 학부모와 학생 등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다.


현재는 일방적인 사립유치원 비난 여론에 묻혀 이런 냉정한 시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결국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단계에 가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돌리게 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관련기사

사회

국방/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