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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중국이 ‘늑대전사 외교’ 발톱을 감춘 까닭? 중국내 어려운 경제상황이 전랑외교 발톱 숨기게 만들어 2023-01-2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달라진 중국 외교, ‘늑대전사’ 발톱감췄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사랑스러운' 중국의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부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부드러운 외교로 전환하라고 지시한 이후 중국의 외교가 최근들어 훨씬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사사건건 공격적인 스타일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의 선봉에 섰던 왕이 전 외교부장이 중국 외교의 수장인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으로 취임했으며, 역시 같은 성향의 친강 전 주미대사가 외교부장으로 부임하면서 전랑외교의 끝판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일단 그들은 표정을 최대한 부드럽게 하면서 온화한 외교로 태세전환을 하고 있다.


여기서 전랑 외교란 람보 스타일의 중국 액션 영화인 '특수부대 전랑'에서 유래된 말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실력을 키움)에서 벗어나 자국 비판에 전투적으로 맞대응하는 중국 외교의 대명사로 통했다.


왕이 주임만 하더라도 '오만방자한' 언행으로 전랑 외교의 원조라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근래에는 언론 노출 자체를 뜸하게 하고 있다. 왕이 주임은 지난 1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 2023년 신년호에 '민족의 부흥에 뜻을 두고 인류 운명을 가슴에 품으며 중국 특색 대국 외교의 새로운 여정을 위해 용감하게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선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왕이 주임은 특히 이 글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유리한 외부 환경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글은 사실 전랑 외교의 레토릭과는 거리가 먼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전랑외교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친강 외교부장의 변신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는 주미대사 취임 직후부터 미국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반미의 선봉에 섰다. 어찌보면 주미대사라 하기보다 반미 전도사라고 해야 옳을 정도로 자신의 위치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 왔었다.


실제로 그는 주미 대사 시절인 작년 1월 28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대만 당국이 미국의 힘을 업고 독립으로의 길을 계속 가면 중국과 미국 두 강대국이 군사적 충돌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었다. 주미대사라는 자가 전혀 외교적이지 않은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새해 외교부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말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주미대사 이임 글에서도 “중미 간 소통의 다리가 되려고 노력했으며, 양국 공존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힘썼다”며 “미국 국민의 지지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썼다. 어색하다고 할 정도로 평소 그의 언행과는 전혀 다른 글을 올린 것이다.


친강 부장은 최근 미국프로농구(NBA) 경기장에서 춘제(春節·설)를 축하하는 화상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미국을 향해 독설을 날리던 자오리젠 대변인이 지난 9일 돌연 외교부 내의 한직이라고 할 수 있는 국경·해양사무사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중국 외교가 늑대전사의 모습으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온순한 양같이 행동하는 것에 대해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의 외교관들이 거친 언사를 자제하면서 늑대전사 외교가 후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해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강력히 비난했던 중국이 이젠 어느 쪽도 거론하지 않은 채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자는 식으로 태도를 바꿨다”면서 “중국이 베트남·필리핀 등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비껴가면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전랑외교를 포기한 이유?]


그렇다면 중국이 전랑외교를 포기한 것이 시진핑 주석의 긍정적 중국 이미지 조성이라는 지시 때문일까? SCMP는 이에 대해 “이보다는 미국의 압박과 제재로 중국이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절박감이 중국을 전랑 외교에서 밀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3년 가까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인데다 국제적으로 전랑외교로 인한 중국의 이미지가 악화되면서 중국의 수출전략에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점도 전랑외교를 숨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SCMP는 이와 관련해 “하이테크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기술적으로 독립하려는 중국의 목표에 중요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일부 국가와의 지정학적, 이데올로기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국제관계를 수립해야 할 실용적인 필요성을 고려해 전랑외교의 발톱을 숨기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은 최근 필리핀과 베트남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과 관련된 이견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유대관계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외교를 시행했다.


특히 중국으로선 미국과의 날선 대립보다는 유화책을 통한 실리 추구가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전랑외교 발톱, 중국의 이익 관련시 다시 드러날 것]


SCMP는 또한 “중국은 핵심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선 단호한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남중국해에서의 석유 채굴과 어업권 등과 관련해 중국은 자국의 입장을 후퇴시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을 지속해온 중국은 앞으로도 무력 시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달 초,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 전환 이후 많은 국가가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중국인의 입국 제한을 했는데도, 중국이 유독 한국·일본만을 겨냥해 자국 입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중국이 전랑외교 자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선택적으로 전랑 외교를 할 것이라고 SCMP는 내다봤다.


그러면서 SCMP는 “중국이 외교적인 수사를 누그러뜨리더라도 자국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주장에 대해 자국 입장을 표명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중국의 전랑외교 본색은 그대로이지만 당장 중국 경제의 심각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선택적 외교를 할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게 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중국 외교의 기본 방향이 ‘투쟁 외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20일,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이후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은 외교분야 기자회견에서 “과감하게 투쟁하고 투쟁을 잘하는 것이 중국 외교의 우수한 전통이자 선명한 특징”이라면서 앞으로도 '핵심 이익' 관철을 위해 외국과의 갈등을 불사하는 '전랑 외교'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도 지난해 10월 21일자 당대회 계기 사설에서 “주변 해역에서 도발을 일삼는 미 군함·군용기, 미국의 잇따른 대중 억제·압박 움직임, 외부세력과 분열분자의 결탁, 국제적으로 당파 결성과 냉전 재개를 노리는 일부 선진국들의 행태를 보더라도 중국의 외교적 투쟁은 의심할 바 없이 필요하다”고 썼다.


또 “'투쟁에 능하고 과감하게 투쟁하는' 정신이 없었다면 미중 무역전쟁은 현재와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라고 사설은 주장했다.


[미중 사이 낀 한국, 중국의 '살계경후' 조심해야]


분명한 것은 중국 당국이 미국에게는 확실하게 전랑외교의 발톱을 숨기면서 온건한 외교 스타일을 선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 경제가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까지 악화되면 사실 중국 경제가 더 수렁으로 빠질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 내부의 원로 외교관들이 지속적으로 전랑외교 자성론을 펼치면서 강경 일변 대외기조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중국 외교의 방향전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한 중국은 유럽이나 호주와의 외교 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이들 국가들은 중국 경제의 부흥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부터 앞장서서 추파를 던진다.


문제는 주변국이다. 일단 필리핀과 베트남을 향해 올리브가지를 중국이 흔들고는 있지만 이들 국가와는 언제 어떻게 갈등으로 다시 비화될지 알 수가 없다. 바로 남중국해 문제가 얽혀 있어서다.


특히 한중관계에 있어서는 중국이 당연히 전랑외교가 기조가 될 것이다. 당장 코로나 대응 문제부터 갈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그렇게 대하는 이유는 한국의 역대정부들이 중국에 대했던 사대주의 태도 때문이다.


그래서 한중관계에서는 고도화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의 대북 억지력 및 방어력 강화 행보가 본격화할 경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처럼 두 나라 안보 이해가 엇갈리는 현안에서 중국이 강경한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이 중국 외교의 살계경후(殺鷄儆猴; 닭을 죽여 원숭이를 주의시킨다는 뜻으로, 본보기를 보임으로써 상대를 제압한다는 말) 대상이 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외교가 미중 양국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는 외교를 취해야 한다는 선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선동에 한국이 넘어간다면 한국은 영원한 중국의 봉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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